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 영양식단 ‘여왕개미’가 독식
▲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올 들어서만 30% 넘게 올라 140만 원을 넘어선 삼성전자 주가는 200만 원까지 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증권가에서 최근 나온 보고서들을 보면 목표주가는 최저 150만 원에서 최고 200만 원까지 다양하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현재보다 15~20% 이상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올해 25% 넘게 올라 26만 원대인 현대차에 대한 증권사 목표주가는 30만~35만 원에 분포하는데, 가장 많은 게 32만 원이다. 역시 예측이 맞아 떨어진다면 18%가 넘는 수익이 날 수 있다. 역시 올 들어 25% 이상 오르며 8만 원대에 진입한 기아차에 대한 증권사 목표가 분포를 보면 최저 9만 7000원에서 최고 12만 원까지다. 최저치라도 현 주가보다 16% 이상 높고, 최고치는 무려 44% 차이가 난다. 10만~11만 원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데, 이 정도만 주가가 올라줘도 20% 이상 수익은 거뜬할 수 있다.
홍기석 드림자산운용 본부장은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돈을 벌었지만 높은 변동성 때문에 늘 주가 상승이 제약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휴대폰 부문이 반도체를 뛰어넘는 주력이 되면서 실적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그동안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 이유”라며 “현대·기아차도 일본차 대비 한 단계 아래라는 평가에서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아직 완전히 평등한 수준은 아니지만 엔화 강세가 지속될수록 그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시가총액 4위인 포스코, 한때 5위까지 올랐던 LG화학 등은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포스코는 3년째 주가 하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LG화학도 2년 연속 부진을 이어가며 지난해 고점(58만 3000원) 대비 반 토막 아래로 떨어지는 수모까지 겪었다. 특히 포스코는 최근 정권과 관련한 파이시티 관련 의혹의 불똥이 튀며 경영 투명성에 있어 투자자들의 실망이 쏟아지는 모습니다.
이밖에 조선, 기계, 유통, 건설 등 대부분 업종 대표주들 모두가 올 들어 9%를 넘고 있는 코스피 수익률에 못 미친다. 한때 잘나갔던 금융주들도 최근 주춤하다. 대형 인수·합병(M&A) 및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 이슈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이나, 현대·기아차가 속한 자동차업종이 모두 잘나가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와 관련주인 삼성전기, 삼성SDI 주가는 연일 상승세지만, LG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다른 종목들은 부진한 모습이다. 자동차도 현대차그룹주와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는 강세지만 에스엘, 만도 등 부품사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의 이익이 매력적인 선택의 기준이다.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 및 대형 자동차주들은 공통적으로 실적 개선세의 필두에 서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IT와 자동차주를 제외하면 실적 측면의 버팀목이 헐겁기에 적극적인 대안 종목의 모색이나 업종 스펙트럼의 확대를 꾀하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에 대한 기관과 외국인의 편애가 심한데, 이들이 좋아서 사는 것도 있지만 다른 종목들이 살 만하지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또 기관 간 수익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경쟁 펀드나 기관이 이들 종목을 사들이면 따라서 사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올해 이익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 삼성그룹 전자계열과 완성차업체 정도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럼 왜 그럴까?
가장 먼저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경우 글로벌 시장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 그리고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출시될 ‘갤럭시S3’는 스티브 잡스 사후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아이폰을 공략할 글로벌 전략상품으로 기대가 크다. 현대차도 신형 ‘싼타페’가, 기아차는 ‘K9’이란 신제품이 글로벌 시장을 두루 겨냥한 상품이다.
반면 철강이나 화학의 경우 글로벌 시장 분산도가 휴대폰이나 완성차보다 낮다. 즉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이를 만회할 시장이 상대적으로 적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개시 선언과 함께 중국으로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화학주들의 반등이 이뤄진 것은 이들의 대중국 민감도를 반증한다.
LG그룹의 전자계열이나 하이닉스의 경우에는 글로벌 분산도가 높은 편이지만 각각 휴대폰 및 가전시장, 그리고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대비 제품 경쟁력이 약하다. 글로벌 경기 전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선두업체의 시장 지위가 더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또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입장과, 부품을 납품하는 입장을 나눠보면 전자 쪽이 ‘갑’이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투자의 기초는 가격결정력이 있는 주식을 사는 것이다. 특별한 테마가 없는 한 부품주의 주가가 완제품 업체의 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라면서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자사의 이익을 훼손해가면서 납품업체를 도울 리 없다. 오히려 경기가 불안할수록 납품단가를 더 쥐어짜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만한 수익과 현금을 확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더라도 증시만 오르면 되는 게 아닐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중견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적 양극화는 경제의 체질을 악화시킨다. 상위의 부가 하위로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면 결국 경기 전반의 회복력이 떨어진다”며 “실제 잘나가는 대형 우량주의 경우 이미 외국인과 기관들이 대부분 주식을 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들어갈 여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뜻이다. 결국 가진 자들은 계속 돈을 벌고, 못 가진 자들은 계속 ‘잡주’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인들이 잘나가는 대형주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은 공모형 펀드를 통해서다. 1주에 140만 원이 넘는 삼성전자와 30만 원 가까운 현대차 주식을 살 수 있는 개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양극화 해소를 통해 공모형 펀드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양극화된 증시에서 철저히 소외당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