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세력에 ‘경고메시지’ 날렸다
▲ 전·현 정권과 재계를 겨냥한 이번 중수부 수사는 표적수사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흔적이 엿보인다. 정권이 끝나기 전에 뭔가 보여줘야 하는 한상대 검찰총장(사진)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말도 돌고 있다. 김미류 인턴기자 kingmeel@ilyo.co.kr |
중수부가 위치한 대검찰청 10층은 요즘 긴장감이 감돈다.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여러 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 1과는 노정연 씨 미국 아파트 매입 의혹을, 중수 2과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역외 탈세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또한 중수부가 지휘하는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이상득 의원이 프라임 저축은행으로부터 퇴출 로비를 받았다는 첩보에 대해 확인 중이다. 하이마트 수사는 일단 선 회장 개인 비리에 국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중수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정·관계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한 대검 관계자는 “세 건 모두 민감하고 폭발력이 있다. 지금 언론에서 거론되는 얘기들 이외에 또 다른 것들이 나올 수 있다. 한상대 총장이 수시로 수사상황을 보고받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보안유지도 철저하다. 검찰 관계자들조차도 10층 출입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 수뇌부는 이번 수사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증거들을 상당부분 확보해 혐의 입증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정연 씨와 선종구 회장 등에 대한 수사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놓고 법조계 주변에선 “미리 짜맞춰놓은 각본대로 수사를 하니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한다.
어찌됐건 검찰은 최대한 실적을 내겠다는 각오다. 앞서의 대검 관계자는 “중수부를 향한 비난이 큰 게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사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수사로서 존재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고대 후배인 한상대 총장으로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중수부 수사들에 한 총장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번 수사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수사다. 전·현 정권, 재계까지 모두 조준하고 있다”면서 “표적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우선 노정연 씨 수사의 경우 검찰이 총선을 앞둔 지금 왜 해묵은 파일을 끄집어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관련 의혹들에 대해 꾸준히 자료를 모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얼마 전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 것이지 그 가족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 것이 아니었다”고 언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 씨의 13억 밀반출 의혹 역시 그중 하나다. 검찰 측은 지난 1월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대표의 의뢰로 노 씨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노 씨에 대한 수사가 통상 다른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검찰이 이미 상당한 자료들을 축적해놨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이번 노 씨 수사에 대해 “정치검찰의 선거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3년 전에 종결된 사건을 보수 단체가 의뢰하자 검찰이 즉각 수사를 시작했다. 각본이 있는 의도된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노 진영의 송호창 변호사 역시 “2009년 정연 씨의 해외부동산 매입 사건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다고 발표한 검찰이 총선을 앞둔 지금 이를 다시 꺼내는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선거로 흐르고 있는 지금 총선의 줄기를 바꾸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가 있고, 그런 의문이 제기되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사할 생각이 있더라도 총선이 끝나고 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이러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노 씨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선 야권의 신주류로 떠오른 친노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급부상한 친노 인사들은 ‘검찰 개혁’을 최우선 기치 중 하나로 내걸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던 한 대표는 4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직비리 수사처 설치, 중수부 폐지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사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대중 정부 때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됐던 전직 무기중개상 김영완 씨를 해외에서 불러 조사를 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검찰이 박지원 최고위원을 겨누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유력한 당권주자이자 검찰 개혁을 부르짖던 박 최고위원을 잡기 위해 김 씨를 조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치르고 난 뒤 박 최고위원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고 친노 세력이 강화되자 검찰이 ‘타깃’을 김영완 씨에서 노정연 씨로 돌렸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검찰이 이를 갈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검찰 개혁을 외치는 의원들에 대한 내사와 소환통보가 선거개입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공문을 검찰에 보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우윤근 법사위원장도 “검찰의 선거 방해 의도가 있다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비리 합수단이 이상득 의원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정치권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상득 의원은 의문의 돈 7억 원이 발견됐는데도 서면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주성영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정치공작의 냄새가 진하다”고 주장했다. 대검 관계자도 “정치적 고려를 했다고 보는 게 맞다. 여권 최고 실세인 이 의원을 수사하는 만큼 야권이 표적 수사 운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전했다.
또한 검찰이 이 의원 수사를 통해 내부 달래기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그동안 이 의원을 비롯한 정권 실세 수사를 놓고 실무진과 수뇌부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윗선에서도 무턱대고 봐주기 수사를 고집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기류에 대해 청와대 인사들은 “검찰에 말발이 안 먹힌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검찰은 정치 상황에 생리적으로 민감한 조직이다. 특히 임기 말은 더욱 그렇다. 지금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가 손쓸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털어놨다.
중수부가 하이마트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을 놓고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 최고 수사 인력이 집결한 중수부가 직접 하기엔 ‘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은 당초 총선 전까진 대기업 사정을 자제한다는 내부 방침도 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중수부 측은 선종구 회장 비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이금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번 수사는 금융당국에서 받은 탈세 첩보를 바탕으로 선 회장 개인비리를 살피는 것이다. 현재로선 정치권 로비와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하이마트 수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은 후 2~3개 기업에 대해 추가적으로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는 “대기업 수사가 잘 되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다. 중수부 폐지론이 가라앉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새누리당 입조심 경계령
“사방에 스파이”
최근 새누리당의 한 친이 의원은 다소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동료 정치인 및 기자들과의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는데, 며칠 뒤 그 내용이 고스란히 여의도 주변에서 돌았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참석자 중 일부가 얘기하고 다녔을 수도 있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누군가 마치 녹취를 해서 퍼트린 것 같았다. 박 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박 위원장 귀에도 들어가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점심 식사를 하면서 무심코 건넸던 박 위원장 관련 얘기가 나돌아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그는 친박 의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 위원장에게 꼭 전해 달라”며 해명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당시 기자는 물론 친박 인사도 없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몇 마디 했는데 그 말을 박 위원장도 들었다고 한다”면서 “그 이후에 지인들에게 공천을 앞두고 특히 말조심 하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자 새누리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과 관련된 발언을 되도록 삼가는 기류가 역력하다. 한 현역 의원은 기자에게 “주변에 스파이가 넘쳐난다”면서 “지금 이 말도 새어나갈까 걱정된다”며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박 위원장이 사람을 심거나 녹음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박 위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주변에서 과잉 충성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박 인사들도 “일부러 (박 위원장 관련 얘기를) 수집하진 않는데 여러 통로를 통해 올라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위원장 주변에선 이러한 발언들을 적절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박근혜 마케팅’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친박’을 골라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지난 1월경 겉으로는 친박인 척하면서 술자리에서 박 위원장을 험담하다 도마에 오른 인사가 있었다. 같이 있던 참석자가 귀띔해 줘서 알았다”면서 “공천을 앞두고 이런 얘기가 하루에도 여러 번 들린다. 이 중엔 근거 없는 비난도 있겠지만 박 위원장이 잘 걸러서 들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
“사방에 스파이”
최근 새누리당의 한 친이 의원은 다소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동료 정치인 및 기자들과의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는데, 며칠 뒤 그 내용이 고스란히 여의도 주변에서 돌았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참석자 중 일부가 얘기하고 다녔을 수도 있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누군가 마치 녹취를 해서 퍼트린 것 같았다. 박 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박 위원장 귀에도 들어가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점심 식사를 하면서 무심코 건넸던 박 위원장 관련 얘기가 나돌아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그는 친박 의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 위원장에게 꼭 전해 달라”며 해명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은 “당시 기자는 물론 친박 인사도 없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몇 마디 했는데 그 말을 박 위원장도 들었다고 한다”면서 “그 이후에 지인들에게 공천을 앞두고 특히 말조심 하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자 새누리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과 관련된 발언을 되도록 삼가는 기류가 역력하다. 한 현역 의원은 기자에게 “주변에 스파이가 넘쳐난다”면서 “지금 이 말도 새어나갈까 걱정된다”며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박 위원장이 사람을 심거나 녹음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박 위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주변에서 과잉 충성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박 인사들도 “일부러 (박 위원장 관련 얘기를) 수집하진 않는데 여러 통로를 통해 올라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위원장 주변에선 이러한 발언들을 적절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박근혜 마케팅’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친박’을 골라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지난 1월경 겉으로는 친박인 척하면서 술자리에서 박 위원장을 험담하다 도마에 오른 인사가 있었다. 같이 있던 참석자가 귀띔해 줘서 알았다”면서 “공천을 앞두고 이런 얘기가 하루에도 여러 번 들린다. 이 중엔 근거 없는 비난도 있겠지만 박 위원장이 잘 걸러서 들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