시신 위치 파악 안돼 병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실종자 가족들
30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네이선(23) 씨는 전날 밤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당시 현장에서 숨진 친구 시신을 찾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네이선 씨는 “어제 사망한 친구 포함 4명이서 함께 이태원에서 놀았고, 압사 사고 현장에서 호주인 여성 친구 한 명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시신에서 떨어지라고 현장 관리자가 얘기해 이동했는데, 그 이후 친구 시신이 어디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네이선 씨는 “다음 주면 친구 생일인데, 친구의 가족들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알지 못한다. 또 다른 병원에 가서 친구 시신이 있는지 확인하려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순천향 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태원 압사 사고 실종자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가족‧친지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20대 남성 A씨는 “친구 휴대폰 위치추적 결과 마지막으로 순천향대병원에서 휴대폰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왔다”며 바삐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할머니, 남자 형제 등 가족 3명이 함께 장례식장에 실종된 가족 시신을 확인하러 왔다 돌아가기도 했다.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말없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란 국적으로 추정되는 여성 1명과 남성 1명, 대사관 직원 등이 장례식장에 왔다 돌아가기도 했다.
베트남 여성 B씨는 “베트남 국적 지인(여성)이 어제 이태원에서 실종돼 확인하러 왔다”며 “15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고 그 후로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베트남인 시신이 여기 있다고 해서 왔는데, 내 지인과 얼굴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전 9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수는 이날 오전 2시쯤 59명으로 파악됐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숨지면서 오전 6시 기준 149명으로 급증, 중상자 중 2명이 치료 중 사망해 151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4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폭 4m 정도의 좁은 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여성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사망자도 19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사망자의 국적은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으로 확인됐다.
현재 시신은 순천향 서울병원(6명), 일산 동국대병원(20명),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강동 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등에 나뉘어 안치됐다. 이중 순천향 서울병원은 유족들의 시신 확인이 다 끝나지 않았으며, 빈소는 아직 차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시신의 신원 확인이 아직 끝나지 않아 가족의 생사를 파악하지 못한 실종자의 가족들이 직접 병원을 돌아다니며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순천향 서울병원 관계자는 “가족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한 문의전화가 계속해서 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순천향 서울병원을 찾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가족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복지부는 지자체, 의협(대한의사협회) 등과 협력해서 부상자분들이 조속히 일상생활에 복귀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을 점검해서 차질 없는 의료 지원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