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때려치우고 네이비씰 되려했다”
▲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4월 열린 마스터스골프 3라운드 17번홀에서 왼쪽 무릎 통증을 느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헤니가 우즈의 스윙코치를 그만둔 것은 지난 2010년이었다. 그 후 우즈와 동고동락했던 시간들에 대해 책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던 헤니는 자신의 책이 우즈의 사생활보다는 골프와 관련된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헤니는 책에서 우즈의 비밀스런 사생활에 대해서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들어가며 자세히 다뤘으며, 이로 인해 “돈 때문에 우즈를 팔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우즈 역시 헤니의 책 출간에 대해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매우 실망스럽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ESP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즈는 “한때 함께 일했던 사람이고, 또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헤니가 제시한 일화들은 모두 편파적이며, 돈을 벌기 위해서 저질스런 방식으로 표현됐다”고 비난하면서 “그런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헤니의 책에서 묘사된 우즈는 ‘영웅’이나 ‘황제’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헤니는 “우즈는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항상 자기중심적이었다”며 까다로운 사람으로 묘사했다.
특히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우즈의 태도에 실망감을 느꼈던 헤니는 식사 시간마다 보였던 우즈의 무례한 행동을 예로 들었다. 가령 우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일단 자신이 식사를 마치면 아무 말도 없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헤니는 이에 대해 “우즈는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그가 식사가 끝나면 다른 사람도 끝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헤니는 우즈가 코치 등 주변 사람들을 ‘친구’라고 불렀지만 실제 ‘친구’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즈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으면서도 한 번도 헤니에게 권한 적이 없었다. 이런 우즈에게 헤니는 용기를 내서 “이봐, 친구. 나도 좀 하나 가져다줄래?”라고 말하는 데 여러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09년 줄줄이 터졌던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우즈의 외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간간히 갤러리에서 본 여자들에 대해 몇 마디 던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즈가 나에게 여자 이야기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캔들이 터진 후부터 우즈의 거칠고 차가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우즈는 섹스 중독 치료를 받은 후 “내 평생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한편 “앞으로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여자들과는 섹스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우즈와 전 부인 노르데그렌. |
또한 우즈는 신혼 시절 ‘뷰익 인터내셔널’ 우승 당시 “골프 클럽에서 파티를 열자”는 아내의 제안을 면박을 주면서 거절하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노르데그렌은 우즈가 우승을 해도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으며, 결혼생활이 지속되면서 웃는 모습은 점차 줄어들었다. 헤니는 “우즈 부부가 말다툼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둘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헤니는 골프 선수로서 우즈에게 느꼈던 실망감에 대해서도 적으면서 특히 우즈가 어떻게 왼무릎 부상을 당했는지 알게 됐을 때 더욱 그러했다고 말했다. 헤니는 우즈의 절친 가운데 한 명인 코리 캐롤이 자신에게 “우즈의 왼무릎 인대 파열은 ‘킬하우스’에서 당한 부상이다. 훈련 도중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무릎을 찧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킬하우스’란 미해군특수부대(네이비씰)의 시가지 가상 훈련소를 일컫는다.
처음 이 말을 들은 헤니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 여성이 자신에게 다가와 캐롤과 같은 말을 하자 결국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 이 여성은 자신의 남편이 네이비씰에서 근무한다고 말하면서 2007년 우즈가 ‘킬하우스’에 들렀으며, 그때 다리를 다쳤다고 귀띔했다.
사실 우즈의 무릎 부상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무릎 수술을 받았던 우즈는 수술 후 과욕을 부려 무리하게 훈련을 한 탓에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당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부상 후유증으로 대회를 기권하거나 포기한 경우는 지난해 두 번의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우즈는 ‘경미한 통증’이라고 말했지만 헤니는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통산 18승에 4승을 남겨 놓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부상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우즈와 네이비씰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이에 대해 헤니는 “돌이켜 보면 우즈가 골프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을 때가 바로 2007년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우즈가 군대에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즈는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네이비씰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국방 채널을 시청하면서 보내곤 했으며, 이에 대해 헤니는 책에서 “우즈는 소파에 앉아서 마치 메이저대회라도 출전한 듯 완전히 게임에 몰두하곤 했다”고 적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헤니는 심지어 우즈가 골프를 그만두고 특수부대원이 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하면서 네이비씰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 수십 차례 해군기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낙하산 훈련을 포함해 호신술, 사격, 시가전 시뮬레이션, 다이빙 훈련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헤니는 “우즈는 자신이 하루에 열 번씩 낙하산 훈련을 했다며 자랑을 늘어놓곤 했다. 장거리 사격 기술에 대해서는 마치 골프샷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처럼 바람의 방향과 총알의 궤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즈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헤니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하면서 행여 부상을 당할 경우 골프 선수로서의 인생이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 2006년 US오픈을 며칠 앞둔 상태에서 우즈가 3일간 낙하산 훈련을 떠날 예정이란 소식을 들은 헤니는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즈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봐, 지금 제정신이야? 당신 운명에만 집중해. 당신 운명은 골프 선수지 이라크에서 적군을 소탕하는 게 아냐”라고 충고했다.
또한 헤니는 언젠가 특수부대원이 되겠다는 우즈의 꿈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일깨워주기 위해서 “네이비씰 대원은 28세 이상이면 지원이 불가능하다”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이는 문제가 안 된다. 그들은 나에게만 특별히 예외를 적용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헤니는 “우즈가 이처럼 특수부대에 매료된 이유에 대해서 어쩌면 부친의 영향 때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즈의 부친인 얼 우즈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육군특수부대 ‘그린 베레’ 출신으로, 타이거란 이름도 베트남전에서 알게 된 전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하지만 헤니의 이런 주장에 대해 네이비씰 측은 “사실 무근이다”라고 일축했다. 네이비씰의 윌리엄 페닉 대령은 “우즈가 몇 차례 콜로라도 아일랜드의 특수본부를 방문한 적은 있다. 하지만 2006년 이후로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우즈가 특수부대원이 되기 위해서 이곳을 방문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식으로 훈련에 참가한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 역시 헤니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아버지 때문에 우즈가 군인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존경심을 왜곡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