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조’ 인터뷰 “‘제로 리저브’ 정책 내세워 클레이 절반 소각…‘탈카카오’는 오해, 크러스트와 면밀히 소통중”
클레이튼에 대한 실망은 클레이 가격에 반영됐다. 2021년 3월 5000원을 기록했던 클레이 1개 가격은 2022년 10월 17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 사이 클레이튼은 언론 대응이나 대외적인 소통이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2023년부터 클레이튼이 달라졌다.
클레이튼은 운영 주체를 기존 크러스트 유니버스와 공동 운영체제에서 클레이튼 재단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제로 리저브’ 정책을 내세우며 총발행량의 절반 정도 클레이를 소각하기로 했다. KGF, KIR 등 클레이튼 투자 펀드 문제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외 소통도 활발해졌다. 비판이나 문제제기에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으며 3월에는 기자간담회도 예고했다.
일요신문은 ‘존 조’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조일현 클레이튼 재단 마케팅 총괄을 만나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클레이튼 현재 상황과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존 조는 “커뮤니티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그때는 우릴 향해 비판한 사람들 시선도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클레이튼 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클레이튼 마케팅을 전담하고 있다. 과거 국내 대기업에서 전략, 기획 쪽 업무를 하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10년 정도 한 경력이 있다. 그러다 2019년 그라운드X(클레이튼 개발사)에 입사하면서 클레이튼에 합류했다.”
―대기업에서 가상자산 시장 쪽으로 옮겨 온 이유가 있나.
“천성이 얼리어답터 성향이 있다. 2011년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졌다. 그때는 관심만 있다가 일 때문에 미국 뉴욕에 있으면서 2013년쯤 마운트곡스를 통해 비트코인을 구매했다. 2014년쯤 코빗에서 꾸준히 비트코인을 사다, 이더리움을 ICO로 접하면서 블록체인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됐다. 스마트 콘트랙트라는 개념에 반해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으로 모두 바꿨다. 막연하게 ‘이게 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2017년 엄청난 폭등장이 오면서 너무 과도하게 가격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어 대부분 매도했다. 그때부터 가상자산 시장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카카오가 백커(뒷배)로 있다는 걸 보고 그라운드X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2022년 클레이튼은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 등을 거의 정지한 상태로 보였다가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이유가 있나.
“클레이튼 운영사인 크러스트는 싱가포르 법인으로 설립됐고 조직적으로도 글로벌 인력 비중이 한국보다 많은 부분도 있었다. 특히 글로벌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 글로벌을 중심에 놓고 활동했다. 2022년 내부 평가 결과 클레이튼은 국내 기반이고, 한국 DNA가 강하다는 걸 인식했다. 그때부터 국내 파트 강화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조직 개편도 했다. 앞으로는 만들 ‘클레이튼 스퀘어’를 통해 커뮤니티 직접 소통 체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가격이다. 클레이튼 기축통화인 클레이 가격이 최근 반등했지만, 고점 대비 10토막 이상 난 상태다.
“2020년까지는 레이어1 체인 운영사들은 ‘토큰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기술만 꾸준히 쌓으면 가격은 따라오게 된다’고 했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토큰 가치가 생태계에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하나의 생태계 요소로 꼽힌다. 현재는 클레이튼 로드맵을 세우고, 기획할 때 어떻게 하면 클레이튼 유틸리티 토큰인 클레이의 더 높은 활용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클레이튼 서비스 제휴를 늘려서 소각처를 만들거나 토큰 가치에 기여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셔너리(유통량이 줄어드는) 토크노믹스(토큰 경제 시스템)를 만들고자 한다.”
―2022년 클레이튼 투자 펀드인 KGF, KIR이 과도한 퍼주기 투자로 쟁점이 됐다. 투자 실패라는 의견도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KGF, KIR이 잘 안 될 걸 알면서 투자를 한 건 아니다. 다만 기대하는 만큼 성과가 나진 않았다고 내부에서 판단하고 있다. 투자 체계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클레이튼은 리저브(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예비 가상자산 물량)를 없애 과다 유통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총 발행량 중 절반인 50억 개를 일단 소각하고, '클레이 가치 제고 리저브'로 20억 개를 남겨뒀다가 이것도 3년 뒤까지 용처가 없으면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량 대비 유통량 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KGF, KIR은 폐지하고 커뮤니티 펀드와 재단 펀드 두 개로 재편하기로 했다. 커뮤니티 펀드는 그랜트(지원금)를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클레이튼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목적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클레이튼 스퀘어를 통해 모든 걸 투명하게 바꿔 회의록 등도 공개하고 홀더가 각자 의견도 달 수 있게 바꿀 예정이다. 재단 펀드는 재단 운영비를 지원받기 위한 목적이고 용처는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 임원 출신, 클레이튼 임원 출신들이 회사를 만들면 거기에 KGF, KIR 등 펀드를 통해 클레이를 퍼준다는 소위 ‘자기들끼리 나눠먹는다’는 의혹도 있다.
“대외적으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지만 사실과 다르다. 그분들은 대부분 정보통신업계에서 각자 나름의 성과를 내셨던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다음 프로젝트를 하면서 크러스트와 협업하고 지원금을 받는 구조다. 성공한 IT 사업가를 유치하기 위한 지원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원한 클레이는 개인 주머니로 가는 게 아니라 개발자 뽑고, 회사 운영하는 데 쓰인다. 또한 자세히 얘기하긴 어렵지만 지원금은 특정 진척도를 달성했을 때 주는 경우도 있었다.”
―클레이 투자자는 ‘탈카카오’라는 얘기를 가장 두려워한다. 카카오가 클레이튼과 거리두기를 할 것이란 의혹이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있나.
“이건 정말 큰 오해다. 최근 크러스트에서 클레이튼 재단으로 재단 운영 주체가 이관됐다. 이건 2019년 로드맵에 이미 반영돼 있던 내용이다. 크러스트는 규제권 안에서 할 수 있는 대중들을 위한 웹3 서비스,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사업과 클레이튼 생태계 조성 쪽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여전히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GC) 주요 멤버다. 카카오는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고 주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카카오 계열사는 클레이튼 인프라를 쓰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블록체인 사업에 비전을 갖고 있고 크러스트 등과 면밀하게 소통 중이다.”
―클레이튼에 아직도 매스 어돕션(대중적 사용처)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대중을 위한 사용처와 크립토(가상자산) 사용자 용처가 다르다고 본다. 가상자산 사용자는 클레이스왑 등 다양한 De-Fi 서비스를 통해 클레이튼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직 규제 영역 밖이지만 ‘디파이 킹덤’이나 ‘아바타라’ 등 P2E 게임도 있다. 다만 대중을 위한 용처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웹2(기존 IT 서비스) 환경에서 웹3 기능을 넣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톡 안에 있는 클립(Klip) 서비스다. 클립은 클레이튼, NFT 지갑인데 카카오톡을 통해 200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많은 사람이 쓰고 있다. 앞으로 카카오와 다양한 시너지를 낼 사업을 궁리해야 할 이유도 웹2와 웹3 결합이 매스 어돕션을 만들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때 러그풀(먹튀), 스캠(사기) 등 서비스가 나오고, 클레이 가격이 폭락하면서 클레이튼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국내 대표 가상자산 서비스 지위를 회복하리라고 보나.
“클레이튼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도 겪었고, 조급한 마음에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 뿌려 놓은 씨앗이 올해, 내년에 피어나리라고 본다. 클레이튼이 투자 집행해 놓은 프로젝트나 제휴처, 소각 모델 등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2023년 많은 게 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초부터 진행해 온 제로 리저브 선언, 디플레이셔너리 토크노믹스, 투명성 확대 등을 통해서 이미지 쇄신이 가능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클레이튼을 비판했던 사람들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들이 정말 클레이튼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정도가 되면 많은 게 변하리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국내 프로젝트가 당연히 클레이튼을 선택했지만, 최근 해외 레이어1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변하면 그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