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악몽에 ‘기침’만 해도 가슴 철렁
▲ 코오롱 이웅렬 회장이 ‘자금악화설’ 악재 탓에 우울하게 새해를 맞게 됐다. | ||
지난해 12월6일 코오롱의 주식은 자금악화설로 인해 증시에서 이틀간 하한가를 맞았다. 또 영업일로는 마지막날인 지난해 12월30일 한국신용평가에서 기업어음과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 하락이 발표되었다. 이 때문에 코오롱은 1월2일 한 해의 시작을 주가 급락세로 맞았다. 자금악화설이 돌 당시 코오롱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을 한 바 있다. 자금악화설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고 주거래은행 또한 이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렇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국내 신용평가기관이 일제히 코오롱의 채권과 어음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 작은 루머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되었다.
최근 한 코오롱 관계자는 당시 루머에 대한 원인을 개인적인 사견임을 전제로 조심스레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자금악화설의 원인은 지난해 하반기 자금담당 부서가 기업어음(CP)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했던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자금담당 부서는 비수익자산 매각 등 연말에 상환될 자금을 예상하고 단기성 기업어음을 평균보다 많이 발행했다고 한다.
기업어음과 무보증사채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 발행해야 하지만, 3년 만기 채권보다 3개월 만기 어음의 이자율이 더 싸다 보니 비용절약을 위해 어음의 발행량이 더 많아졌다.
코오롱이 발행한 어음을 지급받은 거래처들이 이를 할인받기 위해 금융권에 돌던 중 어음 유통량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자금악화설이 돌게 되었다는 얘기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들이 부도가 나기 직전 급히 자금을 돌려막기 위해 기업어음을 남발하는 수순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자금악화설은 코오롱의 부도설까지 이어지는 등 루머는 점점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자금담당 부서로서는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쓴 방법이었지만, 이 때문에 회사에 대한 평가가 악화되어 다시 돌아온 셈이다.
당시 코오롱의 주가는 1999년 주식시장의 활황 이후 최고가인 1만7천8백원을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에 있었다. 그간 꾸준히 진행해 온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데다 지난해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힘입은 결과였다. 그러나 최고가를 기록한 지 사흘 만에 자금악화설로 1만1천9백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코오롱과 함께 계열사인 코오롱건설, 코오롱유화, 코오롱정보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자금악화설 당시 코오롱측이 사실무근임을 밝혔지만, 이런 해명은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7월 국내 신용등급 평가사들은 일제히 코오롱의 기업어음 및 무보증사채에 대한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하는 등 지난해 들어 코오롱의 전반적인 자금사정이 썩 좋지 못하다는 업계의 평가 때문이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해 7월15일 코오롱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원자재 가격폭등, 환율하락, 내수 침체 등의 부정적인 영업환경으로 영업실적이 부진하고, 부실계열사 자금지원으로 비경상적 현금유출이 확대돼 재무안정성이 약화된 것”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인력축소 등 구조조정과 부실관계사 정리가 마무리되었고, 비영업용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현금유입이 예정되어 유동성 확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라며 심각한 수준은 아님을 전제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또한 7월1일 코오롱의 무보증사채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에 대한 신용등급은 A3로 유지했다. 6월30일 한국신용정보(한신정)도 코오롱의 무보증사채에 대한 정기평가 결과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서 코오롱의 신용등급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웅렬 회장이 ‘턴어라운드2005’를 외치며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성과를 기대했지만 지난해의 끝은 ‘악재의 끝과 반전’이 아닌 ‘악재의 연속’이었다. 자금담당 부서의 ‘실수’라고는 해도 증시 참여자들 중 일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회장과 코오롱의 전반적인 시스템 관리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받았다. 주주들이 이 회장 체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때 국내 최고의 화학섬유 업체였지만 신사업분야를 개척하지 못하고 그룹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코오롱측은 2006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열사인 코오롱건설의 경우 2004년 5백억원대의 적자를 보았지만 2005년에는 8백억원대의 흑자가 예상되는 등 전반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말 한신평은 기업어음에 대한 등급을 A3에서 A3-로, 무보증사채에 대한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측은 “다른 두 곳의 평가기관(한신정, 한기평)의 결과도 두고보는 중이다”라는 입장이다.
올해 1월4일 한신정은 코오롱에 대한 정기평가를 발표하고 단기신용등급을 A3로 유지했다. 다행히 한신평과 달리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아 코오롱으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 셈이다.
한신정은 보고서에서 “수익성이 양호한 필름, 타이어코드, 산업자재 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고, 2005년 2천7백억원 규모의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계열사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한 재무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신용등급평가사인 한기평은 현재 코오롱에 대한 평가를 진행중이다. 두 곳은 이미 ‘하향조정’과 ‘유지’ 의견을 냈기 때문에 한기평의 평가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한편 코오롱쪽에선 올해 경영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신용 하락’이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과정에서 ‘실수’로 벌어진 해프닝이란 얘기다.
코오롱 신용등급 추이 |
한국신용평가 | ||
무보증사채 | 기업어음 | |
04.12 | ─ | A3+ |
05.7 | BBB | A3 |
05.12 | BBB- | A3- |
한국신용정보 | ||
무보증사채 | 기업어음 | |
05.1 | BBB+ | A3+ |
05.6 | BBB | A3 |
06.1 | 발표예정 | A3 |
한국기업평가 | ||
무보증사채 | 기업어음 | |
05.1 | BBB+ | A3 |
05.7 | BBB | A3 |
06.1 | 발표예정 |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