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흥행 이룰까” 썰렁했던 영화관 ‘관객 수 완전 회복’ 기대감 상승
#세대교체의 정석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11월 9일 개봉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부터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까지 블랙팬서로 활약했던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2020년 대장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원래 구상했던 스토리를 전부 수정한 뒤 제작된 작품이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으로 마무리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즈 3 이후 어벤져스 원년 멤버인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등이 은퇴 및 사망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페이즈 4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반면 블랙팬서의 경우는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교체였던 데다, 특히 페이즈 4에서 채드윅 보즈먼의 블랙팬서가 중요한 역할로 등장할 것으로 계획돼 왔기 때문에 그의 사망은 이어지는 마블 스튜디오 후속작에 크든 작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후속작에 대한 우려도 컸던 상황에서 마블 스튜디오는 블랙팬서의 동생으로 등장한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분)를 새로운 블랙팬서로 내세워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제작을 마무리했다. 전작이 히어로의 자아 찾기에 집중했다면, 이번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이에 더해 소중한 이들의 상실로부터 오는 허무와 분노를 묻고 살아가야 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도 함께 투영하고 있다. 채드윅 보즈먼에게 헌정하는 2시간 41분짜리 추모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여성 히어로의 온전한 홀로서기 서사이기도 하다. 비록 주연배우의 사망이라는 갑작스러운 변수를 맞닥뜨렸으나 그가 걸어온 길을 존중하면서 오랜 팬들도 납득할 만큼 순조로운 세대교체를 이뤄낸 셈이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마블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객들은 물론이고 특히 마블 영화 팬덤의 기대가 모인다. 멀티버스의 시작을 열며 ‘블랙 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등을 내놨던 마블 스튜디오는 세대교체 후 새로운 ‘마블의 얼굴’이 될 히어로 캐릭터의 부재와 중구난방 스토리로 기존 팬덤에게 연이은 실망을 안겨준 바 있다. 더욱이 페이즈 4의 주제인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영화뿐 아니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의 마블 드라마까지 모두 챙겨 봐야 하는데, 이 점이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해 영화 관람 자체를 망설이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경우는 이번 영화의 특성상 전작인 ‘블랙팬서’만 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인종 차별 문제를 히어로 블록버스터 무비에 완벽하게 녹여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해외 영화 평론·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와 메타크리틱 스코어에서 각각 96%, 87점을 기록한 전작 ‘블랙팬서’만큼은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공개 직후 88%, 77점으로 흥행 순항을 기대케 하고 있다.
#특별관 수혜 독차지? ‘아바타: 물의 길’
3D 시장과 아이맥스 포맷의 본격적인 확장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아바타’(2009)의 13년 만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도 오는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3D 입체 기술에 SF적 상상력을 가미시켜 만들어낸 압도적인 영상미로 개봉 당시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의 후속작인 만큼 전작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아바타: 물의 길’은 전작의 시점으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뒤의 행성 판도라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나비족이 된 전작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아내인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다시금 대두된 인간과의 갈등 속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들과 맞서는 대서사시를 그리고 있다. 특히 제작진은 이제껏 어떤 영화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수중 세계의 경이로운 비주얼과 강렬한 전투 신을 예고하며 “역대급 볼거리”를 자신했다.
시각 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아바타: 물의 길’의 흥행 척도는 특별관 확보의 유무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3D 입체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 작품인 만큼 일반관보단 특별관 관람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는 탓이다. 앞서 CJ CGV는 자사 특별관인 4DX와 스크린X로 ‘아바타: 물의 길’ 관객 확보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메가박스의 돌비 시네마, 롯데시네마의 수퍼플렉스 G 등 대형 스크린과 음향을 갖춘 특별관 역시 ‘아바타: 물의 길’ 상영을 대기 중이다.
CGV의 경우 CJ 배급‧제작 뮤지컬 영화인 ‘영웅’이 비슷한 시기 개봉 예정이기 때문에 ‘특별관 나눠 먹기’로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앞서 ‘탑건: 매버릭’이 그랬듯 관객들의 호응도가 높은 작품에 한해 특별관 상영 일자가 길어지거나 ‘앙코르 상영’ 등의 한정 이벤트를 진행했던 만큼 개봉 첫 주~2주 동안 관객 수에 따라 유동적인 상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2022년 9월 기준으로 관객 수가 코로나19 직전 시기인 2019년 9월의 약 67%까지 회복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라며 “티켓 값 상승과 OTT의 확대로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이 줄고 있지만 영화관에서만 100% 즐길 수 있는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코로나19 전과 비등한 관객 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