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전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 확보…계좌 없는 20억 명의 금융 생활에 기여할 것”
블록체인 기술 기업 ‘오지스’ 라경수 COO(최고운영책임자)의 말이다. 라경수 COO 말처럼 오지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오지스는 리투아니아어로 ‘염소’라는 뜻이다. 염소는 역대 최고의 선수(GOAT)와 스펠링이 같아 해외에서는 일종의 밈처럼 쓰인다. 이처럼 오지스도 역대 최고가 되자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오지스는 국내 대표 레이어1 체인인 클레이튼 기반 De-Fi(탈중앙 금융) 서비스 클레이스왑을 운영해 클레이튼 체인 내에서 가장 많은 TVL(De-Fi 예치 자금)을 유치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해주는 기술인 브릿지 서비스도 ‘오르빗 브릿지’로 운영하고 있다. 오르빗 브릿지는 브릿지 서비스 가운데 전 세계 7위 수준 규모다.
오지스는 곧 톤(The Open Network) 체인에 AMM-DEX(자율적으로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탈중앙화 거래소)인 메가톤 파이낸스(Megaton Finance) 출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한없이 매서워지는 크립토 윈터 속에서 일요신문은 1월 6일 국내 대표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 오지스의 라경수 COO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지스를 소개해 달라.
“오지스는 블록체인 공간에 전문적인 개발 영역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다. 메인넷, 노드 검증, 익스플로러, 서로 다른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연결하는 크로스 체인(브릿지), 온체인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De-Fi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클레이튼 관련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클레이스왑(KSP), 클레이튼 스코프가 있고, 오르빗 브릿지도 누적 자산 이동이 120억 달러 정도 된다. 특히 자랑할 만한 건 해킹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브릿지 서비스에서 해킹 사건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크게 블록체인 기술은 EVM(이더리움 가상머신), Non EVM으로 나뉘어 있는데 양쪽 생태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가장 큰 능력이라고 본다.”
―블록체인 생태계 개발은 가속화되고 있는데, 아직 매스 어돕션(대중화)된 서비스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크립토(코인) 어돕션과 Web3 어돕션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서비스의 임계점이 15%가 넘어가면 대중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 보유자가 30%가 넘는다. 최소한 코인은 대중화된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다. 보통 Web3는 가상자산을 온체인 상에서 기여한 만큼 가상자산을 분배 받기도 하고, 탈중앙화돼 있으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우린 Web3는 반드시 오고, 얼마나 빨리 올 것이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오지스 설립 이후 5년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일이 있었다.
“오지스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온체인 활용처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에 매진했다. 그 사이 ICO(코인 공개 판매)에 치우쳐 있던 시기가 있었다. 붐이 사그라든 이후 얼어붙은 가상자산 시장이란 의미인 '크립토 윈터'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De-Fi 서머라고 하는 새로운 붐도 겪었다. 다시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과거 이보다 심한 크립토 윈터를 겪고 극복한 경험이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기업 핵심 가치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는지에 따라 ‘봄’도 빨리 맞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오지스가 서비스하는 De-Fi 클레이스왑의 거버넌스 코인 ‘KSP’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클레이스왑이 2주년을 맞이했다. 클레이스왑은 다른 서비스를 복사해온 게 아닌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그 과정이 밑거름 됐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서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을 고도화하기 수월했다. 2년 사이 클레이튼 DEX(탈중앙화 거래소)로서 압도적 1위로 자리매김했고, 백서 공개를 했을 때 밝힌 일정이나 사용자와 약속을 지켰다는 건 자랑스럽다. 2022년 11월 14일 1초에 1개씩 생성되던 KSP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지났다. 또한 이제 약속처럼 KSP 발행량에서 오지스가 분배 받는 게 없다. 새롭게 발행되는 KSP 100%가 커뮤니티로 돌아간다. 앞으로 클레이스왑은 거버넌스 관련해서 고도화를 준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생태계에서 유저가 오고 가기 편하게 크로스체인 쪽으로도 신경을 써 커뮤니티가 커지도록 할 생각이다. 커뮤니티가 점점 커진다면 KSP 가치를 담고 있는 가격도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 본다.”
―2022년 루나-테라 사태, FTX 거래소 사건 등 다양한 사건 사고가 가상자산 시장을 망가트렸다.
“루나 사태는 오지스가 글로벌 확장을 야심차게 준비할 시기에 발생했다. 우리 제품은 어느 생태계 가더라도 경쟁력 있다고 생각할 때다. 폴리곤이란 유망 생태계에서 Meshswap(메시스왑)이라는 De-Fi를 론칭하고 일주일 만에 루나 사태가 터졌다. 우리가 출시한 제품이 큰 피해를 봤지만 마음이 아픈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때는 전세계 시가총액 7위를 기록한 국내 가상자산이 대표적인 스캠(사기)로 낙인 찍혔다는 게 안타까웠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산업 전반 신뢰가 꺾인 데다, 한국 기반 프로젝트 전반에 색안경이 끼워졌다. 미국 텍사스 콘퍼런스를 갔다 왔는데, 회사 소개 자료를 보내면서 미팅을 주선하려고 하니 한국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자료도 보내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루나 사태나 FTX 사건이 탈중앙화의 실패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앙화된 실패 아니냐고 묻고 싶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가상자산 시장을 비난할 게 아니라 더 투명하게 개방이 되고, 더 탈중앙화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여러 사태를 겪은 2022년을 지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쳤다.
“시장 유동성이 Fed(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빠르게 줄어들었고 앞서 말했던 여러 사태로 가상자산 업계 전체에 대규모 악재가 겹치게 되면서 뜨거웠던 장이 빠르게 변했다. 다만 시장 상황과 별개로 산업 자체에 더 긍정적으로 보이는 점도 있다. 다양한 산업에서 Web3를 도입하는 속도가 더 빠르게 관찰되고 있다. 또 하나는 앞선 시대보다 내실을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곳들이 많이 보인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부산 거래소를 추진하고 있다. 관심 자체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시기가 앞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졌을 때 밑거름으로 작용하리라고 믿는다.”
―Web3 시대, 가상자산이 대중화된 미래를 강력하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기도 하다.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백신 접종 여부 증명하는 ‘쿠브’(Qoov) 애플리케이션(앱)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쿠브 앱을 쓸 때 블록체인 기반인 걸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쓰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계속 출시되겠다고 생각한다. Web3가 대중화되는 시기를 앞으로 5년 정도로 본다. 블록체인은 신뢰 비용을 급격하게 줄여줄 수 있다. 내가 거래하는데 이 물건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 자동차 거래 등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지스의 미래 비전이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은행 계좌가 없는 인구가 20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반면 전 세계 80% 넘는 인구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온체인 상에서는 국가 간 구분이 없다. 전통 금융이 아닌 De-Fi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거래를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다양한 국가나 사회에 서비스하면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De-Fi를 통해 돈을 예치하고 송금하고 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불안정했던 사람들이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하도록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먼 비전은 현재 대표 IT(정보통신) 기업을 소위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 등 미국 IT 업계 선도 4개 기업)이라고 하고 모두 미국에서 나타났다. FANG 이외에도 대표 IT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있다. Web3 시대가 오면 누군가에게는 위기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에도 훌륭한 개발자, 프로젝트가 많은데 이 기회를 활용해서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테크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