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날 이용…시궁창 같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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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BBK 주가 조작사건 및 횡령 혐의로 국내로 소환된 김경준 씨. 임준선 기자 | ||
지난해 3월 이후 최근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신 씨의 폭로는 각종 의혹들을 증폭시키며 여전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이 사건은 김경준-신경화-신명- 홍준표 의원 등 핵심 당사자들 간에 얽히고설킨 법정 공방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할 것은 지난 2월 15일 신경화 씨가 김경준 씨를 대구지검 의성지청에 고소한 사건이다.
신 씨는 옥중서신을 통해 김 씨에 대한 격한 분노를 쏟아내는 동시에 ‘김경준의 실체’에 대해 신랄하게 폭로했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일요신문>은 최근 신경화 씨의 지인을 통해 입수한 서신을 토대로 자세한 내막을 알아봤다.앞서 지난해 12월 16일 김경준 씨는 ‘가짜편지’ 관련 명예훼손 및 모해위증 혐의로 신 씨 형제를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신 씨는 김 씨가 자신과 형을 고소한 지 꼭 두 달 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표면상으로 보면 정국을 뒤흔든 대형 스캔들의 핵심인물 간의 첨예한 갈등이 법적 싸움으로 비화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최근 신 씨가 김 씨를 고소한 것을 단순히 격앙된 감정에 따른 맞고소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자가 입수한 서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전부터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었고, 이미 이때부터 악연이 시작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신에는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가까워진 계기, 그리고 고소에 이르기까지의 배경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얘기들이 상세히 적혀 있다. 특히 서신을 통해 신 씨는 김 씨에게 이용당했음을 낱낱이 밝히며 ‘인간 김경준’에 대한 극한 배신감과 원망을 드러내고 있다.
신 씨에 따르면 김 씨와의 ‘악연’은 2006년 10월 24일 시작됐다. 당시 신 씨는 미국 현지에서 범죄인 인도 강제송환을 이유로 미 연방경찰에 붙잡혀 LA소재 연방 구치소에서 강제송환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일 때였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조우는 이때 이뤄졌다. 구치소에 수감된 150여 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김경준 씨였던 것이다. 김 씨는 신 씨의 영어소통을 도와주고 기초 생필품도 나눠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고 한다. 신 씨는 “당시 신문을 통해 그에 대한 신상을 알고 있었지만 자존심을 고려해 모른 체하고 영어이름인 ‘크리스’라 불렀다”고 회고했다.
당시 구치소에서 신 씨는 수용자들 간의 세력싸움으로 인한 살벌한 분위기, 수용자들 간의 고성과 욕설, 입에 안 맞는 음식과 언어불통 등으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신 씨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국내송환을 갈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통상적으로 보름에서 두 달 정도에 걸쳐 진행되고 있었던 강제송환 과정은 신 씨가 그곳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같은 한국인인 김 씨였던 것이다.
당시 강제송환 재판을 정지시킨 채 다스 압류재산 해제 등 민사소송만을 진행하고 있던 김 씨는 신 씨에게 “송환신청을 하지 말고 심리재판(송환재판) 신청을 하면 이겨서 석방될 것이다. 내 말대로 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내가 소개하는 유능한 변호사를 일시불로 5만 달러에 선임하라. 그러면 변호사가 한국에 가서 당신의 공범자들을 만날 것이고 그들로부터 ‘신 씨가 범죄 연루자가 아니다’라는 서면진술을 받고 녹음을 할 것이다. 그것을 공증해서 미 연방법원에 제출하면 무죄로 석방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었다.
법에 대해 무지한 데다 막막한 상황에 처해 있던 신 씨로서는 무죄석방을 자신하며 송환신청 대신 재판을 권유하는 김 씨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신 씨는 “그는 ‘내 변호사가 전직 연방검사 출신이다’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 강제송환법을 공부했다’고 했다. 누군들 김 씨처럼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의 말을 믿지 않겠나. 김 씨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나는 김 씨를 믿고 즉시 송환거부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모자란 변호사 비용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신 씨는 김 씨와의 상의 끝에 동생 신명 씨를 통해 김 씨의 지시대로 일을 처리했으나 상황은 김 씨의 얘기와 전혀 다르게 돌아갔다. 연방법원으로부터 무죄석방이 아닌 기각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 씨는 2007년 10월 24일에서야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결과적으로 신 씨는 1년 이상을 미국 구치소에서 보내며 지옥 같은 생활을 해야 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신 씨는 “나중에 김 씨가 했던 얘기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떤 원한이나 감정도 없는데 김 씨가 왜 내게 송환거부를 강요해서 1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하게 했는지 당시에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후에 그가 저지른 일련의 범죄 사실들을 종합해보니 그의 실체가 파악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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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3일 ‘김경준 기획 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 편지의 실제 작성자 신명 씨가 검찰에 출석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신 씨는 지인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김 씨의 실체를 낱낱이 밝힐 뜻을 분명히 했다. 신 씨는 “나와 재판을 하게 된다면 (김 씨가) 정화될 수 없는 인간임이 세상에 각인될 것이고 공분을 살 것이다. 그가 얼마나 악취 나는 시궁창임을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BBK 사건 주역들 삼각 맞소송전
둘 사이 낀 홍준표… 서로 “명예 훼손”
기획입국설의 단초가 된 가짜 편지의 작성 배경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주축 인물들 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김경준 기획입국설’ 핵심 관련자들 간의 고소고발 사건은 총 5건이다. 이 중 무혐의로 결론난 한 건을 제외하고 현재 4건이 진행 중이다.스타트를 끊은 것은 가짜편지 작성자인 신명 씨였다. 신 씨는 지난해 6월 7일 홍준표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홍 의원은 기획입국 조작설 및 배후설과 관련된 신 씨의 주장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형을 감해주지 않으니까 전과자 가족들이 나서서 뭐라고 하는 것”이라며 편지 조작에 ‘윗선’이 개입됐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홍 의원은 또 “우리가 법적으로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 전과자가 감형 안 해준다고 아마 엉뚱한 소리를 하는 모양인데, 거짓말했으면 그쪽에서 했겠지 내가 했겠느냐”고 반박한 바 있다.
이러한 홍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은 신 씨는 고소 직후 “엄연히 자기네들이 계획하고 시킨 일이다. 덮는다고 덮어질 일도 아니고 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홍 의원은 누구보다 그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숨기고 있으며 급기야는 나를 전과자 가족으로 모욕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울분을 토한 바 있다. 홍 의원 피소는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 첫 단추로 주목을 받았으나 홍 의원이 무혐의 처리되면서 아무 소득 없이 종결됐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2월 16일에는 김경준 씨가 “신 씨가 가짜 편지를 공개하고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나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신 씨 형제를 고소했다. 이에 신경화 씨도 가만 있지 않았다. 신 씨는 올 2월 15일 “미국 체류 당시 범죄인인도 절차를 밟고 있던 중 김 씨가 ‘송환 거부를 신청하면 풀려날 것’이라고 속였다”며 김 씨를 맞고소했다.
총선을 앞둔 올 3월 23일에는 홍 의원 측이 신명 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함으로 핵심 인물들 간 소송전은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신 씨가 총선 직전에 귀국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홍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홍 의원 측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신명 씨에 이어 김경준 씨에게도 피소를 당하게 된다. 4월 26일 김 씨는 “홍 전 대표가 내가 쓰지도 않은 가짜편지를 지난 대선 당시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홍 의원을 고소했다. [향]
둘 사이 낀 홍준표… 서로 “명예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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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홍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은 신 씨는 고소 직후 “엄연히 자기네들이 계획하고 시킨 일이다. 덮는다고 덮어질 일도 아니고 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홍 의원은 누구보다 그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숨기고 있으며 급기야는 나를 전과자 가족으로 모욕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울분을 토한 바 있다. 홍 의원 피소는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 첫 단추로 주목을 받았으나 홍 의원이 무혐의 처리되면서 아무 소득 없이 종결됐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2월 16일에는 김경준 씨가 “신 씨가 가짜 편지를 공개하고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나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신 씨 형제를 고소했다. 이에 신경화 씨도 가만 있지 않았다. 신 씨는 올 2월 15일 “미국 체류 당시 범죄인인도 절차를 밟고 있던 중 김 씨가 ‘송환 거부를 신청하면 풀려날 것’이라고 속였다”며 김 씨를 맞고소했다.
총선을 앞둔 올 3월 23일에는 홍 의원 측이 신명 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함으로 핵심 인물들 간 소송전은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신 씨가 총선 직전에 귀국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홍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홍 의원 측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신명 씨에 이어 김경준 씨에게도 피소를 당하게 된다. 4월 26일 김 씨는 “홍 전 대표가 내가 쓰지도 않은 가짜편지를 지난 대선 당시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홍 의원을 고소했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