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황제주 드디어 ‘대권 상장’?
▲ 지난 4일 경북대 학생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강연을 듣기 위해 대강당에 모였다. 이날 20여 군데의 언론사들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하지만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안철수 마케팅’이 이번 총선에서 지난해 10·26 재보궐 당시처럼 큰 효과를 발휘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른바 ‘안철수식 스폰서 정치’와 중립적 태도에 대한 기존 정치권의 반감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사실상 ‘정치 재개’에 나선 안철수 원장의 총선 이후 선택지는 과연 무엇이 될까.
근래 안철수 원장의 대선 도전 여부는 4·11 총선에 버금가는 정치권의 화두 중 하나다. 잠잠하던 안 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눈에 띄게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발언 수위도 이전에 비해 확연히 높아졌다. ‘제3 정당 출범’ ‘총선 출마 여부’ 등 정치 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귀를 닫고 입을 닫았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 그의 발언들은 상당히 진일보한 모양새다.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저한테 주어지는 거라는 생각에 변함없다” “사회발전에 도구로 쓰이겠다” 등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놓고 있다.
안철수 원장은 먼저 총선에 출마한 특정 후보의 지지를 통해 정치권에 발을 슬쩍 걸쳤다. 지난해 10·26 서울 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편지 한 통’으로 박원순 후보 당선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 데 이어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후보(서울 도봉갑)와 송호창 후보(경기 의왕·과천)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
두 후보 모두 민주통합당 소속 후보이지만 안 원장은 소속정당이 아닌 ‘인물’을 강조하며 이들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을 표명했다. 강연을 통해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라”고 독려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김근태 선생과 인재근 여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안 원장은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장례식장에 직접 방문해 인재근 후보를 위로한 바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대책위 대변인 출신인 송호창 후보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송호창은 늘 함께하는 사람이며, 온유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아울러 공동체에 대한 선의와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했다.
안 원장의 지지 발언으로 두 후보가 수많은 언론에 소개되면서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두 후보가 선거에 이기더라도 극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선거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두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서 접전 양상이어서 어느 한 쪽의 후보라도 압도적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기더라도 박원순 시장이 약세에서 안철수 원장의 지지로 인해 역전승을 이뤄낸 서울시장 재보선 때만큼 극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이 실리보다 명분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인재근, 송호창 후보를 지지했으나 ‘인물을 보고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민주통합당에도 확실한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 후보라도 인물에 대한 평가로 선택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 아닌가. 총선 투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좌우로 나뉜 기존 정당의 이념 논리를 거부한다는 자신의 평소 소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역시 “인물을 보고 찍으라는 안 원장의 발언은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안철수 원장의 ‘총선 전략은 총선 이후의 대선 행보와도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안 원장은 ‘제3 정당 출범’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 왔었다. 그러나 이 발언의 ‘유효기간’은 어디까지나 총선 시점까지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앞서의 정치컨설턴트는 “총선 결과에 따라 여든 야든 정당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세력과 바람이 불면 안철수 원장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선 도전 여부에 대해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저한테 주어지는 거다는 생각에 변함없다’는 발언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안철수 원장의 태도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안 원장에 대해 “커튼 뒤 정치를 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주어지는 대권을 받겠다는 태도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대통령의 자리를 너무 만만하고 여유 있게 보는 것 같다. 더 이상은 애매모호한 태도로 정치적 입지를 이어갈 명분이 부족한 시점에 다다랐다. 총선이 지나면 대선 출마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원장의 그동안 행보를 감안할 때 그가 총선 이후 어떤 선택을 할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정치전문가들은 두 가지 ‘안’을 그리고 있다. 즉 안 원장이 직접 대선 주자로 나서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직접 나서게 될 경우라면 그 시점이 대선 구도를 가를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타이밍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안철수 원장이 대선주자로 나서게 된다면 그 시점을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고려할 것이다. 총선이 여야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올 경우 안 원장은 당분간 관전 모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안 원장의 스타일상 여야 대선 경선 과정에 함께 뛰어들기보다는 특정 정당에 몸담지 않고 계속 외곽지역에 머물면서 지금까지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정치 개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출마라는 반전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서도 직접 출마 대신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안 원장 스스로 “살면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뭘 얻겠다는 게 관심사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까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던 만큼, ‘대권 자체’에 대한 욕심을 내세우기보다 서울시장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혹독한 대선후보 검증과정에 대한 부담감과 권력의지가 낮다는 점 역시 ‘직접출마’가 아닌 ‘킹메이커론’을 뒷받침하는 현실적 근거다.
과연 안철수 원장이 총선 이후 어떤 대선 시나리오를 전개하게 될까. 그의 말대로 ‘정파와 이념을 떠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쪽’의 길이 열릴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안철수 강연’ 현지취재
일자리 실업률 강연 내용은 대선주자급
지난 4월 4일 경북대학교 캠퍼스에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오후에 예정됐던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강연 장소가 4합동강의실에서 대강당으로 바뀌면서 줄을 서 있던 학생들과 일반인 수백 명이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뛰어가는 학생들에게 “누가 왔느냐”고 물으며 “무슨 대통령이라도 온 것 같다”고 얼떨떨해 했다. 대강당의 2500여 좌석은 삽시간에 가득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통로 계단에 앉아 강연을 기다렸다. 지역 신문사를 비롯한 20여 군데 언론사 역시 미리 도착해 안 원장의 동선을 체크했다.
강연을 주최한 김형기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내년에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안 원장을 소개했고 이 말에 학생들은 열광했다. ‘안철수가 본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1시간 10분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안 원장은 △일자리 창출 △실업률의 문제점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그중 정치 참여 의사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강연이 끝날 때가 된 것 같다”고 운을 떼며 “50년간 살아오면서 모든 선택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제 인생은 해석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자리는 선택하는 것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강연을 접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강연은 처음이었다는 황지영 씨(22)는 “역사적인 강연을 들은 것 같다. 강연 후 박수소리에 소름이 끼치고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말했다. 경제통상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한생은 “안 교수님의 말대로 된다면 한국 경제와 청년 실업이 개선되리라는 희망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날 전남대학교에 이은 안 원장의 잇단 강연이 정치 참여 의사로 비쳐지면서 도가 지나친 광경도 목격됐다. “강연이 시작되면 촬영을 중단해 달라”는 부탁에도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강당 뒤에서 누군가가 “안철수는 빨갱이”라고 외치는 바람에 강연 도중 학생들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1941년생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강연이 끝난 뒤 “일자리 창출이니 M&A니 모르는 학생들이 어디 있느냐”며 “왜 하필이면 총선을 앞두고 강연이니 뭐니 다니면서 선동인가.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부터 그만두고 당당히 나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지지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안 원장의 정치 참여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국어국문학과 신 아무개 씨(22)는 “(대선에) 나오시면 좋겠지만 혼자서는 당선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통상학부 박 아무개 씨(26)는 “정치경제학 수업의 일환으로 초청된 것뿐인데 언론에서 너무 요란해 좀 웃겼다”며 “안철수 교수님이 지금 상태로 정치권을 견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일자리 실업률 강연 내용은 대선주자급
지난 4월 4일 경북대학교 캠퍼스에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오후에 예정됐던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강연 장소가 4합동강의실에서 대강당으로 바뀌면서 줄을 서 있던 학생들과 일반인 수백 명이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뛰어가는 학생들에게 “누가 왔느냐”고 물으며 “무슨 대통령이라도 온 것 같다”고 얼떨떨해 했다. 대강당의 2500여 좌석은 삽시간에 가득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통로 계단에 앉아 강연을 기다렸다. 지역 신문사를 비롯한 20여 군데 언론사 역시 미리 도착해 안 원장의 동선을 체크했다.
강연을 주최한 김형기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내년에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안 원장을 소개했고 이 말에 학생들은 열광했다. ‘안철수가 본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1시간 10분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안 원장은 △일자리 창출 △실업률의 문제점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그중 정치 참여 의사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강연이 끝날 때가 된 것 같다”고 운을 떼며 “50년간 살아오면서 모든 선택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제 인생은 해석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자리는 선택하는 것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강연을 접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강연은 처음이었다는 황지영 씨(22)는 “역사적인 강연을 들은 것 같다. 강연 후 박수소리에 소름이 끼치고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말했다. 경제통상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한생은 “안 교수님의 말대로 된다면 한국 경제와 청년 실업이 개선되리라는 희망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날 전남대학교에 이은 안 원장의 잇단 강연이 정치 참여 의사로 비쳐지면서 도가 지나친 광경도 목격됐다. “강연이 시작되면 촬영을 중단해 달라”는 부탁에도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강당 뒤에서 누군가가 “안철수는 빨갱이”라고 외치는 바람에 강연 도중 학생들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1941년생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강연이 끝난 뒤 “일자리 창출이니 M&A니 모르는 학생들이 어디 있느냐”며 “왜 하필이면 총선을 앞두고 강연이니 뭐니 다니면서 선동인가.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부터 그만두고 당당히 나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지지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안 원장의 정치 참여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국어국문학과 신 아무개 씨(22)는 “(대선에) 나오시면 좋겠지만 혼자서는 당선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통상학부 박 아무개 씨(26)는 “정치경제학 수업의 일환으로 초청된 것뿐인데 언론에서 너무 요란해 좀 웃겼다”며 “안철수 교수님이 지금 상태로 정치권을 견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