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기다림 무색하지 않은 아바타 시리즈 ‘완벽한 후속작’의 등장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아바타: 물의 길'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긴 러닝타임에 대한 질문에 "같은 돈을 내고 길게 보면 더 좋은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영화가 형편없지 않은 이상 가성비가 좋은 거다. 장편 소설이 있고 단편 소설이 있듯, 이 영화는 장편 영화라고 보면 된다"라며 "이 영화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길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 좋은 건 많을수록(길수록)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전작인 '아바타'에서 행성 판도라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침공한 지구인들과 행성의 토착 민족 나비족의 전투 후, 지구인들의 재침공이 이뤄진 시점을 다룬다. 나비족의 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와 가정을 이룬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가 이번엔 나비족의 아바타로 돌아온 지구인들에 맞서 가족과 판도라를 지키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샘 워딩턴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희생하지 않을 게 없다"며 "'아바타'에서 제이크가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고 사랑을 만나는 여정을 했다면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소중한 존재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개인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게 있을 때 사람은 강해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극중 제이크는 네이티리와의 사이에 첫째 아들 네테이얌과 차남 로아크, 막내딸 투크티리 등 친자식과 양자로 들인 딸 키리, 아들 스파이더를 두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숲을 떠난 제이크는 바다를 거점으로 삼은 물의 부족 '멧케이나 족'을 만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무대가 판도라의 숲에서 바다로 옮겨지며 전작에서 찬사를 받았던 3D 효과가 더욱 극대화돼 관객들로 하여금 러닝타임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도록 한다. 특히 환상적인 바다 속에서 해양 생명체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나비족의 모습을 담기 위해 배우들은 하와이에서 두 달 간 잠수 훈련을 받는 등 특훈을 거듭해야 했다고.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 다이버들이 우리에게 특훈을 해주셨다. 수중 연기도 중요했지만 감정 연기도 중요했는데, 수영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안에서 편안하게 느끼고 연기할 수 있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다"면서도 "그래도 이제는 물 속에 있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음 지었다.
'아바타: 물의 길'을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는 환경 보전이다. 캐머런 감독은 "전편과 메시지는 동일하다. 아무 이유 없이 바다와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탈취하는 걸 그리고 싶었다"라며 "지금 해양의 많은 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고, 포획과 남획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위기를 맞이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의 바다를 다루긴 하지만 환경 보전이나 해양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신비로운 나비족 소녀 키리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환경운동가로서도 활동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리는 해양세계와 정말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바다에는 많은 해양 생명체가 살고 있다. 제가 연기한 키리는 해양과 연관성이 더욱 깊은 인물이다. 바다에 대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고 충만한 느낌을 행동으로 옮긴다"라며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기후 변화 등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 이 영화는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가슴 벅찬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편에 이어 스티븐 랭은 RDA의 유전자 복제 기술로 부활한 뒤 다시 한 번 설리 가족의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쿼리치 대령 역을 맡았다. 그는 "감독님이 전편에 좀 더 깊이를 더해 쿼리치 대령을 재탄생시켰다. 동시에 쿼리치 대령의 정체성은 물론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등 캐릭터를 더 확장시켰다"라며 "과연 쿼리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설명했다.
확장된 세계관과 함께 한층 더 높은 차원의 3D 기술로 시각효과의 새 지평을 열 '아바타: 물의 길'은 그 명성에 맞게 개봉 전부터 전체 예매율 1위에 등극해 있다. 지난 6일 런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최초 공개된 뒤 "모든 수준에서 전작을 뛰어 넘는다" "경외심을 유발하는 마스터 클래스" "'아바타'보다 더 크고 더 감성적이며 더 시각적으로 숨이 막힌다"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특히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만큼 제작진이 한국 팬들에게 거는 기대도 높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은 최고의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한국 시장은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최초 개봉을 하는 것이다. 첫 영화가 한국에서 아주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을 알고 있다. 전세계 영화 표준을 만들어가는 게 한국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바타: 물의 길'은 12월 14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 192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