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미드필더→공격수 변신…상무 시절 벌크업 매진 덕 몸싸움 능력 겸비한 완전체로 거듭나
많은 팬들이 몰려 먼 발치에서도 선수들의 얼굴조차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4년 전 날계란, 8년 전 엿이 날아들었던 대표팀과 달리 이번엔 선수들을 향한 환호가 이어졌다.
김민재, 손흥민, 황희찬 등 기존 스타들 외에 조규성에게 쏟아지는 환호는 유난히 컸다. 월드컵 일정 이전까지 백업 자원으로 간주되던 공격수 조규성은 조별리그 2차전부터 본격 선발로 나서기 시작,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기대 이상의 활약과 함께 수려한 외모로도 눈길을 끌었다. 조규성은 단숨에 대표팀 내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가 됐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
조규성은 카타르 월드컵 막이 오르기 전 이번 시즌 자신의 커리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9월 초까지 김천 상무 소속 군인 신분으로 연일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전역 이후 원소속팀 전북으로 복귀해서도 골을 추가했다. K리그 최종전에서 2골을 몰아 넣으며 시즌 17골로 리그 득점왕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규성이 월드컵에서 주축 자원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많지 않았다. 대표팀이 유럽파를 포함한 완전체로 치르는 평가전에서 조규성의 역할은 백업 공격수였다. 대표팀이 치른 6월 평가전 4경기에서 조규성의 출전 시간은 49분이었다. 브라질전에서는 벤치에서 대기하며 그라운드를 밟지도 못했다.
대표팀 경력이 길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조규성은 2021년 8월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9월 데뷔전을 치렀고 월드컵 개막 이전까지 A매치 출전 기록은 14경기 4골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조규성이 빛을 발했다. 우루과이와 조별예선 1차전 교체 투입돼 가능성을 보인 그는 다음 경기인 가나전부터 본격적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선발로 나서기 시작했다.
조규성은 월드컵 선발 데뷔전부터 기대에 부응했다. 대표팀의 대회 첫 유효슈팅을 기록한 그는 곧이어 머리로만 두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에는 패했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후로도 대회 내내 선발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조규성의 차지였다.
많은 인원이 주목하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조규성의 등장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첫 경기 출전과 동시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두 번째 경기 만에 터진 득점은 이에 기름을 부었다. 대회 전까지 2만 명 내외였던 조규성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현재 268만 명까지 치솟았다. 국내뿐 아니라 다수의 해외팬들도 그를 주목했다.
#포지션 변경이 신의 한 수
조규성은 '엘리트 코스'를 거친 선수가 아니다. 중고생 시절에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고 불과 3년 전에는 2부리그에서 뛰던 선수다. 조규성은 현재 포지션인 공격수로서 구력이 길지 않은 선수다. 학창시절에는 주로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대학 1학년까지 가끔 임시적으로 공격 포지션을 맡던 그는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최전방에 서기 시작했다.
공격수로서 조규성의 가능성을 본 이는 이승원 광주대 감독이다. 그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미드필더였던 조규성은 헤딩 능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기본 발기술도 있고 슈팅력도 좋았다. 공격수 위치에서 더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반면 미드필더로서는 다리가 길다보니 밸런스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포지션 전환은 이내 효과를 봤다. 이 감독은 "당연히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았다. 10년 동안 미드필더만 했던 선수 아닌가"라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서 시간을 줬다. 규성이는 습득력이 좋은 선수다. 성실함도 갖추고 있기에 본인의 노력으로 성장했다"고 했다.
대학무대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조규성은 3학년을 마치고 FC 안양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안양 산하 유스팀인 안양공고 출신이기에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만 이 감독은 타팀의 러브콜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여러 팀에서 오퍼가 왔다. 1부리그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안양을 선택했고 당시 새롭게 팀을 맡던 김형열 감독과 만남이 규성이 성장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김 감독님이 이전까지 관동대 감독이었다. 대학무대에서 조규성의 활약을 잘 알고 있는 분이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셨다. 규성이는 이후로도 전북, 상무에서 좋은 지도자들을 많이 만났다. 나보다도 그분들 덕에 규성이가 잘 성장한 것 아니겠나."
#벌크업은 터닝 포인트
그렇게 입단한 안양에서 조규성은 곧장 팀의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갓 데뷔한 신인임에도 팀의 주축 공격수로 나서며 리그 31경기에서 14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조규성은 호리호리한 마른 체형의 공격수였다. 수비 사이를 빠져나가는 움직임과 많은 활동량이 돋보이는 스타일이었다.
프로 1년 차 시즌을 보낸 조규성은 1부리그에서도 강팀인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전북에서 1년 차는 순탄치 못했다. 전북의 막강한 공격진에 밀려 교체 출전하는 일이 잦아지는가 하면 때론 측면 공격수로 뛰기도 했다. 전북에서 한 시즌을 보낸 조규성은 이른 나이임에도 상무 입대를 선택했다.
군인 신분인 조규성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마른 체형이었던 이전과 달리 '벌크업'을 감행,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게 됐다. 적극적으로 영양섭취와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한 것이다.
이전의 플레이 스타일에 커진 체격으로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경합하는 모습이 추가됐다. 공중볼 싸움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상무에서 1년 차 기록은 25경기 7골이었다. 2021년을 3경기 연속골로 마무리한 조규성은 2022년 마침내 득점왕에 등극했다.
몸집을 키우며 기량까지 발전시킨 조규성은 이전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던 선수다. 이승원 감독은 "규성이는 대학 때도 다른 친구들보다 운동을 많이 했다"며 "남들보다 1시간 반 전에 나가서 웨이트 하고 본훈련에 참가했다. 2년 정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에 비하면 대학 때는 초등학생 몸이었다(웃음). 72kg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조규성의 몸무게는 82kg이다.
조규성과 함께 대학생활을 했던 한 선수는 "조규성에 대해서 당시에도 '뭘 해도 해내겠다'는 느낌이 있던 선수였다. 조규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라면서 "워낙 노력하는 선수였다. 소위 말하는 '미친 놈처럼' 운동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때 선배들에 밀려 1학년은 헬스장 이용을 하기에 눈치가 보였다. 그런데 조규성은 더 일찍 나가서 운동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매력
조규성은 축구선수로서 기량, 경기 내용 외적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루과이전 짧은 출전 시간만으로도 임팩트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수려한 외모가 한몫을 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7일 귀국 현장에서도 조규성을 향한 여성팬들의 환호성이 부각됐다. 팔로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셜미디어에서도 여성들의 반응이 눈에 띈다.
월드스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신경전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교체돼 나가는 호날두가 늑장을 부리는 듯하자 조규성은 빠른 퇴장을 재촉했고 짧은 언쟁이 이어진 것. 호날두를 옹호하는 다른 포르투갈 선수들과도 언쟁을 벌였다. 이외에도 경기 내내 조규성은 상대에게 거친 몸싸움을 거는 등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이며 경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같은 강한 면모에 팬심은 더욱 요동쳤다.
당돌함은 경기 후에도 이어졌다. 경기를 마치고 나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호날두와 일화를 이야기하다 조규성은 "호날두는 날강두"라는 발언을 남겼다. 약 3년 전 국내 방문경기에서 '노쇼 사태'로 아쉬움을 남긴 호날두를 겨냥한 말이었다.
이전부터 조규성은 경기장 밖에서 개성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선수였다. 신인이었던 2019년, K리그2 베스트11에 선정돼 연말 시상식에 나섰다. 이날도 가장 많은 눈길을 끈 이는 조규성이었다. 턱시도 또는 정장 일색인 시상식에 다소 캐주얼한 복장과 평소와 다른 헤어 스타일로 참석한 것이다. K리그1 득점왕 자격으로 참석한 최근 시상식에서는 독특한 피어싱과 가죽재킷 차림이었다.
두 번의 시상식에서 모두 현장에서 조규성을 만났던 이상윤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그야말로 '대박'이다(웃음). 신인 선수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조규성이 확실히 남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올해도 실망시키지 않더라. 그런 당당함이 운동장에서도 발휘돼 축구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해설위원은 '선수 조규성'의 발전 가능성도 엿봤다. "공격수로서는 경력이 길지 않은 선수지만 이미 월드컵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지 않았나. 공격수 경력이 조금만 더 쌓인다면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을 남겼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도 조규성의 매력이다. 앞의 조규성 동문은 "운동뿐 아니라 뭐든 열심히 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선배들도 조규성을 미워할 수 없었다. 지금 대외적으로 보이는 대로 잘 웃고 밝은 사람이다"라며 "긍정적인 면에 긴장하지 않는 성격도 현재의 성공에 한몫 한 것 같다. 대학시절에도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하는 것을 못봤다. 걱정이 없는 유형이다"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