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8강 서바이벌’ 스타트
▲ K리그가 지난 3일 개막해 8개월에 이르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사진제공=FC 서울 |
#1 승강제 명암은?
K리그에서 드디어 2부 리그가 탄생한다. K-프리미어리그(가칭)와 2부 리그 격인 K리그가 2013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도민 구단들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악평도 많았지만 일단 두 팀부터 강등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성적에 따라 강등 팀이 결정되겠지만 남은 한 팀은 큰 변수가 없는 한, 군 팀인 상주 상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구단들은 착실한 스쿼드 보강과 함께 겨우내 뜨거운 동계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전력 끌어올리기에 매진했다. 어느 누구도 자신들이 2부 리그 강등의 희생양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프로는 자금력을 떼놓고 언급할 수 없는 법. 축구에는 ‘공은 둥글다’란 오랜 말이 있지만 아무래도 금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형 구단들의 생존 확률이 보다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시·도민 구단들은 조금은 불안한 시즌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전체 16개 구단들 가운데 8팀씩 나눠 치르는 스플릿 시스템이 관심을 끈다. 1차적인 팀별 운명은 8월 말이면 모두 갈린다. 올 시즌 K리그는 각 구단별로 홈 앤드 어웨이 30라운드를 치른 뒤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9월 15~16일부터 스플릿 시스템 상의 라운드가 전개된다.
우승 팀은 역시 홈 앤드 어웨이 형태로 전개될 스플릿 시스템 라운드를 마친 뒤 가장 많은 승점을 챙긴 팀이 된다. 단 스플릿 시스템에서 하위(9~16위) 리그로 떨어지는 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승점을 획득한 팀이 나올 수 있지만 최종 성적은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에서 각각 나뉜다. 워낙 경기 수가 많기 때문에 작년처럼 6강 챔피언십 시리즈는 치르지 않는다.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성남 일화, 포항 스틸러스가 출전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다. 아시아 클럽 정상과 함께 부상으로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 티켓은 대단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조별리그 성적이 썩 좋지 않을 경우, K리그 생존 경쟁에 매진하는 팀들도 나올 수 있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는 것을 가정하면 이들 4개 팀들 중 몇 팀은 12경기를 추가로 치러야 하고, FA컵도 고려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더블 스쿼드, 더 나아가 스리 스쿼드 구축이 절실하지만 아직 이만큼 풍성하고 묵직한 선수층을 마련한 팀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스플릿 시스템은 올 시즌에 한정됐다. 내년에는 약속대로 두 팀들을 더 선정해서 ‘그럴싸한’ 2부 리그의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불행하게도 올해 말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될 팀은 2년이나 2부 리그에 남아있어야 하는 기가 막힌 운명에 처해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생각하는 몰지각한 일부가 먼저 자초한 탓이다.
#2 전력 보강, 명분과 실리
이번 시즌처럼 각 구단들이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그만큼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대개가 실리에 초점을 뒀지만 명분에 포인트를 둔 곳도 있었다.
네임밸류에만 시선을 둔다면 인천 유나이티드가 가장 공격적이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설기현에 이어 김남일까지 휩쓸었다. 여기에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로 떠난 이영표까지 영입하려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더해져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사실 외부에서 보면 인천은 결코 강팀이 아니다. 오히려 스플릿 시스템의 하위 리그로 떨어질 공산이 높은 팀이었다. 그러나 허정무 인천 감독을 아는 이들은 “쉽게 인천이 강등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위기 극복 능력과 생존에서 허 감독만한 이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K리그 전남 드래곤즈 사령탑을 맡았을 때에도, 국가대표팀을 이끌 때에도 허 감독은 어려움을 잘 극복한 전례가 있다.
성남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각 구단 감독들은 주저 없이 유력한 올 시즌 우승 후보로 성남을 거론했다. 특급 미드필더 윤빛가람을 경남FC에서 데려온 데다 왼발 킥에 능하고 최강희호 1기에 선발된 한상운까지 부산 아이파크에서 영입했다. 수비진 역시 큰 변동이 없어 강력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원 삼성도 일단 강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단다. 한국 귀화 논쟁까지 빚어진 라돈치치를 영입해서 기존 스테보와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다만 라돈치치와 스테보가 원체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지닌 터라 둘의 콤비네이션을 어떻게 가다듬느냐가 관건이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도 김정우를 통해 중원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고, 막강한 기존 멤버들과 또 하나의 전설을 준비하고 있다. 전임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으로 떠났지만 이흥실 감독대행 역시 오랜 시간 최 감독과 함께해왔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현대는 비교적 젊은피에 속하는 이근호와 김승용을 나란히 데려왔고, 여기에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했던 이에나가를 채워 공격과 중원을 강화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