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하얏트서울·알펜시아 인수 의혹부터 주목…관련 첩보 많아 수사 확대 가능성
한편 배상윤 회장은 미국(하와이)과 일본을 거쳐, 동남아시아 일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신분이 아닌 탓에 귀국도 검토를 했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 머무르며 지켜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작점은 호텔 조폭 난동 사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2020년 10월 발생한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내 조폭 난동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 조폭은 1980년대 전남 목포시에서 결성된 수노아파인데,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세력을 키웠다. 수노아파 조직원 10여 명은 호텔 로비에서 “KH 회장 배상윤은 60억 원을 갚으라”고 요구하며 난동을 피웠다. 이들은 2~3일에 걸쳐 호텔에 머무르면서 라이브밴드의 공연을 강제로 종료시키고 안내 데스크·헬스장·사우나 등을 돌며 손님들을 위협했다.
당시에만 해도 ‘돈 문제’ 정도로만 얘기가 나왔지만, 검찰은 최근 조폭의 호텔 난동 배후를 수사하면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KH그룹이 하얏트호텔을 인수하던 상황에서 투자금을 댄 A 씨가 투자금을 보상받기 위해 수노아파를 사주한 정황을 확인한 것. 검찰은 KH그룹이 하얏트호텔 인수 등을 호재 삼아 “주가를 올리겠다”고 약속한 뒤 A 씨에게 CB(전환사채)를 인수하도록 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수노아파 서울 합숙소 등을 압수수색하고 12월 2일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조직원 중 1명을 구속기소했다.
경찰 수사에서 한 발 더 나서 직접 수사에 착수한 셈이다. 당초 경찰은 수노아파 조직원들을 업무방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로만 불구속 송치했지만 검찰은 KH그룹 관련 자금흐름을 주목하며 직접 확인에 나섰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최근 쌍방울 관련 사건에서 KH그룹이 함께 등장하면서 검찰 내 고발되거나 첩보로 있는 배상윤 회장 관련 사건들이 좀 더 수면 위에 드러나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무자본 M&A에서부터 추가 첩보까지?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경제 공동체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한 성공 방식을 답습했다. 2018년 KH전자 경영권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KH필룩스 등 상장사 5곳과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알펜시아리조트까지 손에 넣는 과정이 유사했다.
자본시장에서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의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그동안 작지 않았다. 조폭과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해 상장사를 인수한 뒤, CB 등을 발행해 끌어 모은 돈과 회사 내 자금을 다른 회사 인수에 활용해 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드는 식이다. 그 사이 주가가 오를 수 있는 호재를 만들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뒤 투자자들(조폭·사채업자)이 수익을 보게 해주는 구조다. 올해 1월에도 KH필룩스가 발행한 CB를 쌍방울이 인수하는 등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은 한몸처럼 움직였다.
검찰은 KH그룹이 하얏트호텔을 인수할 때에도 이 같은 과정이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에서 난동을 피우도록 사주한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 흐름을 확인하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다양한 배 회장 관련 첩보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첩보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도 확장되나?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당초 춘천지검이 맡았던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방해 사건까지 넘겨받았다.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과정에서 발생한 담합 의혹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검찰 수사가 단순히 입찰 과정 속 비리로 끝나지 않고, KH그룹에서 야권 정치인에게 건네진 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당장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KH그룹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관계자들의 범죄 혐의가 포착된다면 최 전 지사를 포함한 야권에는 다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앞선 배 회장 지인은 “쌍방울그룹 관련 수사가 진행될수록 ‘KH그룹도 수상하다’는 게 검찰에게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을 것”이라며 “이를 알기에 배상윤 회장도 해외에 머무르면서 들어오지 않고 검찰 수사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