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견공’ 하나 열 사업 안부럽다
▲ 얘가 7억짜리 셰퍼드 50만 유로(약 7억 5000만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셰퍼드 ‘오버’. 사진출처=<슈테른> |
지난해 9월 독일 뉘른베르크 스타디움. 이른 아침 경기장 주변으로 고급 승용차 수천 대가 속속 도착했다.
이날 FC 뉘른베르크의 홈구장을 찾은 사람들은 축구팬들이 아니었다. ‘셰퍼드 전람회(BSZS)’에 출전한 ‘저먼 셰퍼드’들을 보기 위해 멀리 중국, 일본, 파키스탄, 브라질, 인도, 과테말라, 걸프만 등지에서 날아온 셰퍼드의 잠재적 견주들이었다. 이날 전람회에 참석한 VIP들 가운데에는 ‘중국셰퍼드협회’ 회장인 천진페이도 있었다.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400대 갑부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이날 전람회에 1만 달러(약 1100만 원)를 후원한 큰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일명 ‘셰퍼드 갑부’로 불리는 리옌(35)도 있었다. 1년에 한 번 독일을 방문해서 셰퍼드 시장을 둘러보곤 하는 그는 현재 ‘셰퍼드 전문가’로 중국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셰퍼드로 돈방석에 앉은 그는 이날도 전람회가 끝난 후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두 마리를 구입했다. 선양 외곽에서 종견 사육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셰퍼드는 모두 15마리. 여섯 명의 사육사들이 전문적으로 셰퍼드를 돌보고 있으며, 곧 40만 유로(약 6억 원)를 들여 사육장을 새로 건립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리옌이 구입한 셰퍼드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셰퍼드는 무려 16만 유로(약 2억 4000만 원)다.
▲ 선양에서 셰퍼드 사육장을 운영하는 리옌. 사진출처=<슈테른> |
사정이 이러니 셰퍼드의 몸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 현재 ‘셰퍼드 전람회’에 출전해서 우승을 한 셰퍼드는 최고 50만 유로(약 7억 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선양의 한 사육사가 입은 ‘2009년 셰퍼드 전람회’ 엠블럼이 박힌 재킷. 사진출처=<슈테른> |
단, 셰퍼드협회의 규정상 수컷 셰퍼드 한 마리가 교배할 수 있는 횟수는 독일 내에서는 1년에 60회, 그리고 독일 외 국가에서는 30회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1년에 70회를 교배한다고 가정할 경우, 종견 한 마리가 벌어들이는 연수입은 3만 5000유로(약 5200만 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육사들은 보통 4~5마리, 혹은 그 이상을 소유하고 있고, 족보가 훌륭할수록 가격이 배로 뛰기 때문에 실제 이들이 셰퍼드로 벌어들이는 연수입은 수십만 내지는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셰퍼드를 매매하는 것이다. 셰퍼드의 가격은 나이, 혈통에 따라 다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전람회 ‘수상 경력’이다. 전람회에 나가 우승할 경우 셰퍼드의 몸값은 순식간에 수십만 유로대로 훌쩍 올라간다.
하지만 근래 들어 심사위원과 사육사가 뒷거래를 통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등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독일셰퍼드협회와 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슈테른>은 지적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