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부대원이 범죄자 아닌 일반인?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헛발질’이라고 빗대면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득이 없는 사업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주장에는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이 분명히 있다. 국가가 했던 거짓말 같은 이야기 중 ‘설마 이렇게까지’라고 할 만한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봤다.
1949년 ‘국민보도연맹(보도연맹)’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탄생한다. 좌익 전향자들을 정부가 관리하면서 사상을 개조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도한다는 것이 창설 목적이었다. 전향자들은 보도연맹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입을 하려면 반드시 함께 좌익 활동을 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제출하게 했고, 가입하지 않은 자의 좌익 활동이 드러나면 엄중 처벌을 각오하라는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좌익 전향자들이 아닌 애꿎은 사람들까지 가입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는 점이다. 당시 보도연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통행이나 상업 등에 제한을 받았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입한 사람들이 많았다. 10명 중 2명 정도만이 실제 좌익 활동과 연관된 사람이었고 나머지는 그냥 도장 찍으라고 해서 찍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창설 1년 만에 연맹원 수가 33만 명에 달하는 거대 단체로 성장한 보도연맹의 참혹은 그 해부터 시작됐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터졌기 때문이다. 5일 후인 6월 30일부터 연맹원을 구금하고 연행하라는 명령이 전 경찰서에 발송된다. 작가는 33만 명이나 되는 전력(?) 있는 자들이 돌변할 것을 두려워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주장한다. 이후 약 2개월 동안 최소 20만 명에 달하는 연맹원들이 학살을 당했다. ‘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는 명분으로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즉결 처형’ 형식을 띤 집단 학살이 전국에 걸쳐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학살을 당했던 유족들은 어떤 문제제기도 못한 채 울분을 삭혀야 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연좌제를 내세워 유가족 대표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했고, 관련 자료를 모두 소각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모진 고초와 울분 속에 살아온 유가족들은 2011년 6월이 되어서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열리게 됐다.
국가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인사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사례도 있다. 1968년 특수공작 임무를 받은 북파공작원들은 매복 중 북한군에 발각된다. 한 명의 공작원이 북한군에 사살되어 남한 측에 인도되지만 한국군 측에서는 “우리 군 병사가 아니다”며 존재 자체를 철저히 부인하게 된다. 정전 협정 중에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국가의 부인은 필연적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군사정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쟁 휴전 후 41년 동안 남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는 무려 45만여 건에 이른다. 이미 무수한 협정위반 사례가 있음에도 협정위반을 이유로 북파공작원의 시신을 송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 |
실미도 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법무관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충청 출신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한 동네에서 일곱 명의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차출된 적도 있었다. 저자는 대원들 중에 범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왜 범죄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저자는 원전에 대해서도 국가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원자력 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원자력 발전소의 존폐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됐다. 우리 정부는 2022년까지 12기의 원전을 더 건설할 계획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은 안전하다’고 말하며 엄청난 홍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실제로 인류가 만든 인공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단 1g만으로도 4000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원자력 에너지가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실제로 2004년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 핵 발전이 2배 증가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은 겨우 8%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원자력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체굴, 운반, 정제, 폐기물 처리 등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가져오게 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박상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