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모 부사장 ‘그룹 내부거래 사업’ 맡아…“경영능력 입증하려면 주력사업서 진검승부 해야” 지적
지난 11월 30일 LX그룹의 지주회사인 LX홀딩스가 지분 100%를 출자해 LX MDI(Management Development Institute)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LX홀딩스에 따르면 LX MDI는 그룹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육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한마디로 LX MDI는 LX그룹 내 계열사들을 위한 경영개발원 역할을 한다. LX MDI의 설립으로 LX그룹은 총 6개의 자회사를 두게 됐다.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서동현 LX판토스 경영진단‧개선담당과 함께 LX MDI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부사장은 LX그룹 구본준 회장의 장남으로 유력한 그룹 승계 후보다. LX홀딩스에 상무로 입사한 구 부사장은 올해 3월 전무로 승진하고, 지난달 30일 부사장 자리까지 오르면서 빠른 속도로 승진했다.
구형모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구본준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의 지분 850만 주(11.15%)를 증여받아 LX홀딩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구 부사장은 지난 9월에 LX홀딩스 주식을 세 차례 걸쳐 총 5만 1543주를 사들였으며 이후에도 LX홀딩스 주식을 총 9만 2196주 매수했다. 이에 따라 구형모 부사장의 LX홀딩스 지분은 11.92%까지 늘어났다. 아직 구본준 회장의 지분(19.99%)과 차이가 나긴 하지만 구형모 부사장은 지분 매입을 통해 점점 그룹 내 입지를 넓혀갈 뿐 아니라 신설 자회사 LX MDI의 대표이사까지 맡으면서 LX그룹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능력 입증이다. 구 부사장이 대표를 맡은 LX MDI는 그룹 내 계열사의 경영컨설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외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여서 LX그룹 내 자본으로 구형모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LX홀딩스 관계자에 따르면 LX MDI는 그룹 내부 계열사와 거래로 발생하는 수익 이외에는 다른 수익모델이 없다. LX MDI가 그룹 계열사와 거래로만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다 보니 구형모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식 계열사에서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을 밟기보다 LX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에서 진검승부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며 “LX MDI에서 구 대표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누가 봐도 구 부사장은 형식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밑에서 컨설턴트들이 열심히 일하는 구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는 ESG경영과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는 최근 경영 트렌드와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구형모 부사장이 원래 현장경험과 핵심사업에서 성과를 보인 것도 아니다. 구형모 부사장은 LX홀딩스 입사 이전 LG전자에서 경영기획 등을 담당한 적이 있지만 핵심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으며, 현장 경험도 전무하다. 그렇다고 구 부사장이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 사업수완과 경영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업을 맡은 것도 아니다. 컨설팅업과 그 업무가 한 그룹을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경영능력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황용식 교수는 “LX MDI가 계열사나 모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독자적인 차별성을 주무기로 컨설팅 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른다면 그 자체로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는 있을 것”이면서도 “그러나 컨설팅업은 이미 포화상태라 기존 업체들을 뛰어넘기 위한 차별성 확보와 업무 수행을 잘할 수 있는 맨파워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LX MDI는 당장 외부 회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 관계자는 “현재 기반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LX 홀딩스 관계자는 “구형모 부사장이 한국유리공업과 포승그린파워 등 굵직한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경영기획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며 “LX MDI는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과 조직 내부 역량 제고를 통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 준비를 주도하는 주요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