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요 시장 기대보다 회복 느리고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1위 입증 숙제…하나투어 “내년엔 턴어라운드”
올해 3분기 하나투어는 연결기준 매출 374억 원, 영업손실 21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5.3% 증가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297억 원과 3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영업손실 축소 규모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11월 9일 하나투어 목표가를 기존 7만 3263원에서 5만 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손실 규모가 예상치를 15%나 웃돌았다는 이유에서다.
하나투어 대주주인 IMM PE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실적이 부진하면서 주가 흐름이 신통치 못하기 때문이다. IMM PE는 2019년 12월 하나투어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약 1300억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3월 IMM PE는 주당 5만 5500원에 232만 3000주를 매입해 지분 16.67%를 확보하며 하나투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하나투어 주가는 지난 3월 여행 수요 회복 기대감에 8만 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5만 2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차익 실현을 노리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실적 개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가 상승이 중요하다. 대주주가 된 IMM PE가 하나투어 기존 경영진과 공동 경영에 나선 이후,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진 않았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자회사 청산 등을 통해 영업 효율화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주)하나샵, (주)월디스투어, 스탸숍앤라인 등 8개 자회사를 청산했다. 올해는 해외 현지에서 여행 사업 확장을 위해 뒀던 호주, 싱가포르, 캄보디아, 이탈리아 여행알선서비스 자회사 네 곳을 청산했다.
비효율 사업부는 과감히 정리했다. 하나투어의 자회사 마크호텔은 올해 3분기 중 영업이 종료됐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무악화, 임대인의 부동산 매매계약 진행에 따라 영업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마크호텔의 2분기 매출은 30억 원, 반기순손실은 5억 2600만 원이었다. 그에 앞선 2020년 3월 하나투어는 SM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특허권을 모두 반납하면서 영업을 중단했다.
완연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여러 자회사를 청산했지만 기본적인 고정비를 커버할 정도로 여행 수요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과 지난해 하나투어의 영업손실은 1149억 원, 1273억 원이다. 적자가 이어지며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나투어의 부채비율은 388.79%로 2분기(297%) 대비 늘었다. 현재 하나투어의 신용등급은 ‘BBB0’으로 비우량한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나투어의 유의미한 실적 개선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흑자까지는 바라보지 못하더라도 턴어라운드는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됐고 지방 노선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의 본업인 여행알선서비스 사업부문 비중은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 즉 여행 사업에서의 성과가 실적을 크게 좌우한다.
관건은 하나투어가 정상화되는 여행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드러내느냐다. 하나투어는 패키지 상품에 주력하는 종합여행사 중에서는 1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 숙박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국내 1, 2위 OTA(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 업체들이 패키지 상품, 자유여행객을 위한 항공권과 숙박권 전용 상품을 판매하며 해외여행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야놀자가 인수한 인터파크는 11월 11일부터 연말까지 구매한 항공권이 최저가가 아니면 차액을 100% 보상하는 ‘해외 항공권 최저가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어때도 해외여행 상품이 최저가가 아니면 최대 200%까지 차액을 보상하는 ‘해외여행 최저가 챌린지’를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여기어때는 해외여행 플랫폼 온라인투어를 인수하며 해외여행 시장 진출을 알렸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하나투어보다는 자금 면에서 여유가 있다. 지난해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영업이익은 각각 536억 원, 155억 원이었다. 야놀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9억 7560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8% 감소했으나,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스타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증권업계 관계자는 “야놀자가 상장을 통해 자금을 더 마련하면 여행 시장에서의 지배력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위기감에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하나투어가 플랫폼 기업에 인수되는 게 오히려 낫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올해 초 야놀자가 하나투어 지분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잠잠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나투어와 야놀자는 상품 판매 관련 포괄적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비슷한 시기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제휴 관계는 끝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나투어는 디지털 플랫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가급적 MZ세대 등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테마 여행 상품을 더욱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또 앱 중심의 예약 및 상품 결제가 가능한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를 서로 비교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 업계 앞날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리라 기대하고 있다. 중국, 홍콩 등 중화권 국가들이 개방되면 해외여행 시장 회복세는 더욱 급격하게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주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리라 본다”며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항공과 호텔 등 결합 상품 등을 통해 새로운 여행 시장을 개척 중이다. 단체 쇼핑을 빼고 로컬 맛집 식사 등을 포함한 새로운 패키지 상품도 내놓았다. 최근엔 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를 변경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