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명령이니, 매일 고기만 먹어라”
▲ 나카지마 도모코의 3년 전(왼쪽)과 최근 사진. 활동을 중단한 동안 체중이 많이 불어난 모습이다. 사진출처=<후지신문> |
2~3년 동안 활동을 멈춘 나카지마는 지난 6개월간 계속해서 월세를 밀려오다가 올 초 집주인에게 소송을 당했다. 나카지마는 재판에 나가기를 거부하며 “집에 도둑이 들었다. 경시총감과 이야기를 잘 마무리했다”는 등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증상을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나카지마는 본인 명의로 빌린 도쿄 시부야 소재 고급아파트 두 채 중 한 채에서 동년배 여자 점쟁이와 생활하고 있고, 맞은 편 한 채는 점쟁이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 요즘에는 수도세와 전기세 납부조차 밀려 물과 전기가 끊길 위기에 놓였다. 그녀는 매일 집 안에만 틀어 박혀 있는데 무려 일주일 이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친구나 동료와 연락을 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모가 집에 찾아가도 만나지 않고 있다.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명 ‘나카지마 세뇌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나카지마는 1993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을 맡는 등 배우로 승승장구한 인물. 빼어난 미모와 연기력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재치 있는 말솜씨를 뽐내며 그간 각종 인기조사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그런데 나카지마가 2008년경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바로 점쟁이를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당시 실연의 상처와 단짝 콤비와의 갈등으로 고민이 깊던 나카지마는 자주 가던 술집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점쟁이와 술을 마시며 친해졌다. 둘은 이내 마음을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했는데 이때부터 나카지마는 기이한 행동거지를 보여 주변을 아연실색케 했다.
단적인 게 외모의 변화다. 워낙 날씬하고 몸매가 예뻐 유방암 근절 캠페인 모금의 일환으로 2008년 여름에는 세미누드 사진까지 찍었을 정도다. 하지만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9년 초에는 몸무게가 약 20㎏나 늘었다. 공식석상에는 매번 청색이나 검정색 등 어두운 계열의 옷만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로 나타났다. 사적인 자리는 매번 같은 옷을 빨아 입지 않고 나오는 일도 허다했다.
촬영장에서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던 그녀는 말수도 확 줄었다. 그러다가도 자신과 함께 사는 점쟁이에 관련된 화제가 나오면 수다를 떨었다. 예를 들어 “점쟁이가 오늘은 민트향이 잘 받는 날이니 껌을 씹어라”고 알려줬다고 점쟁이 자랑을 일삼았다. 한번은 친한 동료를 집으로 초대한 뒤 “나른하다”며 손과 얼굴에 투명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고 침대에 누워 천정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 친구는 “그 형상이 하도 괴이해 약물중독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런 모습을 보인 탓에 나카지마가 고정출연 프로그램을 하나둘씩 하차했고, 그럴 때마다 점쟁이의 재산은 오히려 불어났다. 오이타현에 있는 점쟁이 고향집은 원래 빚으로 저당이 잡혀 있었는데, 요사이 저당이 말끔히 없어졌다고 한다. 또 동네사람들은 몇 년 전부터 명절 때마다 가구나 가전제품을 최신형으로 통째로 바꾸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대체 이 점쟁이는 어떤 사람일까? <주간문춘>에 의하면 이 여성은 연예정보지에서 잠깐 일을 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그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연예인들이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이나 바에 드나들며 점을 봐줬다고 한다. 점괘가 곧잘 맞아 몇몇 연예인들과 절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허풍이 너무 심해 이내 이들과 멀어지곤 했다. 이를테면 자기가 고이즈미 전 총리나 일본 축구팀 대표 나카타 히데토시 선수의 점을 봐줬다고 말했다. 또한 “실은 난 일왕의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의 첩”이라고 말하곤 했다.
경찰은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범죄사실의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종류의 사기꾼들은 결코 자신이 먼저 나서서 금품을 달라고 하거나 헌금을 받지도 않고, 상대가 스스로 알아서 모든 것을 주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세뇌 문제를 연구해온 한 종교학자는 사기꾼 종교인들이 대상을 미리 물색해놓은 다음에 호의를 보이며 접근해 신뢰를 얻는다고 분석한다. 이를 ‘러브 샤워(Love Shower)’라 한다. 즉 애정을 쏟아 부어 상대의 경계를 늦추는 것이다. 정신치유나 자기계발 세미나 등을 열어 참가자들 중 먹잇감을 찾기도 한다. 실제 일본 연예계에는 가짜 종교인이 개최하는 모임에 꼬박꼬박 나가는 연예인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꾼 점쟁이는 타깃이 점차 자신에게 기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의 말과 행동을 제어한다. 예컨대 처음에는 ‘신의 계획’이라며 소소한 지시를 내린다. “오늘 점심은 신이 말씀하시길 어느 식당으로 가라고 한다”는 식이다. 시간이 지나면 “거듭나기 위해 온몸의 털을 다 깎고 매일 고기만 먹어라”는 등 어이없는 명령을 내린다. 피해자는 이런 것을 일일이 지키는 사이 어느새 세뇌를 당하며,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죄다 해결해달라며 알아서 돈을 싸들고 가서 바친다.
사회학자들은 연예인 세뇌사건의 배경으로 개인적으로 암암리에 활약하는 소위 연예인 전문 ‘프리랜서형 사기꾼 종교인’이 늘었다고 짚고 있다. 1995년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사태 후 일본 내에서 신흥종교 조직 등에 대한 경각심이 부쩍 높아져 조직적으로 일반인 다수를 포섭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연예인을 노리는 이유는 성공해서 재산이 어느 정도 있지만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연예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거나 주변과 비교적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 성실하고 자존심도 강하나 상대적으로 자신의 성공에 대한 평가는 낮은 사람들이 가장 취약하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