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후원글·동영상 제작·윤 정부 비판까지…김의겸·최강욱 강성 지지층 덕 일찌감치 한도 채워
#여야 후원 모집글 이모저모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원글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김 의원은 11월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내는 비법을 직접 올렸다. 김 의원은 글 말미에서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이용한다. 소중한 후원금 아끼고 아껴서 꼭 필요한 곳에만 쓰겠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호소는 후원금으로 이어지는 데 성공했다. 12월 2일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며칠 전 커뮤니티에 올린 후원글이 화제가 되어서 정치후원금이 쇄도했다. 하루 사이에 지난 몇 개월간 받은 후원금보다 훨씬 많은 후원금을 보내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피하지 않고 함께 맞서서 싸워나가며 잘 이겨내겠다. 소액의 정치후원금으로 힘을 보태고, 함께 해달라. 민주당을 지켜내는 강한 정치로 보답하겠다. 아직 후원 한도가 넉넉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글은 김 의원 페이스북 상단에 고정돼 있다.
민주당에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후원자를 모집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11월 29일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네이버 블로그에 “많이 힘드시죠?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해 죄송하다. 나라 안팎의 경제도 어렵고, 안보도 불안불안하다. 가계 금리부담도 심각하고, 국민안전도 참담하다”며 “그런데 민생은 뒷전이고 막말만 요란하다. 여야 소통정치는 실종됐고, 수사 재판 소식만 가득하다”고 밝혔다.
12월 13일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불공정과 몰상식이 계속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에 책임을 지지 않고, 노동자들과는 대화보다 겁박으로 일관하고, 서민 예산을 깎아 부자 감세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올 한 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후원글을 올렸다. 강 의원은 11월 1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 퇴진”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정주 민주당 의원도 12월 8일 후원글을 게시했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법안을 낸 의원들의 후원금 모집글도 눈길을 끈다. 12월 6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장 사회적 약자인 베이비박스 아기, 미혼부모, 입양 등을 위한 정책을 펼치다 보니 마음은 있어도 실제 후원하기 버거운 분들이 옆에 많고 그들과 동행하는 게 기쁘다”라며 후원을 부탁했다.
12월 10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자메시지로 “아직 돌아봐야 할 정책적 약자가 많기에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후원금에 연연하지 않고, 혹여라도 일어날 수 있는 후원금 이해충돌 발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 애쓰다 보니 후원금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최승재 의원은 10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국) 혼돈과 혼란 속에서 원인과 책임을 떠나 무한책임의 자세로 국회에 위로와 유감을 표명하시라”고 권유한 바 있다. 김웅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후원글을 올렸다. 특히 12월 7일 허 의원은 1분가량 영상까지 제작해 후원금 모집에 나섰다.
올해 후원금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올해 마련한 정치후원금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평년 후원금의 2배인 3억 원을 모집할 수 있다. 현행법상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이 있는 해에는 후원금 한도가 3억 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원금 한도는 평년과 같은 1억 5000만 원이다.
국회 한 보좌진은 “민주당(81명), 국민의힘(63명) 초선 의원들이 대부분 후원금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인이 연간 낼 수 있는 정치후원금 한도는 2000만 원인데, 올해는 대선과 지선이 있어서 후원금을 모집하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라며 “반면 지역 기반이 탄탄하거나 유명한 의원들, 정무위 등 대기업 관련 소위에 속한 의원들은 진작에 후원금을 채운다. 그런 의원실은 후원금으로 후원회 담당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하기도 한다. 내후년 총선 채비에 나서려면 정치 자금이 필수적이다. 후원금이 없으면 자기 돈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달콤한 강성지지자 후원금
일찌감치 후원금을 마감한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인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 소속 김의겸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초 최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최 의원 발언을 언론에 제보한 보좌진 색출을 시도했고, 징계 조치 여부 검토를 지시한 박지현 당시 공동비대위원장을 향해 비난하는 행동을 벌이면서 ‘2차 가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논란의 당사자인 최 의원은 5월 19일 후원금 모금 마감 공지글을 올렸다. 최 의원은 지난해도 전체 국회의원 중 3번째로 많은 후원금(1억 6572만 원)을 모집한 바 있다.
김의겸 의원은 12월 1일 페이스북에 “올바르게 쓰고 희망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후원글을 올렸다. 이후 12월 9일 김 의원은 “보내주신 마음과 정성이 가득 찼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마음들은 주신 뜻에 따라 바르게 사용하고 희망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후원 마감했다는 글을 올렸다. 8일 만에 곳간을 가득 채웠다. 지난해 김 의원의 후원금 모금액(9928만 원)이 전체 국회의원 모금 평균액(1억 3618만 원)에도 못 미쳤던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김의겸 의원 후원금 마감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결집 덕분이라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다. 김 의원은 10월 24일 국정감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12월 6일 한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언론 더탐사’ 등을 상대로 총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10월 25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에 대해 “적장과 맞서고 있다는 걸 강성 지지자들한테 보여주기 위해 자꾸 시비를 거는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 (지지를) 받으면 공천도 받고 심지어 초선도 최고위원이 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원내 소수정당인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도 강성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후원금을 대거 모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대한애국당은 2017년과 2018년 거대 정당들을 제치고 후원금 모금액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다. 지난 3·9 대선에서 후보별 후원금 모금액 1위도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선후보(25억 6500만 원)로 나타났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