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책임 소재 규명에 고심…“플랫폼 이용 근로자 매뉴얼 체계적으로 정립돼야” 지적
지난 1월 16일 부산에서 대리운전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온 40대 A 씨가 자신의 아파트 기계식 주차타워에서 떨어져 숨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대리운전자 B 씨는 타워에 차를 집어넣은 뒤에 A 씨가 차 안에 있는 상태에서 돌아갔다. 이를 몰랐던 한 입주민이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A 씨의 차량을 들어 올렸고, 이에 잠에서 깬 A 씨가 얼떨결에 차에서 내리면서 타워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숨을 거뒀다.
해당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은 단순 추락사고로 볼지, 주차타워 관리자 등에게 일부 혐의를 둘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주차타워 관리자의 책임과 역할에 차량 내 잠든 A 씨를 발견하는 일이 포함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현재까지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사건을 조사 중인 관계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차타워는 원칙적으로 타워 진입 전 운전자 외의 동승자들은 모두 하차한 뒤에 작동해야 하는데 이날 대리운전기사 B 씨는 A 씨를 태운 채로 타워에 진입했다. B 씨가 현장에서 A 씨로부터 직접 요금을 받았던 점으로 볼 때 당시 A 씨는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A 씨가 차에서 내릴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아 B 씨의 과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리운전업계 등에 따르면 대리운전기사의 업무 범위는 고객이 지정한 위치까지 차량을 운행한 뒤에 주차하고 차키를 다시 차주에게 건네는 것까지다. 이 때문에 B 씨에게 A 씨의 귀가를 확인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애매한 상황이다.
최근 대리운전이나 오토바이 퀵 배달 등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 뒤 정보 제공 형태의 ‘콜’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는 근로자들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이들의 업무범위를 규정할 매뉴얼이나 관련 정책도 없는 실정이다.
부산교통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인 강세민 아나운서는 “사회 전반에 넓게 퍼진 대리운전 근로자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교육·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며 “이번 ‘주차타워 추락사’의 경우에도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리운전기사가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있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거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일부 중소대리운전업체들은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근로자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지역 대리운전업체 C 사 관계자는 “우리 업체의 경우 직급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각자 직급에 맞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장을 따로 두고 복장부터 안전까지 기사교육을 상시 진행하며 상황에 따라 기사들을 사무실로 불러 집중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기사들이 자의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하는 등에 대한 매뉴얼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