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재벌가서 삼류 대화 알고보니 ‘남’보다 먼 ‘핏줄’
| ||
| ▲ 왼쪽부터 이건희 회장, 이맹희 전 회장, 이숙희 씨. | ||
지난 4월 24일 출근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청구 소송’을 낸 큰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누나 이숙희 씨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을 ‘어린애 같은’, ‘막말 수준’ 등으로 비난한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말이 오갔길래 이런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것일까. 양측의 발언 전체를 들어보자. 각종 보도를 종합해 되도록 말 그대로 실었다.
#이건희, 4월 17일 출근길
(소송 건 형제들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니까, 내가 뭐 그렇게 섭섭하다느니 그런 게 안 되네요. 앞으로는 무응답이고, 자기네들이 고소를 하면 끝까지 고소를 하고,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가고, 내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푼도 내 줄 생각이 없어요.
선대 회장 때 벌써 다 분재(分財·재산분할)가 됐고, 각자 돈들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CJ도 가지고 있고 뭐도 가지고 있고, 그런데 삼성이 너무 크다보니까…. 그게 또 욕심이 좀 나는 거지.
#이맹희, 4월 23일 보도자료
나는 삼성가의 장자로서 삼성이 더욱 잘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습니다. 앞으로 삼성을 누가 끌고 나갈 건지 걱정이 됩니다.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습니다. 한푼도 안 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겁니다. 최근에야 건희가 숨겨왔던 그 엄청난 차명재산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이게 헌법재판소까지 갈 일입니까? 이 소송은 내 뜻이고, 내 의지입니다. 나는 삼성을 노리고 이런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을 밝혀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내 목적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숙희, 4월 23일 보도자료
이건희 회장의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라는 발언은 명색이 자신의 형과 누나인 우리를 상대로 한 말로서는 막말 수준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발언을 듣고 저는 정말 분개하였습니다. 나는 한 푼도 상속재산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번에 문제된 차명주식의 존재도 몰랐기 때문에 차명주식에 대하여 일체 합의해준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은 “선대회장 때 다 분배되었다”는 거짓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작년에는 이번 발언과 달리 상속인들 간에 합의가 있었다는 허위 내용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건희 회장의 “한푼도 못 주겠다”라는 발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이 25년간 숨겨왔던 내 재산을 되찾으려는 것입니다.
#이건희, 4월 24일 출근길
여러분들은 이맹희 회장과 나를 일대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큰 오산입니다. 그래서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이러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이 사람이 제사에 나와서 제사 지내는 꼴을 내가 못 봤어요.
그리고 이숙희 씨는 결혼 전에는 아주 애녀(愛女·사랑스러운 딸)였다고.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그 시절에 금성사, 거기로 시집을 가더니 같은 전자 동업을 한다고 그쪽 시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집에 와서 떼를 쓰고, 영 보통 정신 가지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었다고. 그래서 아버지가, 이 둘은 좀 다르죠. 각도가….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 아니다 하고 내제낀 자식이고, 숙희는 이건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네가 그렇게 삼성전자가 견제가 된다면 삼성의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 20 몇 년 전에 그렇게 얘기를 하셔서, 그걸로서 끝난 거라고. 그리고 이맹희 씨가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에요. 날 쳐다보고 바로 내 얼굴을 못 보던 양반이라고. 지금도 아마 그럴 거예요.
정리=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이건희 폭탄발언 내부 반응
“오죽했으면” vs “그래도 심했다”
지난 4월 24일 오전 형과 누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숙희 씨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삼성 관계자는 사견이라면서 “오죽했으면 그랬을지, 말의 단어가 아니라 사태 발생의 근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의 놀라움은 가시지 않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스치듯 던지는 한마디도 이건희 회장의 말이라면 크게 회자되는 현실에서 이번 발언은 수위가 높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인사는 “수십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본인들만 알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체면보다 자존심이 중요해진 나이가 됐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어찌됐든 친형과 친누나인데 우리나라 정서상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총수가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삼성가의 재산 분쟁과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 대한 삼성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대외라인과 임원급이 아니고서는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삼성 계열사 과장급 직원은 “윗사람들 싸우는데 우리야 뭐 그다지 관심 갖지 않는다”면서도 “다른 기업도 아닌 삼성의 회장이 한 말로는 좀 심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중간간부도 “언론 보도로 접할 뿐 내부에선 별 상관없다는 분위기”라면서 “그룹과 관련한 큰 사안의 경우 어떤 내부지침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삼성 직원은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인데다 삼성 회장도 일반인과 비슷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며 “사람이 나이가 들면 즉흥적·돌발적일 때가 있는데,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오죽했으면” vs “그래도 심했다”
지난 4월 24일 오전 형과 누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숙희 씨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삼성 관계자는 사견이라면서 “오죽했으면 그랬을지, 말의 단어가 아니라 사태 발생의 근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재계의 놀라움은 가시지 않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스치듯 던지는 한마디도 이건희 회장의 말이라면 크게 회자되는 현실에서 이번 발언은 수위가 높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인사는 “수십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본인들만 알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체면보다 자존심이 중요해진 나이가 됐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고 밝혔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어찌됐든 친형과 친누나인데 우리나라 정서상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총수가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삼성가의 재산 분쟁과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 대한 삼성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대외라인과 임원급이 아니고서는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삼성 계열사 과장급 직원은 “윗사람들 싸우는데 우리야 뭐 그다지 관심 갖지 않는다”면서도 “다른 기업도 아닌 삼성의 회장이 한 말로는 좀 심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중간간부도 “언론 보도로 접할 뿐 내부에선 별 상관없다는 분위기”라면서 “그룹과 관련한 큰 사안의 경우 어떤 내부지침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삼성 직원은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인데다 삼성 회장도 일반인과 비슷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며 “사람이 나이가 들면 즉흥적·돌발적일 때가 있는데,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