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인터파크 등 인수하며 거대 플랫폼화 vs ‘여기어때’ 최저가 보상 내세우며 맞불
#야놀자+인터파크로 락인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풍선효과로 국내여행과 호캉스가 인기를 끌었고 그 영향으로 야놀자의 매출도 크게 올랐다. 국내 여행 시장에서 꾸준히 인지도를 넓혀온 야놀자는 항공권 예약과 각종 티켓 판매에 강점을 가진 인터파크를 인수하며 사업 확대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권 발권량 1위인 인터파크는 항공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이외에도 야놀자는 트리플과 데일리호텔을 인수합병 하면서 항공권 예약부터 현지 호텔과 티켓 예약, 패키지 상품까지 4개 플랫폼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외 호텔과 해외여행 상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며 판로를 글로벌로 넓혀가겠다는 의도다.
국내 숙박 예약 중심이었던 플랫폼에서 항공을 비롯해 쇼핑과 티켓, 패키지여행으로까지 사업 분야를 넓힌 이유는 해외여행 시장으로의 사업 확대에 목적이 있다. 국내 이용자가 1500만 명에 이르는 야놀자는 국내 숙박 시장 점유율로만 보면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해외 시장 확대에 유리한 고지가 됐다.
익스피디아, 부킹홀딩스,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의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들의 취소‧환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CS(고객 서비스)가 약한 틈을 타 야놀자는 매일 새벽 3시까지 고객상담센터를 운영하며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글로벌 OTA와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결제 단계에서 세금이 추가되는 해외 OTA에 비해 처음부터 세금 포함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기존의 국내 숙박 이용 고객의 이용 경험을 해외로 확대해 고객을 ‘락인(Lock-in)’ 하겠다는 것. 락인효과란 자물쇠효과라는 뜻으로 한번이라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이용하게 되면 다음에도 기존에 쓰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높고 다른 유사 상품이나 서비스로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락인은 플랫폼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다. 때문에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소비자의 첫 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당장은 손해가 나더라도 소비자를 락인 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다. 최저가 보상제도 락인 전략의 일종이다. 이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영향을 끼쳐 장기적인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
인터파크의 항공권 고객이 이후 해외여행 상품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기간 출혈을 해서라도 항공권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로 일단 선점한 고객을 통해서는 상품 다변화를 통해 매출 다각화를 이룰 수 있다. 할인쿠폰과 포인트를 비롯해 간편결제 시스템도 고객의 락인을 부추긴다.
야놀자는 인수합병한 4개의 플랫폼을 통해 항공권, 패키지, 해외숙박, 레저·교통까지 다 잡겠다는 심산이다. 야놀자가 인수한 인터파크는 출·귀국 항공사가 달라도 최적화된 조건으로 검색·구매 가능한 ‘믹스 왕복항공권’이 출시 4달 만에 8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놀자는 2021년 7월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로써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데카콘’ 기업으로 평가 받게 됐다.
비전펀드의 야놀자 투자는 국내에서 쿠팡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투자다. 야놀자는 투자금 사용처에 대해 글로벌 사업 확대와 기술력 증진을 꼽은 바 있는데, 비전펀드가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을 조건으로 야놀자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업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야놀자 상장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다.
야놀자가 쿠팡에 이어 2023년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기의 해외시장 선점도 중요해졌다. 상장을 위한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경쟁업체인 여기어때의 점유율(25%)을 뺏어오는 것도 필요해졌다.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이유다.
야놀자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이미 2019년 객실관리 시스템(PMS)을 제공하는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해 동남아 숙박시장에 뛰어들었고, 그에 앞서 또 다른 PMS인 가람정보시스템과 씨리얼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야놀자의 글로벌 PMS 시장 점유율은 오라클에 이어 세계 2위다.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도 예의주시
여기어때도 최근 본격적으로 해외여행 사업에 뛰어들며 맞불을 놨다. 여기어때는 해외여행 플랫폼인 ‘온라인투어’를 인수하면서 한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 근거리 여행 수요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일본과 베트남에 집중된 상품은 경쟁사보다 20~3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어때는 가장 저렴한 가격이 아니면 최대 200%까지 차액을 보상하는 ‘최저가 보상제’까지 도입했다. 야놀자의 인터파크 역시 구매한 항공권이 최저가가 아닐 경우 차액을 100% 보상하는 ‘해외 항공권 최저가 보상제’를 연말까지 진행하겠다고 먼저 밝힌 바 있다. 양사의 해외여행 초저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어때 역시 2022년 5월 해외항공서비스를 출시했다. 7월부터 시작한 해외숙소 예약 서비스도 매월 2배 이상 성장세라고 밝혔다. 올해 3분기까지 총 거래액도 1조 원을 넘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성장해 본격적으로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는 양사는 당분간 출혈경쟁을 감안하고라도 해외여행 서비스 확대에 주력할 전망이다. 같은 시기에 해외로 진출하는 숙명의 라이벌이 벌이는 또 다른 전쟁이다. 전통적으로 해외여행 시장을 주도했지만 주로 오프라인이나 전화 예약, 홈쇼핑 판매 등에 강했던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도 온라인 플랫폼 기반인 양사의 해외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야놀자나 여기어때의 타깃이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사와는 좀 다른 면이 있지만 기존 패키지 여행사들 역시 최근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MZ세대를 잡고 싶어 하는 만큼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해외시장 진출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