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뜨자 진단서” vs “조사 받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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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착한 경영인이었나 안철수 원장이 CEO 시절 벤처비리 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사실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하지만 최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안 원장을 검찰에 고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착한 경영인 안철수’에 대한 원초적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몇 달 전부터 ‘안 원장이 CEO 시절 벤처비리 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유사 혐의로 조사를 받은 상당수 인사들이 사법처리됐지만 안 원장에 대한 조사는 여타의 이유로 무마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발에 이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일명 ‘안철수 검찰조사설’은 그간 안 원장이 강조해온 윤리경영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트레이드마크인 도덕성에도 큰 흠집을 남길 소지가 있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강용석 의원은 고발장을 통해 “안 원장이 지난 2000년 10월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장외 거래가가 최고 5만 원에 달하는 안철수연구소(안랩) 주식 186만 주를 주당 1710원에 인수해 최대 700억 원 상당 차익을 부당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BW를 통한 삼성SDS의 비상장주식 저가인수 행위를 예로 들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등의 선고를 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시세의 절반 가격에 인수했지만 안 원장은 시세의 25분의 1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 고발건에 대해 검찰은 17일 조사부에 배당, 수사에 착수했다.
BW를 둘러싼 문제는 안 원장의 기부행위는 물론이고 퇴임 전 직원들에 대한 주식배분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안 원장은 BW 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로 2002년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며 그 과정도 곧 밝힐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고발은 ‘CEO 안철수’에 대한 검증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일요신문>은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2002년 안철수 검찰조사설’이 나도는 내막을 추적해볼 수 있었다. 기자가 여의도 정보통과 사정기관, 과거 벤처업계 관계자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이른바 ‘CEO 안철수 검찰조사설’은 2002년 터진 이른바 ‘산업은행 간부-벤처기업 간의 부패 커넥션’ 사건(박스 참조)과 관련이 있었다. 산업은행 벤처투자팀장 K 씨의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K 씨의 주식거래 계좌에서 안랩 주식 13만 3000여 주를 발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K 씨는 자신이 투자를 진행한 회사들로부터 투자유치 등의 대가로 금품과 주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더욱이 K 씨는 산은 측이 안랩에 파견한 등재이사 신분이었다.
그렇다면 K 씨가 안랩 주식을 다량 보유한 것은 사실일까.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그 진실은 끝내 세간에 드러나지 않았고 이와 관련 안 원장이 구설에 오른 적도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 원장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사실 자체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로 남겨진 것이다. 당시 벤처비리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던 언론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모 일간지가 ‘보안 관련 유명 벤처업체인 A 사에 비상근 이사로 등재된 K 씨가 주식 13만 3000여 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검찰이 이를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단신으로 보도한 게 전부였다. 일부 소식통은 “당시 몇몇 기자들이 ‘알고 있지만 쓸 수 없어 답답하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일요신문>은 취재 과정에서 ‘안철수 검찰조사설’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각종 정황 및 증언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지 루머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정황들이 감지된 것이다. 벤처업계 출신의 한 인사는 “루트를 밝힐 순 없지만 K 씨 계좌에서 안랩 주식이 나왔고, 이와 관련 안 원장이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당시 검찰은 K 씨가 안 원장이 다량의 BW를 발행하도록 하는 데 일조한 의혹을 잡고 K 씨 개인계좌에 들어있는 주식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주변에 안 원장의 검찰조사 얘기가 떠돈 것은 사실이다. 당시 친분이 있는 검찰 관계자에게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떠벌일 일은 아니라고 판단해 함구해왔다”고 털어놨다.
이들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조사설은 안 원장과 K 씨 간의 부적절한 커넥션 의혹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의혹의 배경에는 안 원장이 2001년 안랩의 코스닥 상장 전 BW를 대량 발행한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안랩은 1999년 산업은행과 LG창업투자에서 각각 9억 원과 5억 원 등 총 14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였는데 이때 안랩의 회사가치는 50억 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BW 발행을 두고 업계는 물론 금융가에서도 말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한 금융전문가는 “안 원장이 자신의 BW 발행에 의해 지분을 늘리면 다른 투자자 지분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태로 외부 투자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했다. 정상적이라면 BW 발행을 잘 승인해주지 않는다. 제3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배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W 발행이 이사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산은 측이 안랩에 파견한 등재이사 K 씨가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회피·묵인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즉 K 씨의 계좌에서 다량의 안랩 주식이 발견된 것은 BW 발행 묵인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고서는 K 씨 개인계좌에서 13만 주가 넘는 주식이 나온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파견이사 개인 계좌에 1.9% 상당의 지분에 해당하는 주식이 들어있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설령 K 씨가 자기 돈으로 샀다 해도 안랩과 이해관계자 신분인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K 씨가 여러 업체로부터 돈이나 주식을 받아 챙긴 것을 확인한 검찰은 K 씨의 안랩 주식 보유 부분에 대해 집중조사를 진행했고 실제로 일정 부분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코스닥등록을 앞두고 행해진 안랩의 BW 발행을 놓고 당시 업계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 언론은 “도박판이 된 벤처업계에서 정직성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안철수연구소가 드디어 코스닥에 입성한다”고 보도한 뒤 “저가 BW 발행을 놓고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도덕성 시비에 민감한 안철수 사장이 왜 부정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같은 일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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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안철수연구소. | ||
이와 관련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는 “당시 몇몇 루트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검찰이 모든 정황과 혐의를 파악했으나 무마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조심스런 추측을 내놨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은 웬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무작정 불러들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한 정계 관계자의 얘기는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안 원장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이 추진·독려하던 IT정책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안 원장이 당시 정권하에서 얼마나 많은 특혜를 누려왔는지는 업계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안다. 다른 벤처 관계자들이 비리 혐의로 철퇴를 맞을 때도 안 원장은 피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충격적인 것은 DJ 정권 때 활동했던 브로커 C 씨로부터 ‘내가 안 원장을 빼주는데 정치적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까지 직접 들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와서 C 씨가 그 발언을 인정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안 원장과 자주 교류하던 국정원까지 움직였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와 만난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 역시 안 원장의 검찰조사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안랩 사외이사인 Y 변호사(현 안철수재단 중역)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Y 변호사는 당시 벤처비리 수사를 담당했던 S 부장검사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안 원장이 검찰에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 무렵 안 원장이 한 종합병원에서 진단서를 뗐다는 얘기를 병원관계자에게 들었다. 병명이 간염이었는데 진단서 상으로는 조사가 힘들 만큼 심각했던 것으로 들었다. 당시 검찰조사와 맞물려 간염 재발을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해 5월 한 일간지에 ‘2개월째 요양 중’이라는 안 원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더라”라고 전했다.
‘진단서’ 의혹과 관련된 또 다른 인물의 증언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누구나 알 만한 사회 유력인사가 한두 달 전쯤 과거 산업은행 K 씨 수사를 담당했던 핵심인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 수사관계자는 안 원장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수사할 당시 그 친구 몸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정치 못할텐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2002년 안 원장의 검찰수사와 관련된 일련의 주장들은 사실일까. 이와 관련 안랩 측은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2월 1일 기자와 통화한 안랩 관계자는 “당시 벤처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업체 대표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근거 없이 뱉은 얘기가 루머로 와전된 것 같다. 당시 한 수사관이 비리를 캐내는 과정에서 윽박지르면서 ‘안철수도 조사받았다’는 식으로 얘기했나 보더라. 하지만 안 원장은 K 씨 비리와 무관하고 조사받은 것도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항시 원칙대로 투명경영을 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안 원장이 비리에 연루된 적도 없거니와 검찰조사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 씨가 당시 파견이사였던 것은 맞지만 그의 개인 계좌에 안랩 주식이 있었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확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또 진단서 제출 등 안 원장 검찰조사와 관련돼 추가로 제기되는 의혹들도 검찰조사 자체가 사실이 아니기에 당연히 사실무근이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안 원장 검찰조사설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은 안랩 측의 주장대로 거짓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확산된 것일까. 진위 여부를 떠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범야권 대권 1순위로 부상한 안 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신호탄이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은 2월 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은 재산형성, 보유주식, 회사설립 및 투자유치, 코스닥상장, 배당, 주가상승, 회사실적, 정부지원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시작은 그가 과연 정직하고 깨끗한 CEO였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현재의 안철수를 만든 시초는 CEO 시절부터 쌓아온 청렴하고 깨끗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제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화두가 던져졌다. ‘안철수는 과연 착한 경영인이었을까’.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검찰 ‘벤처 비리와의 전쟁’ 복기
100여 명 내사…안철수 ‘독야청청’
안철수 검찰조사설의 진원지는 2002년에 터진 ‘산업은행 간부-벤처기업 간의 부패 커넥션’ 사건이다. 지난 2002년 1월 벤처업계들로부터 거액의 사례금을 받은 산업은행 벤처투자팀장 K 씨가 구속되면서 사건은 수면위로 부상했다. K 씨는 J 사 등 4곳의 벤처기업으로부터 산은 벤처투자 유치를 해준 대가로 금품과 주식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에 추징금 11억 9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K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벤처기업 대표들도 줄줄이 구속됐다.
당시 벤처업계에선 투자유치와 상장, 벤처기업 지정 등과 관련해 국가 유관기관 및 금융기관 등에 대한 로비가 횡행했다. 즉 벤처업계의 탈·불법이 도를 넘어선 상황으로 검찰이 사활을 걸고 벤처비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시기였다. 이 와중에 터진 ‘산업은행 간부-벤처기업 간의 부패 커넥션’은 벤처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당시 K 씨의 계좌에서 10억 원 상당의 뭉칫돈이 추가로 발견되자 검찰은 다른 벤처업체 비리와 관련성을 두고 돈의 출처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했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때 검찰은 100여 명에 달하는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 방위적으로 내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비리에 얽힌 상당수가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안 원장은 예외였다. 화려한 스펙과 열정으로 일궈낸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IT보안업계를 주름잡던 안 원장이 독야청청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도 벤처업계에 만연하던 숱한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향]
100여 명 내사…안철수 ‘독야청청’
안철수 검찰조사설의 진원지는 2002년에 터진 ‘산업은행 간부-벤처기업 간의 부패 커넥션’ 사건이다. 지난 2002년 1월 벤처업계들로부터 거액의 사례금을 받은 산업은행 벤처투자팀장 K 씨가 구속되면서 사건은 수면위로 부상했다. K 씨는 J 사 등 4곳의 벤처기업으로부터 산은 벤처투자 유치를 해준 대가로 금품과 주식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에 추징금 11억 9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K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벤처기업 대표들도 줄줄이 구속됐다.
당시 벤처업계에선 투자유치와 상장, 벤처기업 지정 등과 관련해 국가 유관기관 및 금융기관 등에 대한 로비가 횡행했다. 즉 벤처업계의 탈·불법이 도를 넘어선 상황으로 검찰이 사활을 걸고 벤처비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시기였다. 이 와중에 터진 ‘산업은행 간부-벤처기업 간의 부패 커넥션’은 벤처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당시 K 씨의 계좌에서 10억 원 상당의 뭉칫돈이 추가로 발견되자 검찰은 다른 벤처업체 비리와 관련성을 두고 돈의 출처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했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때 검찰은 100여 명에 달하는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 방위적으로 내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비리에 얽힌 상당수가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안 원장은 예외였다. 화려한 스펙과 열정으로 일궈낸 성공신화를 기반으로 IT보안업계를 주름잡던 안 원장이 독야청청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도 벤처업계에 만연하던 숱한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