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짓 시켜놓고 구경까지 했다고?
서울 강남경찰서는 10일 오후 유명 연예기획사 A 사의 대표인 J 씨를 소속 여자 연예인(연습생 포함)을 상습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청담동 소재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J 대표를 체포한 경찰은 곧바로 A 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한 달 넘게 피해자들과 연루자들을 대상으로 내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포착된 혐의점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알려졌다. 결국 J 대표는 지난 13일 영장실질검사를 거쳐 구속 수감됐다. 과연 J 대표가 이끄는 A 연예기획사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피해 연예인 가운데 한 명인 B 양은 연습생으로 A 연예기획사에 들어간 뒤 엄청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B 양의 측근을 통해 접한 그의 피해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몇 가지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간략히 소개한다.
J 대표는 B 양에게 “연예계 생활을 잘하려면 끼를 많이 부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끼’라는 단어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B 양은 이후 ‘끼’가 ‘여자로서 굉장히 수치스럽고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마사지’라는 단어도 자주 언급됐다. 마사지는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행했는데 이는 곧 성추행을 의미한다. B 양은 J 대표가 마사지를 해준다며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다 갑자기 성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J 대표는 본인이 직접 여자 연예인을 성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속 남자 연예인(연습생 포함)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를 소속 연예인들은 ‘미션’이라 불렀고 J 대표는 이를 CCTV로 지켜봤다고 한다. 이런 미션을 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CCTV 때문이다. 남자 연예인에게 여자 연예인을 마사지해주라고 미션을 내리면 이는 곧 성관계를 가지라는 의미인 셈이다.
B 양은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J 대표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이런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연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자가 30여 명에 이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런 내용은 모두 피해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에 대한 진위 여부는 법정의 판결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내사를 통해 혐의점을 포착해 J 대표를 긴급체포한 경찰은 지난 10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11일 강남경찰서는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간략한 사건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이 밝힌 J 대표의 혐의 내용은 여성 연예인 연습생 6명에 대한 상습 성추행 및 성폭행이다. 게다가 이 가운데 두 명은 10대 청소년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J 대표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J 대표가 혐의 내용을 일부 인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13일 법원의 영장실질검사를 거쳐 J 대표는 구속 수감됐다.
이번 수사는 강남경찰서가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경찰청이 인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경찰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수사라는 얘기다. 항간에선 경찰이 이번 수사를 장기 파업에 돌입한 MBC와 KBS 등 방송국 PD들을 겨냥한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 수사로 확대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한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의 엽기적인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이 연예계와 방송가를 강타할 엄청난 후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