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근혜 눈치보기?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김 내정자는 올해 1월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이 총선 출마로 사표를 내면서 치안정감(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불과 4개월 만에 10만 경찰을 이끄는 경찰청장 자리까지 올랐다.
정치권에선 당초 유력시됐던 이강덕 서울청장이 배제되고 김기용 내정자로 결정된 데 대해 청와대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눈치’를 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MB 인사 스타일을 고려하면 김 내정자 기용은 파격에 가깝다. 박 위원장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당에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강덕 청장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정 주도권이 박 위원장에게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 역시 “(이강덕 청장에 대해) 직접 난색을 표하진 않았다. 다만 청문회 통과나 여러 면을 고려했을 때 이 청장보다는 김 내정자가 적합하다는 견해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박 위원장의 의중이 전적으로 인사에 반영된 셈이다. 앞서의 박 위원장 측근은 “이번 경찰청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대선 관리”라면서 “여권 유력 후보인 박 위원장이 신경을 안 쓸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야권에선 김 내정자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김 내정자가 검정고시와 방송통신대를 거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호의적인 평도 있지만 “수사 경험이 적다” “초고속 승진 때문에 경찰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들도 적지 않다. 특히 김 내정자의 인선 과정에 박 위원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자 그 배경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점은 짚고 넘어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통합당 중진 의원은 “경찰 내 비주류인 충청 출신을 발탁한 것에 대해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유권자들을 의식해 무리하게 밀어붙였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김 내정자가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하지 않고 박 위원장에게 줄을 대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