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2000억 원대 1위…100억 원대 이상만 7곳, 상당수가 경영진 아닌 직원 소행
#가족 동원, 은폐 위해 조작·위조까지
2022년 횡령사건 부동의 1위는 오스템임플란트다. 오스템임플란트 전 재무팀장 이 아무개 씨가 무려 2215억 원을 횡령한 사건인데 지난 12월 12일 검찰은 이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 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회사 자금이 들어있는 계좌에서 본인 명의 증권 계좌로 15차례에 걸쳐 2215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은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은 이 씨에게 횡령 범죄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한 검찰은 벌금 3000만 원과 1148억 원에 이르는 추징 명령을 함께 요청했고 부동산 분양, 리조트 회원권 등 반환채권 몰수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이 씨의 가족에게도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실형을 구형했다. 이 씨의 아내에게는 징역 5년, 처제와 여동생에게는 3년이 구형됐다. 1심 선고 공판은 2023년 1월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에 대해 “내부 감사 시스템이 미비한 측면이 있어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경영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2위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 기업 인수합병(M&A) 관리 부서에서 근무했던 전 아무개 씨는 700억 원대의 회사 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30일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공범인 동생에게도 징역 10년을 선고하며 두 사람에게 추징금 647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질 당시 전 씨가 횡령한 금액은 600억 원대로 조사됐으나, 1심 재판 중 횡령액 93억 2000만 원이 추가로 확인돼 총 횡령액은 707억여 원이 됐다.
검찰은 추가로 확인한 횡령액에 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해 특별항소를 신청했다. 제3자에게 준 횡령액은 1심 선고 전까지만 추징·보전할 수 있는데, 검찰이 전 씨가 지인과 부모에게 빼돌린 나머지 금액을 환수하기 위해서 이처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인 은행에서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사건이 아직 검찰 조사 중에 있어 자세한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3위는 대표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명종합건설이다. 검찰은 지난 12월 5일 419억 원을 횡령하고 135억 원을 포탈한 혐의로 지우종 대명종합건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 대표는 2010년부터 8년 동안 회계장부를 조작해 법인세와 증여세 등 모두 137억 원을 체납하고, 회사 자금 419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4위는 계양전기다.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 김 아무개 씨는 회사 자금 246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9월 6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1심에서 김 씨에게 208억 원의 추징 명령도 선고했다. 재무팀 대리였던 김 씨는 회사의 계좌관리 권한을 이용해 6년 동안 246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횡령했고,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고 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김 씨는 자신의 계좌로 회사 자금을 195차례 이체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잃은 돈을 변제했다. 김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9월 13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5위는 강릉시 사천새마을금고다. 사천새마을금고는 ‘횡령대회’ 상위권으로 단숨에 진입했다. 원래 22억 원으로 알려졌던 횡령 금액이 경찰 수사 결과 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사천새마을금고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2006년부터 2022년까지 빼돌린 금액은 모두 129억 원가량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고객의 정기 예·적금과 출자금을 빼돌려 부동산 등에 투자한 혐의로 12월 2일 재판에 넘겨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5월 서울 송파새마을금고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일을 계기로 6월부터 전국 소형금고 201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이에 압박감을 느낀 두 사람은 22억 원가량을 횡령했다고 경찰에 자수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파악된 횡령액은 22억 원의 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피의자 2명을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5명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가운데 고객 돈을 빼돌렸던 직원 2명이 구속기소 됐다.
6위는 서울시 강동구청이다. 강동구청에서 근무하던 한 7급 공무원은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22년 11월 18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0년과 76억 9000만여 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받았다. 이 공무원은 2019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강동구청에 입금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분담금 115억 원을 본인 계좌로 전액 이체한 뒤 개인 채무 변제와 주식 투자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공무원은 횡령액 가운데 38억 원을 반납했지만, 남은 액수는 대부분 주식 투자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100억 원대가 넘는 횡령 사건이 발생한 7곳 가운데 강동구청은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기금 담당 공무원이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고, 관련 기관들도 위조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지자체 강동구청에 준정부기관 건강보험공단까지
100억 원 이하로는 우선 차장급 직원이 회사 자금 94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KB저축은행이 있다. 2015년부터 6년 동안 횡령한 돈을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 직원이 지난 9월 징역 13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이 직원이 빼돌린 돈 가운데 66억 원은 반환되지 않았는데, 상당 금액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자금을 횡령한 직원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KB저축은행 외에도 한국수자원공사, 이스타항공, 농협, 아모레퍼시픽, 클리오, 횡성군청 등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부산 에코델타시티 사업단 회계팀 직원은 8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 및 벌금 10억 원과 추징금 83억 8968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한국수자원공사 합숙소로 사용하던 아파트의 임대인이 입금한 보증금 2억 원을 회사 몰래 빼돌린 혐의가 더해져 업무상횡령 혐의로 징역 2년이 추가됐다. 항소심에서는 각각 진행된 1심과 달리 병합돼 심리가 진행돼 11월 24일 징역 12년 및 벌금 10억 원 및 추징금 83억 8968만 원이 선고됐다.
고객 명의로 대출받은 돈을 불법 도박에 사용한 혐의를 받은 농협 직원도 있었다. 49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허위로 대출받은 농협 직원에게 1심 법원은 징역 9년에 약 16억 원 추징 명령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이외에도 이스타항공과 계열사를 실소유하면서 53억 원가량을 빼돌린 이상직 전 의원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6년, 거래대금 19억 원을 가로챈 클리오 영업직원에게는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횡성군청에서 공금 4억 원을 횡령해 암호화폐(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공무원에게는 징역 5년이 내려졌고 항소는 기각됐다.
한편 코스닥 상장 방산기업 휴센텍도 횡령액이 100억 원을 넘긴 기업에 이름을 올릴 뻔했다. 지난 2월 18일 휴센텍 측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9명에게 259억 원에 이르는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서 휴센텍은 최대 주주 제우스2호조합과 전 경영지배인이 휴센텍 경영진 9인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횡령 혐의가 불거진 뒤 한국거래소는 휴센텍의 주권매매 거래정지 기간을 연장했다. 그렇지만 3월 24일 휴센텍은 외부 회계감사 및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서 횡령, 배임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휴센텍은 12월 8일 강 아무개 전 대표이사와 최 아무개 전 사내이사 등이 배임 및 업무상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해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에 횡령이 발생한 금액은 약 46억 9500만 원이다.
46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채권관리 담당 직원의 경우, 해외로 달아나 현재까지 경찰 수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공단 역사상 최대 횡령액이지만, 6개월 동안 아무도 해당 직원의 횡령 사실을 몰랐다고 전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과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올해 11월 1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되었던 채권압류 진료비 지급결정업무 권한을 분산하고 확인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생수, 기름값을 빼돌린 경우도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직원 6명이 공사의 자체 감사 결과 생수 ‘삼다수’ 물량을 생산라인 뒤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빼돌린 생수는 1만 6000여 병으로 806만 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가운데 2명을 기소하고, 나머지 4명은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된 4명 가운데 1명에게는 벌금 100만 원, 나머지 3명에게는 벌금 50만 원이 선고됐다.
순찰차에 주유하고 남은 차액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한 경북지역 경위도 덜미를 잡혔다. 해당 경위가 가로챈 액수는 100만 원 정도며, 해당 경위는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다.
이처럼 올해 ‘횡령대회’라는 우스개가 등장한 이유는 대기업뿐 아니라 자금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금융기관, 공공기관에서도 횡령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들은 내부 감사 체계를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강릉 사천새마을금고 외에도 송파구 중앙새마을금고에서도 40억 원가량의 고객 돈이 빠져나간 사건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부족한 감사 체계를 원인으로 인정한다”면서도 “행정안전부의 지도 하에 사고 예방책임을 강화하고, 감사 시스템을 보완해 사고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동구청 관계자도 “지난 9월 조직개편을 통해 해당 사건 재조사 전담부서인 ‘행정신뢰회복추진단’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레고, 포켓몬 스티커도?
천하제일 횡령대회에 이름이 오른 기업 가운데에는 레고, 포켓몬 스티커 등을 횡령했다는 곳도 있다. 레고나 포켓몬 스티커와 관련해 업체 관계자들은 “누군가 재미를 위해 장난으로 적은 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른바 ‘레고 횡령’은 직원이 법인카드로 레고를 사려다 적발됐다는 것인데, 두산 관계자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누리꾼의 장난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한 포켓몬 스티커 수집 커뮤니티에 ‘오늘만 700장’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의 띠부띠부씰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포켓몬빵이 재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품 자체의 품귀 현상이 나타났는데, 대량의 스티커를 구했다는 글쓴이에게 이목이 쏠렸다. 해당 글에 대해 누리꾼들은 빵을 구매하지 않고 스티커를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SPC 관계자는 “흥미를 위해 조작된 사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이현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