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업 해제 앞두고 뒤숭숭, ‘깜깜이’ 투자 결정 탓 ‘퍼주기’ 의혹…클레이튼 “투명성 강화 힘쓰겠다”
클레이 투자자들이 최근 민감해하는 이슈는 클레이튼 초기 투자자 물량 락업(코인을 판매할 수 없는 기간) 해제다. 2022년 12월 19일 클레이튼은 ‘2019년 초, 성공적인 클레이튼 메인넷 론칭과 운영을 위해 초기 투자 라운드를 수행했고, 당시 리스크를 감수했던 초기 라운드 투자사들은 클레이튼이 자체 메인넷을 개발하고,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면서 ‘이런 초기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일부 투자사가 계약 조건상 권한을 행사함에 따라, 2022년 12월 19일 중 3166만 6667 KLAY를 해당하는 주체에 전송할 예정임을 커뮤니티에 미리 알려드린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6600만 KLAY가 잔여 초기 투자 물량으로 남아 있다. 1월 16일 클레이튼 관계자는 “현재 클레이튼 팀이 반환해야 할 잔여 초기 투자 물량은 마지막 한 곳에 전달할 약 6600만 KLAY 규모”라며 “이외의 ‘초기 프라이빗 세일즈 투자’ 관련한 집행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투자사의 해당 투자 관련 권리 행사 요청은 없었고, 향후 지급 확정되면 이 부분도 선공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클레이튼 관계자는 “투자자는 클레이튼 팀과 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권리 행사로 회수한 KLAY 매도를 시장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유예하기로 클레이튼 팀과 합의했다는 점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3166만 KLAY는 현재 가치 약 70억 원 수준이며 남아 있는 6600만 KLAY는 150억 원 정도다. 클레이튼 전체 시가총액(시총)은 17일 기준 약 7200억 원에 이른다. 이번에 풀리거나 풀릴 양을 시총과 비교해보면 많은 양은 아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이 정도 양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클레이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초기 투자자 물량 락업이 풀리면서 비슷한 시점에 클레이튼 팀이 홍보와 마케팅을 재개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는 ‘초기 투자자 보유 물량을 높은 가격에 털어주기 위해 가격 반등 목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열심히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이에 클레이튼 관계자는 “미진했던 홍보와 마케팅 등을 강화하는 것일 뿐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클레이튼은 2022년 11월 연간 인플레이션을 축소하도록 조정했고, 퍼미션리스(개방형) 블록체인 전환에도 합의했다. 개방형 블록체인은 누구나 블록체인 네트워크 검증인(Validator)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제다. 과거 거버넌스 카운슬(GC)라 불리는 선별된 소수 기업만 참여한 방식에서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또 클레이튼은 기존 투자자가 가장 민감해했던 클레이튼 성장 펀드(KGF), 클레이튼 기여 리저브(KIR)이라 불리는 펀드의 투자도 잠정 중단했다. KGF와 KIR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쌓인 KLAY를 생태계에 기여할 프로젝트나 파트너사에 주는 펀드다. 그런데 이 같은 펀드 운용이 지나치게 ‘퍼주기’에 가깝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KGF는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KGF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펀드인 KIR은 일부 회의록이 공개된다. 그런데 KIR 회의록에 남은 GC들 의견은 엄청난 양의 KLAY를 퍼주면서 클레이튼 관련 정보조차 모르는 듯한 내용이 남아 있어 충격을 준 바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9월에 열린 제17회 KIR 회의에 따르면 ‘블록스카우트 오픈 소스 블록 탐색기’에 24만 7500달러(약 3억 원)를 투자할지를 두고 회의한 내용이 남아 있다. 이미 클레이튼에는 오지스가 만든 클레이튼 스코프라는 탐색기가 있다. 클레이튼 스코프는 꽤 잘 만든 탐색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에 따르면 GC 중 하나인 에버리치는 찬성하면서 ‘블록 탐색기의 부족은 클레이튼 체인의 약점이다. 더 많은 탐색기가 제공될수록 체인에 더 좋다’고 했고, 한화시스템도 찬성 의견으로 ‘클레이튼을 사용하다 보니 블록 익스플로러(탐색기)가 있으면 좋겠고, 자체 체인을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적혀 있다. 이는 클레이튼 스코프라는 기존 탐색기의 존재를 모르거나 써본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들린다.
다른 회의 참가자인 네오플라이의 경우 반대 의견으로 ‘클레이튼 파인더와 스코프가 이미 존재하는데 추가 오픈소스 탐색기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거나 매경미디어는 ‘탐색기는 이미 클레이튼 생태계에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블록 스카우트가 다른 탐색기에 비해 제공하는 이점은 그다지 크지 않고 불분명해 보인다”며 보류 의견을 냈다.
결국 이 안건은 찬성으로 가결돼 24만 7500달러가 지원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KGF, KIR 퍼주기 의혹이 나오게 됐다. 클레이튼 관계자는 “의견 중에서 개발된 블록 익스플로러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익스플로러는 많이 있을수록 좋고, 그중 ‘오픈소스’ 익스플로러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면서 “회의가 동시통역되는데, 이때 한국어로 나눈 내용이 영어로 완벽히 번역 반영이 안 되는 부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그런데도 약 25만 달러 투자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팬케이크스왑 등 일종의 밀키트처럼 이미 만들어져 배포된 오픈소스 기반 탐색기가 없는 게 아니다. 이걸 수치만 좀 조정하면 클레이튼에서도 사용 가능한데, 굳이 ‘오픈소스’ 탐색기를 만들겠다고 25만 달러를 주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해할 수 없는 양을 프로젝트에 계속 퍼주는 게 투자자들이 클레이튼과 KGF, KIR에 갖는 불만의 실체”라고 말했다.
클레이튼 측에서는 “팬케이크스왑 등은 ‘백앤드’ 부분만 오픈된 구조다. 클레이튼이 투자한 프로젝트는 ‘프론트앤드’, ‘백앤드’ 모두 ‘풀스택’(일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메리트가 다르다. 향후 메타버스 SDK(Software Development Kit)도 출시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이다. 향후 국내외 개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메인넷 운영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오픈소스 DEX(탈중앙화 거래소) 개발을 위해 최소한의 투자 집행으로 향후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이해하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 클레이튼 투자자는 “KIR은 클레이튼 펀드 투자의 일부일 뿐이다. 핵심인 KGF는 회의록조차 공개가 안 되고 있다. KGF 투자 건 중 러그풀(먹튀) 당한 건도 있다. 어떻게 투자했는지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면서 “공개된 집행 건도 구설수가 나오는데, 비공개된 나머지 건들은 어떻게 투자가 됐는지 알 수조차 없다. 이 부분 공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클레이튼은 앞으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와 더 많은 소통을 예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KGF, KIR 등 퍼주기 논란 등 오해가 많았던 만큼 앞으로 투자자의 다양한 궁금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클레이튼 관계자는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