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입주자 어찌하오리까

소득공제하면 월세 올린다!

▲ 유장훈 기자 [e-mail]

회사원 황 아무개 씨(27)는 얼마 전 집주인이 갑자기 월세를 5만 원 올리면서 청소비 명목으로 5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매달 10만 원이나 되는 추가금액이 부담이었던 황 씨는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러 가서 뜻밖의 대답을 듣고 돌아와야 했다. 국세청에 왜 주택임차료(월세) 소득공제 신고를 했느냐는 것. 황 씨가 한푼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했던 일은 결과적으로 계획에 없던 이사로 이어지게 됐다.

주택임차료 소득공제는 지난 2009년 2월부터 근로소득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세에 대해 국세청에 신고하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시행 후 3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소득공제 이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대업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득이 밝혀지는 것이 꺼려진다”며 “때문에 계약을 할 때 대부분 소득공제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구두약속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대학 2학년에 올라가는 김 아무개 씨(20)는 “부모님과 함께 집 계약을 할 당시 집주인이 소득공제는 해봤자 몇 만 원 안 된다며 신고를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어머니가 그래도 신고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니 주인은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임차인이 자기 권리를 주장할 경우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를 구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정부 기관들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들마저도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민원을 회피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그런 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문제일 뿐 아무런 해결 방법이 없다”면서 “특별히 담당하는 부서도 없다”고 밝혔다.

박상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