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수십억 원어치 판매, 투자금 모은 장 씨 연락두절…A 사 “S 코인 아예 모르는 사업”
예술 플랫폼 A 사와 연관이 있다는 S 코인이 최소 수십억 원어치 판매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특히 이 코인은 영국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인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와 긴밀한 협약을 맺었다는 홍보를 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사치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경매나 판매에 이 코인이 이용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판매 이후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아 투자자 원성이 쌓여 가고 있다. 이들은 곧 단체 소송을 내고 소송전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장 씨에게 S 코인 얘기를 들은 건 지난해 2월쯤으로 추정된다. 장 씨는 투자자와 A 사 사옥에서 만나 “영국 사치 갤러리 경매는 앞으로 S 코인으로 이뤄진다”면서 “사치 갤러리가 직접 앞에 나서서 코인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어려워 내가 대행 격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장 씨가 내민 백서를 보면 A 사 로고와 A 사 사업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백서에 따르면 “A 사는 A 플랫폼을 만들어 블록체인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불투명했던 미술 거래를 투명하게 바꾸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등록된 작품(저작권)을 유통 시스템과 연계하여 저작물의 창작에서 거래까지 원스톱으로 신속하게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며, 창작자가 작품을 플랫폼에 등록 시 작품 판매 조건 또는 이용 허락 조건, 수익분배 규칙, 전자지갑 등을 사전에 등록함으로써 플랫폼 심사 통과 후 즉시 작품의 검색 및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장점을 홍보했다.
B 씨는 S 코인이 영국 사치 갤러리까지 관련 있다는 얘기에 결국 계약을 맺기로 했다. 2022년 7월 1일 B 씨는 S 코인 계약금으로 약 2억 원을 줬다. 계약 사항은 S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하면 본 계약이 체결되며 본 계약을 체결할 시 20억 원 규모 S 코인을 구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B 씨가 맺은 계약 내용에는 락업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락업 조항은 S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더라도 일정 기간까지는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B 씨 주변에서 락업 없는 S 코인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오면서 B 씨와 장 씨 사이에 분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쪽은 락업이 걸려 있고 한쪽은 락업이 없다면, 락업이 없는 코인을 가진 쪽에서 매도해 차익 실현을 하면 락업이 있는 쪽은 꼼짝 없이 가격이 폭락하는 걸 보면서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7월 7일 B 씨는 장 씨를 만나 불만을 토로하면서 대화하는 내용을 녹취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장 씨는 S 코인을 정식 이름이 아닌 ‘사치코인’으로 불렀다. S 코인 뒷배가 사치 갤러리인 것을 강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B 씨는 “락업 없는 코인이 있는 게 맞냐”고 다그쳤다. 이에 장 씨는 ‘2021년 락업이 없는 코인이 발행됐지만 이는 실수였다. 곧 락업 없는 코인을 반납하고 모두 락업 있는 코인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장 씨는 “사치코인 대표가 나다. 사치코인은 A 사 대표와 나와 한 명 더 연관된 게 전부다”라며 “A 사 대표 등과 회의는 매일 같이 한다. A 사는 코인을 아예 몰라서 내가 하자는 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장 씨 말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지만, 그 이후에도 S 코인은 진행 상황 없이 방치 상태에 가까웠다고 한다.
결국 B 씨는 투자 피해자를 모아 장 씨를 포함해 관련자들을 고소할 예정이다. B 씨는 “A 사 사옥에서 여러 번 미팅하고 장 씨가 통화할 때 스피커 모드로 A 사 대표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다”면서 “백서만 봐도 A 사가 S 코인을 아예 모른다고 말하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분노했다. B 씨는 “알아보니 S 코인을 샀다는 사람이 꽤 많고 확인된 금액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A 사 관계자는 “A 사 대표와 장 씨는 컨설팅 자문을 받는 사이였을 뿐”이라면서 “스피커 모드 대화 내용은 장 씨가 주변에 A 사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든 상황이다. 대화는 일상적 내용을 묻고 답했고, 장 씨가 S 코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닌 일반적 컨설팅 내용인 줄 알고 대화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A 사 관계자는 “A 사는 코인을 발행한 적 없으며, 컨설팅 관계인 장 씨가 A 사를 사칭하고 백서를 짜깁기 하는 등 개인적 판매를 했다고 파악하고 있어,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 코인이 A 사와 어디까지 관련이 있는지, 그 진실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됐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가상자산, 코인을 ICO(코인 공개 발행) 또는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를 숨긴 경우 기망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유통물량의 수량을 숨긴 경우나 특정 기업과 관련성이 없음에도 공동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 등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한 경우에는 기망행위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