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항공사에 골프장 반환” 판단에도 영업권 두고 공방…후속 사업자 KX그룹 “낙동강 오리알 신세”
인천 영종도의 공항공사 보유토지 364㎡에 위치한 스카이72는 국내 최대 퍼블릭(대중제) 골프장이며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공항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립 당시 자본금 10억 원에 불과했던 스카이72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2002년 7월 공항공사는 스카이72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유휴지에 개발사업 시행 협약을 맺었다. 당시 양측은 계약 종료 시점을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다. 공항공사 측이 제5활주로를 건설하는 시기에 맞춘 것이다. 다만 공항시설 확장 계획에 변동으로 토지 사용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면 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상호 협의해 조정하기로 했다. 스카이72는 이후 활주로 유휴지를 조성해 골프장을 운영했다.
제5활주로 착공 시기가 늦어지면서 양측 간 마찰이 빚어졌다. 공항공사는 2020년 12월 31일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스카이72에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을 모두 넘긴 뒤 퇴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스카이72는 계약 만료가 ‘제5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2020년 9월 공항공사는 스카이72 골프장 후속 사업자 선정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KMH신라레저(현 KX그룹)가 후속 사업자로 선정됐다. 후속 사업자가 선정된 상황에서 계약 만료 시점 이후에도 스카이72가 영업을 지속하자 공항공사는 2021년 1월 ‘스카이72가 계약 만료에도 골프장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며 부지반환과 부동산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스카이72는 공항공사에 토지 및 건물을 인도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또 스카이72가 공항공사를 상대로 활주로 유휴지를 골프장으로 임차하는 동안 시설에 투자한 비용을 돌려달라며 낸 유익비 지급 청구 소송은 기각했다.
공항공사 측이 작성한 ‘스카이72 골프장 관련 소송 현황’ 문서를 보면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스카이72와 공항공사 측의 계약 성격이다. 대법원은 2002년 7월 양측이 맺은 활주로 유휴지 개발사업 시행 협약이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BOT 방식은 사업자가 시설을 건설해 일정 기간 소유권을 갖고 운영한 뒤 기간이 지나면 소유권을 국가에 넘기는 것을 말한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스카이72는 계약 만료 기간인 2020년 12월 31일에 나가야 하는데도 지난 2년간 법적소송에 기대 영업을 해왔다”며 “대법원 판결이 끝났음에도 현재 영업을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인천지방법원 집행관 통해 골프장 토지와 시설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카이72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골프장 영업권과 별개”라며 “임차인의 영업권은 건물주 소유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스카이72 측은 공항공사가 낸 부동산 소유권 소송과 골프장 영업권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도 골프장 후속 사업자에 대한 준비 절차를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항공사는 지난 1일과 5일 인천시에 ‘대법원 판결에 따라 스카이72에 대해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인천시 측은 동의하는 분위기였지만 얼마 뒤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인천시의 입장 변화에 일각에선 스카이72 후속 사업자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재수사 때문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앞서 2020년 9월 골프장 후속 사업자 입찰 선정 당시 동전주써미트컨트리클럽(써미트CC)은 낙찰자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써미트CC는 연간 임대료로 480억 원을 제안했지만, 439억 원을 써낸 KX그룹이 골프장 후속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입찰 비리를 주장했다. 이후 써미트CC는 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후속 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세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주요 관계자의 통화 녹취록’이란 문서를 읽으면서 “이상직 전 의원이 스카이72를 인수하려고 돈을 걷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이달 초 대검찰청에서 인천지검에 2020년 9월 이뤄진 스카이72 골프장 후속 사업자 입찰 과정에 대한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스카이72 후속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제안서를 받은 것도 아니고 여러 평가 항목으로 나눠 선정한 것이 아니라 영업률(영업활동을 한 비율)만 보고 영업률이 제일 높은 곳을 후속 사업자로 선정했다”며 “인천의 한 시민단체에서도 2020년 9월 입찰 비리를 주장하며 공익감사 청구를 내 감사원에서 이 사안을 1년 넘게 들여다봤지만 ‘문제없음’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스카이72 후속 사업자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재수사로 스카이72 측이 토지와 건물을 즉시 반환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스카이72 관계자는 “대검찰청의 재기수사 명령은 대법원 파기환송심과 같은 것”이라며 “만약 입찰 비리 의혹 건이 기소된다면 후속 사업자는 골프장 운영을 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스카이72)조차 운영하지 않으면 직원 1000여 명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후속 사업자로 선정된 KX그룹 측은 스카이72가 계약 만료 시점을 지키지 않아 오히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입장이다. KX그룹은 지난 1일 대법원 판결 이후 스카이72에 맞춰 이미 영업전산시스템(ERP) 구축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KX그룹은 또 코스 관리 장비, 카트 등 운영 준비와 직원 채용 등 선투자를 이미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KX그룹 관계자는 “ERP 구축, 라운딩용 카트와 코스 관리 장비 등 발주, 골프장 운영 준비 조직(TF) 구성, 신규 직원 채용 등을 이미 마쳤고 현재 체육시설업 등록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선투자로 인해 확보된 장비 보관 문제 등 애로사항이 넘친다”며 “(스카이72가 무단 점유를 이어오면서) 금전적 손해를 많이 봤을 뿐 아니라 골프장 황폐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X그룹은 스카이72 측의 영업이 중단되면 즉시 골프장 운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KX그룹 관계자는 “골프장 운영 준비는 완료했다”며 “스카이72가 실시하지 않았던 지역민 할인 정책 등 다양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