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CJ ENM도 영업이익 급감해 긴축 돌입…CJ ENM “필수 투자 유지하면서 서비스 고도화”
#티빙 연내 해외 진출 물 건너가나…
티빙의 2022년 적자는 1190억 원 수준으로 2021년 762억 원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적자 구조가 심화되는 원인은 콘텐츠산업 업계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수급 비용이다. 제작 단가가 지나치게 높은 탓에 제작을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다. 티빙도 지난해 ‘환승연애 시즌2’나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 등을 흥행시켰지만 급증한 제작 단가로 인해 적자 행진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콘텐츠 투자를 중단할 수 없어 출혈 경쟁을 반복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위아래로 치고 들어오는 '웨이브'와 '넷플릭스'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다음 시즌에 볼 콘텐츠가 없으면 당장 수익 기반이 되는 이용자가 이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자 구조를 탈피하려면 글로벌 진출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시장은 구독자 풀이 크지 않은 탓에 인기 콘텐츠를 제작해도 수익 기반이 협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인 이종관 ICT 박사는 “넷플릭스는 200억~300억 원을 투자해도 전 세계 2억 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급해 흑자를 낼 수 있는데 티빙은 구독자 수가 500만 명 남짓이다. 그 구조를 깨는 것이 사업 전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월 2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캐나다 등 주요 미주지역 약 30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KOCOWA)를 인수했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글로벌 진출 비용 충당을 위해 901억 3263만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콘텐츠웨이브의 모회사인 SK스퀘어와 지상파 3사가 자금을 댔다. 웨이브는 앞으로도 글로벌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티빙도 2021년부터 해외 진출 전략을 세웠다. 티빙은 2022년 일본·대만 시장에 진출한 뒤 2023년부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CJ ENM의 피프스 시즌(구 엔데버 스튜디오) 인수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회심의 승부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피프스 시즌은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인기작을 제작한 곳이다.
문제는 9337억 원에 달하는 피프스 시즌의 인수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회사의 어려움 속에 티빙의 연내 해외 진출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티빙 측에서도 해외 직접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웨이브와 달리 모회사인 CJ ENM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CJ EN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면서 올해 긴축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창근 CJ ENM 신임 대표이사는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주식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계획했던 주주 배당도 무산됐다. 비용 감축이 요구되는 시점에 티빙과 피프스 시즌에 더 이상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CJ ENM이 현재 자금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티빙을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긴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 규모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손실을 감당하려고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효율화 절실한 티빙의 전략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방역 종식으로 OTT 시장의 성장세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빙 역시 올해는 콘텐츠 투자 효율화를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드라마보다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지만 흥행할 경우 상당수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예능의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JTBC에서 방영되며 바이럴을 탔던 ‘사랑의 이해’처럼 웹툰보다 지식재산권(IP) 가격이 저렴한 소설 기반 콘텐츠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디즈니플러스도 마블 콘텐츠 개봉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국내에서는 티빙을 필두로 인기 작가나 스타 출연진, 웹툰 IP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CJ ENM은 올해 미디어 부문에서 손실폭을 줄여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인수 비용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피프스 시즌이 납품할 작품 역시 올해는 전년 대비 8~10편 늘려 영업 손실폭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6월에 티빙과 제휴한 파라마운트플러스와의 파트너십도 확대할 전망이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에서는 올해 내로 티빙과 피프스 시즌 둘 다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흑자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현실적인 턴어라운드 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 ENM 관계자는 “일단은 조직개편과 체질 개선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 외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티빙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필수 투자를 유지하면서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