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성공시 방산 사업 재편 주도 김동관 부회장 ‘날개’…2조 투입 대우조선 인수도 진행중 ‘재무 부담’ 우려
STX중공업 최대주주인 파인트리파트너스는 2022년 12월 STX중공업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매각 대상은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매각가를 1000억 원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STX중공업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가장 주목 받는 곳이다. STX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한 지붕 아래 모이면 효율성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TX중공업의 2022년 1~3분기 매출 1321억 원 중에서 27.21%인 359억 원이 대우조선으로부터 발생했다. STX중공업의 최대 고객이 대우조선이다.
눈여겨볼 지점은 최근 한화그룹이 한화디펜스, (주)한화 등에 분산됐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면서 방산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취득 절차를 마치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특히 대우조선은 전통적으로 잠수함 등 특수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우조선의 특수선 부문 매출은 7397억 원으로 현대중공업(9612억 원)에 이은 국내 2위 기업이다.
기업 실적에 비해 STX중공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선박용 엔진 제조 특화 업체라는 점이다. 조선업계에서는 STX중공업의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STX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선박용 액화석유가스(LPG) 이중연료엔진(LGIP)을 개발한 곳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탑재되는 이중연료 엔진도 최초로 국산화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다. 여기에 함정용 소형 엔진 생산 능력도 갖추고 있다. 엔진 개발과 생산 능력이 없는 대우조선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방산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매물인 셈이다.
STX중공업 인수 작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2021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방산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재편도 김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관 부회장으로서는 대우조선과 STX중공업이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부회장의 첫 관문은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 심사 통과다. 앞서 HD현대그룹은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해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했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기업결합 승인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U가 HD현대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했던 이유는 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 때문이었다”며 “한화그룹의 경우 ‘수평적 결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승인 위험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STX중공업 인수에는 만만치 않은 산을 넘어야 한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도 STX중공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그룹으로서는 대우조선에 이어 STX중공업 인수에도 실패하면 이래저래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실리를 봐도 STX중공업은 HD현대그룹에게도 매력적인 기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준중형 선박을, 현대삼호중공업은 대형선을 주로 수주하는데 STX중공업이 제조하는 엔진은 중형 선박에 특화돼 있다”며 “HD현대그룹이 제조하는 엔진은 주로 대형선 위주의 엔진이기 때문에 STX중공업을 인수하면 엔진 분야에서도 최강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늘어나고 있는 선박용 엔진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해 예비입찰에 참여하게 됐다”며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기술을 접목시켜 중소형 엔진까지 스펙트럼을 다양화하고, 그룹 내 조선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장기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에 2조 원이라는 투입할 예정이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원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9월 말 기준 1조 8079억 원으로 1조 원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말 기준 무려 1290.83%에 달한다. 대우조선의 적자가 지속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STX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말 기준 163.45%로 대우조선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STX중공업의 단기차입금(1년 이내 갚아야 할 채무)이 8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김형진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최근 외형확장 및 영업수익성 개선 추세, 양호한 현금흐름 등을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했지만 대우조선 인수 및 종속기업 편입 이후에는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우조선 인수 및 연결 편입 이후 당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수익성은 대우조선의 사업실적 정상화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화그룹은 정해진 것이 없는 만큼 구체적인 입장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와 맞물려 경영 정상화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STX중공업 인수를 포함한 어떤 사항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