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에 뜬 스타…아직 ‘깜박깜박’
▲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 거리에 최지우가 모델인 광고판이 보인다. |
지난 2월 25일 오후 두 시경, 일본 오사카의 대표적인 쇼핑가이자 번화가인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 거리에는 토요일 오후답게 인파로 북적거렸다.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가 교차하는 지점엔 쓰타야(Tsutaya) 매장 건물이 있다. 쓰타야는 일본의 대표적인 음반, DVD, 서적 전문 매장으로 판매뿐 아니라 대여도 한다. 쓰타야 매장은 층별로 CD와 DVD의 판매와 대여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우선 CD 매장에선 K-POP의 파워가 여실히 드러났다. 매장 여기저기서 한국 가수들의 음반을 만날 수 있었으며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는 K-POP 특별 코너까지 있었다. K-POP 특별 코너에 위치한 모니터에선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까지 플레이되고 있었다.
▲ DVD 매장 케이팝 특별코너. |
쓰타야 매장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 대여 고객이 꾸준하기 때문에 다양한 드라마를 구비하고 있다”면서 “소녀시대와 카라, 동방신기처럼 일반 고객들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한국 연예인 관련 콘텐츠는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만 드라마와 영화의 경우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판매보다 대여가 더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 현지에서 포착한 첫 번째 한류의 한계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류는 일부 마니아층으로부터 시작됐다. 요즘 유럽과 미주 시장의 한류 역시 마니아들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배용준을 비롯한 한류 1세대 배우들의 인기가 마니아층 위주였다면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 K-POP 스타들은 마니아층에서 일반인까지 팬층이 확대된 상황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진 소녀시대와 카라 등 일부 한류 스타만이 마니아층을 뛰어 넘어 일반인들까지 섭렵하고 있을 뿐 대다수의 한류 스타는 여전히 고정 팬층의 지지에 의지하고 있다.
고정 팬을 대상으로 한 공연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류 스타들이 여전히 일본 현지 방송이나 극장가에선 고전하고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반 한류 움직임까지 불러 모은 김태희의 일본 드라마 데뷔작 <나와 스타의 99일>은 평균 시청률이 9%대에 불과했고, 일본에서 대세로 통하는 장근석의 출연 영화 <너는 펫> 역시 15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 지난 2월 24일 오사카홀에서 열린 박해진 콘서트 ‘제스트’. |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해 박해진의 소속사 WM컴퍼니 황지선 대표는 “이 정도 관객도 기대 이상”이라며 “요즘 일본에서 한류 스타들의 각종 공연이 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지난 연말에 열릴 예정이던 한류 스타들의 일본 현지 콘서트와 팬 미팅 행사가 대거 축소됐다. 3회 예정이던 공연을 1회로 줄이거나 아예 취소한 이들도 있다. 오사카 등 일본 현지의 한류 스타 공연을 프로모션하는 업체 관계자는 그 까닭은 거듭되는 한국 방송의 일본 현지 방송이라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한류 스타의 콘서트나 팬미팅의 티켓 값은 대략 1만 엔 수준”이라며 “반면 한국 방송사의 일본 현지 공연은 싼 경우 티켓 값이 3000엔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한국 K-POP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볼거리는 더욱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방송사들이 일본 등 해외 현지에서 K-POP 관련 공연을 개최하고 이를 녹화해 방영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방송사 공연은 일본 등 해외 한류 팬들에게 싼값에 여러 명의 한류 스타를 만날 수 있게 해주면서 한류의 저변을 확산시킨다는 순작용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일본처럼 아직 한류의 소비 대상이 일부 마니아층으로 한정돼 있는 상황에선 연예기획사와 방송사가 고정 관객층을 두고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역작용도 따른다.
방송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연예인들은 자체적인 해외 현지 행사의 경우 수억 원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국내 출연료보다 조금 더 주는 수준의 출연료를 받고 해외 공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런데 거듭되는 방송사의 해외 공연으로 콘서트나 팬미팅 등 해외 현지 공연 자체가 위기를 맞는 요즘의 현실은 연예기획사들을 더욱 곤란케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방송사와 한류스타를 보유한 연예기획사 사이에서 이상 기류까지 포착되고 있다.
일본 오사카=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