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눌렀지만 여전히 수익 개선 못해…한국 작품 13편 쇼케이스 ‘카지노’ 게임체인저 될지 주목
#넷플릭스 이겼지만 속 빈 강정
사실 디즈니 플러스의 넷플릭스 역전을 두고 속 빈 강정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그만큼 아직까지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 진출은 실패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후발주자로 넷플릿스의 아성에 도전한 디즈니는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최근 1년 동안 디즈니의 콘텐츠 제작 투자금은 300억 달러가량으로 연간 콘텐츠 제작 투자금이 170억 달러 수준인 넷플릭스를 크게 상회한다.
반면 요금은 디즈니 플러스가 훨씬 저렴하다. 이처럼 두 배 가까이 투자하고도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유지한 덕분에 가입자 수 역전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막강한 콘텐츠를 넷플릭스 등 타사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급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려왔다. 넷플릭스가 큰 성공을 거둔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디즈니 콘텐츠였을 정도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디즈니 콘텐츠가 빠져나가는 게 큰 위기가 됐지만 기존에 확보한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 집중 투자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오징어 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반면 디즈니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며 타사에 라이선스를 공급하며 올리던 수익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했다. 이 금액만 누적 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신 수익을 올려야 할 디즈니 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여전히 대규모 적자만 기록하고 있다. 외신에선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적자 금액이 80억 달러를 넘는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여기에 라이선스 공급 중단으로 포기한 수익 10억 달러를 더하면 실질적인 손해액이 1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다.
결국 디즈니는 회사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구조조정까지 예고했던 밥 체이펙 CEO를 해고하고 밥 아이거(로버트 아이거의 애칭)를 복귀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아이거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 CEO를 역임하며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등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5배 늘리며 오늘날의 ‘디즈니 제국’을 구축한 인물이다. 아이거는 7.99달러(약 1만 원)였던 기존의 요금제를 월 10.99달러(약 1만 4000원)로 3달러(약 4000원) 인상시키면서 월 7.99달러의 광고 요금제를 추가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돌입했다.
#한국 콘텐츠 연이은 글로벌 흥행 실패
기존 요금제 인상과 광고 요금제 추가 등의 조치는 이미 밥 체이펙 전 CEO 시절부터 추진해온 사안으로 넷플릭스 역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 정도로는 디즈니의 위기 극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터라 향후 아이거가 어떤 승부수를 던지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선 결국 콘텐츠 싸움이 핵심이다. 디즈니의 넷플릭스 가입자 수 역전 역시 5~6월에 공개된 ‘오비완 케노비’, ‘미즈 마블’ 등의 선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11월 30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서 디즈니는 새로 공개될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등 50여 편을 발표했는데 2022년 말과 2023년에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개될 한국 작품이 13개나 된다.
12월 7일 공개된 ‘커넥트’를 시작으로 21일 공개 예정인 ‘카지노’, 2023년 공개 예정인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 원작 ‘무빙’, 범죄 액션 장르 ‘최악의 악’, 사랑과 복수를 그린 ‘사랑으로 말해요’ 등 기대 한국 작품이 대거 포진해 있다. 또한 BTS(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솔로 앨범 준비기와 BTS 음악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2편을 준비하는 등 BTS 소속사인 하이브와의 협업도 강화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 ‘더 마블스’에 출연하는 박서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에 출연하는 이정재 등 한국 스타들을 디즈니 콘텐츠에 출연시키는 전력도 함께 취하고 있다.
다만 한국 콘텐츠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한 사례는 거의 없다. 상당한 기대작이었던 ‘커넥트’도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 흥행에 국한되고 있다. ‘오징어게임’ 등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한국 콘텐츠가 연이어 엄청난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아직까지도 디즈니 플러스의 흥행 콘텐츠는 기존 디즈니 콘텐츠들 위주다. 글로벌 흥행 영화 순위 역시 ‘나홀로 집에’ 1, 2편과 ‘아바타’ 등 과거 디즈니 영화와 ‘겨울왕국’ ‘엔칸토’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시리즈물도 ‘블루이’ ‘심슨네 가족들’ 등 애니메이션과 ‘그레이 아나토미’와 같은 오래된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는 등 비슷한 흐름이다. 그나마 인기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도 스타워즈 등 기존 디즈니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다. 한국 콘텐츠뿐 아니라 디즈니 플러스의 자체 체작 콘텐츠 대부분이 글로벌 흥행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직 디즈니 플러스는 과거의 영광에 기대고 있는 분위기다.
#‘카지노’가 게임체인저 될까
이런 상황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콘텐츠는 단연 ‘카지노’다.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최민식,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이규형 등이 출연하는 ‘카지노’는 디즈니 플러스의 2022년 마지막 베팅, 회심의 승부수다.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 강윤성 감독과 이동휘, 허성태 등이 참가한 ‘카지노’ 아태지역 간담회를 진행했을 정도다.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에서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카지노’는 최민식이 무려 25년 만에 영화가 아닌 시리즈물에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차무식은 전 재산을 잃고 바닥까지 갔지만 10년 만에 700억 원을 벌어들인 카지노의 전설적인 인물로 ‘카지노’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차무식의 행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대상을 그려낸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에게 ‘카지노’가 위기의 넷플릭스를 구해낸 ‘오징어 게임’같은 존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