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 완료하면 이사해도 세입자 지위 유지, 집주인에 지연이자 청구할 수 있어
A 씨는 계약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으니 보증금을 반환 받을 때까지 월세를 내지 않고 나중에 보증금에서 월세를 제한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호사의 조언은 다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세입자는 해당 주택에 머무는 동안 주거비용과 관리비 일체를 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주택 임대차에서 집주인과 세입자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법률상으로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각자의 의무를 다하는 동시이행 관계를 지켰는지 여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만약 세입자가 해당 집에 거주하는 동안 보증금 반환 여부를 염려해 월세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나중에 보증금 분쟁 등 법적인 다툼이 생겼을 때 세입자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
이는 계약만료일이 지나도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혹여 세입자가 계약 만료일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사를 가지 않고 거주하는 이상 여전히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에 있으므로 세입자는 월세를 계속 집주인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원 계약대로 각자의 의무를 지켜야 법적인 다툼에서 유리하다.
만약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A 씨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는 상황이 된다면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선 임차권등기명령을 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세입자가 이사해야 할 때 세입자의 지위를 유지시켜주는 안전장치다. 보증금 반환 의무를 지키지 않는 집주인에 대응할 수 있는 법 절차다.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전입신고까지 하더라도 임차권등기를 하면 기존 주택에서 여전히 세입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집을 비워주는 의무인 명도의무까지 지켰다는 의미가 된다. 단 임차권등기명령이 완료되기까지는 평균 2~3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세입자가 해당 집에 계속 머무를 때 발생하는 월세와 관리비도 일단은 내야 한다. 아직 집을 비워주지 않은 상태이므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지만 임차권등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주택에 머물고 있으면서 월세 등 거주 비용을 내지 않는다면, 설사 전세금을 반환 받지 못했더라도 세입자 역시 동시이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불리할 수 있으니 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단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면 그때부터 세입자의 월세 납부 의무는 없어진다. 또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때부터는 전세금 반환이 이뤄질 때까지의 기간 동안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 지연이자까지 청구할 수 있다.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를 완료한 뒤 다른 곳으로 이사한 상황에서도 집주인이 계속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전세금반환소송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 달라는 취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승소하면 집주인의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어서 소송을 진행하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을 서두르게 할 수 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