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국민의힘 의원 정치자금법 수사설 은밀히 퍼져…윤 대통령 검찰 활용해 정계개편·지분확대 가능성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검찰발 뉴스 하나가 은밀히 돌며 화제를 모았다. 수도권 소재 한 검찰청이 조만간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수수 위반 의혹을 수사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이 여당 의원을 겨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누가 수사선상에 올랐는지를 수소문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당사자로 지목됐던 의원이 ‘허위'라며 강하게 부인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앞서의 수도권 검찰청은 국민의힘 한 의원이 이권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 진정서를 접수한 뒤, 그동안 내사를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들이 확보된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한 검찰의 동시다발적 수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을 해왔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사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태양광·원전 비리 등 여러 건에서 소속 인사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응에 급급한 나머지 거대 의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또한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인해 계파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으로선 호재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마냥 웃을 수 없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민주당을 옥죄고 있는 검찰의 사정 드라이브가 국민의힘을 향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직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검찰 수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안팎에선 검찰로부터 수사 받을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 이름이 공공연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의심 섞인 시선 밑바탕엔 윤석열 대통령이 갖고 있는 ‘여의도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권 지형을 바꾸고자 하는 윤 대통령이 검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이 그리는 정계개편의 초석 닦기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예측과도 맞닿아 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신당 창당’ 전문가로 꼽힌다.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말 윤 대통령 멘토였던 한 법조인은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총장(당시 대선후보)은 정권을 잡은 후 무엇보다 여당을 확실하게 장악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 윤 총장은 검사 시절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권력의 비정함, 무상함 등을 몸소 체험했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통령을 탄핵시켰는지 똑똑히 봤다. 문재인 정부 때도 하루아침에 돌변한 권력과 갈등을 겪었다. 윤 총장은 여의도에 기반이 없다. 동시에 부채도 없다. 대통령으로서의 최우선 과제는 자신을 지탱해 줄 정치세력을 만드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당내 비토 세력과의 다툼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불화가 대표적이다. 삼고초려로 영입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는 결국 갈라서야만 했다. 이때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출렁거렸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보다 당 내 문제를 처리하는 게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선 후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분 확대에 남다른 공을 들였던 것도 이런 학습효과 때문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친윤 세력’ 영역을 넓혔다. 지방선거 공천, 원내대표 선거 등엔 어김없이 ‘윤심’이 등장했다. 지금 초·재선 의원들 상당수가 윤 대통령 ‘직속부대’로 불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비윤계에 대한 압박 수위는 높였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윤 핵심들은 이준석 전 대표 축출에 나선 바 있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의 모든 알람은 전당대회에 맞춰져 있다. 당권 장악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질 정계개편의 전제 조건이자 출발점이다. 친윤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윤심’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만큼 이번 전당대회는 친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반면, 비윤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전대 룰, 시기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날아든 검찰발 수사 소식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냥 흘려듣기 힘들어 보인다. 중립 성향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날선 비판을 해왔다. 민주당은 야당 탄압 프레임을 꺼냈다. 만약 검찰이 국민의힘 의원에게 칼날을 들이대면 반발하기 어려운 모양새”라고 했다. 그는 “여당 수사는 윤 대통령에게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동훈 역할론’으로까지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을 전면에 내세워 정계개편 및 총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일부 검사들은 다음 총선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윤 대통령 멘토 법조인은 12월 7일 통화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부정부패를 때려잡는 검사들이라는 구호로 총선에 나선다면 승산이 얼마나 있다고 보느냐. 민주당 지지층은 이를 반대하겠지만 아마 중도층에선 제법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수도권과 젊은층에선 통할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