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개봉 5일 100만 그쳐…인기 캐릭터 빠진 ‘페이즈4’ 재미 없고 어렵다는 반응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동력 잃은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는 2018년 ‘인피니트 워’로 1123만 관객을 모았고, 이듬해 ‘엔드게임’으로 1397만 관객을 모으며 정점을 찍었다. 아울러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의 퇴장은 10년 동안 이 시리즈를 챙겨 봤던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마블 측은 호기롭게 ‘페이즈4의 시작’을 외쳤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의 성적표를 보면 웃음 짓기 어렵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연이어 개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뚫고 포문을 연 ‘블랙 위도우’의 관객은 296만 명이다. 당시 사회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수치지만, 기존 마블 시리즈의 흥행 성과와 비교했을 때는 아쉬움이 크다. 이어 개봉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는 174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배우 마동석의 참여로 화제를 모은 ‘이터널스’는 국내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동석이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미국 LA에서 열린 공식 프리미어 상영 레드카펫에 함께 선 모습은 달라진 한국 배우의 위상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흥행과 직결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305만 관객을 모으고 퇴장했다.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내세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755만 명을 동원하며 지난해 연말 박스오피스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어 올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직후 개봉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88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다시금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그 열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7월 개봉한 ‘토르: 러브 앤 썬더’가 27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최근 관객과 만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개봉 닷새 만에 겨우 100만 고지를 밟았다. 토르 시리즈의 전작인 ‘토르: 라그나로크’(2017)는 485만 명, 블랙팬서의 등장을 알린 ‘블랙팬서’가 540만 관객을 동원했던 것을 고려할 때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물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등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동시에 세대교체를 알린 시리즈의 흥행 실패는 뼈아프다. 여전히 페이즈3에 기댄 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관객은 등을 돌릴까
극장가의 파이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팬데믹이다. 불특정 다수와 밀폐된 공간에서 2시간가량 함께하는 관람 행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대중은 극장행을 꺼렸고, 그 사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이 대거 등장하며 시청 행태가 바뀌었다. 또한 지난 2년 사이, 극장이 세 차례 관람료를 올리며 티켓값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저항도 커졌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마블 시리즈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린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가 1269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재미있는 영화는 된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블 시리즈의 인기가 줄어든 것은 ‘재미없는 탓’이다.
인기 캐릭터가 대거 빠졌다는 것은 예상 이상으로 여파가 컸다.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는 페이즈4에 등장하지 않고, ‘블랙팬서’는 타이틀롤을 맡았던 배우 채드윅 보스먼의 죽음으로 인한 빈자리가 크다는 것도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흥행 부진을 통해 입증됐다. 한 영화 관계자는 “2008년 ‘아이언맨1’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그 성장을 지켜봤던 팬들이 아이언맨의 퇴장과 함께 같이 퇴장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들을 새로운 이야기로 유입시키기 위한 동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미’보다 ‘의미’에 방점을 찍는 마블의 전략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마블 시리즈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이며 방대한 서사를 한 바구니에 넣고 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페이즈1~3에서는 이를 강요하는 느낌이 적었다. 각각의 독립 히어로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를 엮는 과정에서 평화, 환경, 군축, 인종 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였다. 관객 역시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페이즈4로 접어들며 마블 시리즈는 “어렵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히어로 무비로서의 볼거리와 재미는 줄어들고 있는데, 그 안에 다양한 사회적 시사점을 넣는데 바쁜 모양새다. ‘이터널스’는 지나치게 철학적인 주제를 던졌고,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역시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흥행을 일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상대적으로 이런 의미를 앞세우기보다는 재미 자체에 충실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마블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층이 원하는 것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상업적인 블록버스터를 보기 원하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만 강요한다면 관객이 극장을 떠나는 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