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들 농협법 개정안 발의했지만 이해관계 얽혀 결론 난망…농협중앙회 “공식 입장 없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 논의는 지난해 말부터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2월 농협중앙회 본사를 전라북도로 이전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중앙회는 서울특별시에 주된 사무소를 둔다’를 ‘중앙회는 전북특별자치도에 주된 사무소를 둔다’로 변경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윤 의원은 “현행법은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내 농업벨트의 중심지인 전북특별자치도로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이전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라남도도 농협중앙회 본사 유치에 적극적이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농협중앙회 본사를 전라남도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라남도는 이어 지난 2월 16일 국회 대강당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전남 이전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것에 머물지 말고 지방화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도민과 함께 농협중앙회, 농협은행, 수협중앙회 등 핵심 공공기관을 유치해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안겨주겠다”고 강조했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뿐 아니라 강원도와 경상북도 등도 농협중앙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도는 32개 유치 목표 기관 리스트에 농협중앙회를 올려놓았다. 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농협중앙회 본사를 서울시가 아닌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별 농가인구 등을 고려해 결정한 곳’이라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정 지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 의원의 지역구가 경상북도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상북도 유치를 염두에 둔 개정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을 주장하는 측은 크게 두 가지 이전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국가균형발전이고, 다른 하나는 농업 관련 현장이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농협이 갖고 있는 성격이다.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국회에서 농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하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 개정안이 표류하다 결국 폐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과거 민주당이 KDB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점을 고려하면, 농협중앙회 전라도 이전 추진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무리한 이전으로 인해 발생될 경제적 영향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정치 논리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지역균형발전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거부한 졸속 이전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논리를 적용하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도 현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는 본사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본사 이전에 사용될 인력과 비용을 지역 농협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는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을 만나 본사 이전을 건의했다. 그러나 이성희 회장은 당시 “제반여건을 고려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런 가운데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24년 1월까지이며 현행법상 연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 이 회장의 연임이 가능해진다. 윤 의원은 신정훈 의원이 발의한 ‘농협중앙회 본사 전라남도 이전’ 관련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인물이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해 8월에는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을 허용하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재갑 의원은 전라남도 해남군·완도군·진도군, 김승남 의원은 전라남도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을 각각 지역구로 두고 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지방 이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특정 지역이 거론되는 것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다”며 “공교롭게도 회장 연임제를 발의한 의원들이 주로 지방 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협중앙회는 (법 개정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구에 원래 예정돼 있지 않은 행사를 여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며 “대가성 입법 활동이라는 의혹이 드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의 주장은) 전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 NH농협은행 비판 까닭
NH농협은행은 최근 높은 성과급으로 주목을 받았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총 6706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KB국민은행(2044억 원), 신한은행(1877억 원), 하나은행(1638억 원), 우리은행(1556억 원)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NH농협은행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39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평균 1000만 원대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성과급을 기본급의 350%에서 400%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NH농협은행의 성과급 잔치에 농민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농민들은 농자재 및 농기계 구입을 위해 대부분 NH농협은행으로부터 돈을 대출 받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 관계자는 “고금리와 농자재 값 폭등으로 인한 영업이익을 자신들의 성과를 왜곡해 40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한다”며 “농민들의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농협은 농민들의 고혈로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 비해 기본급 자체가 낮고, 성과급 체계도 차이가 있어서 다른 은행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농업인 지원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