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류가현 갤러리에서 열려
1991년 문화일보 창간과 함께 입사한 김 작가는 내년 봄 정년을 앞두고 있는 현역 사진기자이자 30년 넘게 바다를 나들며 바닷 속 풍경과 생명들을 촬영해온 수중사진 전문가다. 1994년 충북 보은군 대청호에서 처음 발견된 민물해파리를 보도했고, 2002년에는 강원도 양양 앞바다 인공어초의 사계절을 취재 보도해 한국보도사진상을 수상했다. 또한 수중사진 전문가로서 웹사이트를 통해 ‘렌즈 속 바다’라는 제목으로 수중사진을 연재하고 있다.
김 작가의 딸 안나는 십대 시절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안나는 홀로 된 아빠, 여동생과 함께 큰 아픔을 이겨내며 잘 자라 미국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은 성악이었다. 또한 그날그날의 감정을 일기처럼 그림으로 그리기는 것을 즐겼다. 그런데 안나는 2018년 스물다섯 번 째 생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엄마 곁에 묻혔다.
이번에 김 작가의 사진과 함께 전시되는 안나의 그림 20점은 바로 그가 스케치북에 그날그날 감정을 일기처럼 그려 놓은 그림들이다. 오랜 기간 천착해 온 사진들을 생애 처음으로 정리해 내보이는 전시회를 마련하며 김 작가는 그 공간에 딸의 자리도 함께 만들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딸 안나가 잠시라도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시 1관에는 안나의 그림 20점, 전시 2관는 김 작가의 사진 50여 점이 걸린다. 김 작가의 사진은 제주 서귀포의 작은 섬 ‘문섬’ 아래, 떼를 이루고 살아가는 생명들을 담은 바닷 속 풍경이다.
산란 중인 바다생물들의 고귀한 순간들부터 알에서 깨어 작은 몸짓으로 바다에 숨을 틔워가는 어린 생명들까지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김호웅 작가는 “내가 목도한 부화와 탄생의 경이로운 순간이자, 안나의 아빠로서 그가 다시금 미소 지을 수 있게 한 감동과 치유의 순간”이라고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을 설명했다.
작가의 말을 통해 김 작가는 “2018년 12월 1일 큰딸이 아무런 말도 없이 엄마 곁으로 떠났다. 얼마나 하늘을 원망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시간도 약이 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라며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에서 수중촬영을 했다. 문섬은 옆에 작은 새끼 섬을 끼고 있는데 마치 부모와 자식이 마주 보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황홀한 색감과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문득 문섬 아래 바닷 속이 딸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역동성을 때론 고요함을 두루 지닌 딸이었다”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사진전과 함께 수중사진을 활용한 탁상달력도 제작했다. 사진과 달력 판매 등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금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가장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이런 결심 역시 볼리비아의 가난한 소년에게 오래도록 정기후원을 했던 딸 안나의 마음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