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기대 속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 달성…4월까진 경쟁작 없어 ‘호재’ 비수기라는 점은 ‘악재’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베스트셀러는 되지 못했지만 꾸준히 관객들이 방문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마블 페이즈5의 시작점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일일박스오피스 2위로 끌어내리는 저력까지 선보였다.
3월 1일 판도가 아예 달라졌다. 이날 개봉한 한국 영화 ‘대외비’가 18만 882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영진위 일일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 이날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7만 412명,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은 5만 7102의 관객을 동원하며 2, 3위를 차지했다. 2위보다 2배 이상 많은 관객을 기록한 ‘대외비’는 확고한 독주체제를 확립했다.
게다가 ‘대외비’의 18만 8826명은 2023년 오프닝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한국 영화 ‘교섭’이 1월 18일 기록한 10만 4795명이 최고 오프닝 기록이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첫날인 1월 4일 고작 6645명의 관객만 동원했을 뿐이다. 참고로 한국 영화 ‘유령’은 개봉 당일인 1월 18일 4만 1498명, ‘카운트’는 2월 22일 3만 806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현재 분위기를 놓고 보면 ‘대외비’는 2023년 최고 흥행작 도전도 가능해 보인다. 3월 1일 기준 최고 흥행작은 371만 4540명을 기록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한동안 꾸준한 흥행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화 ‘슬램덩크’에 열광했던 세대의 꾸준한 극장 방문이 이어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3월 1일까지 143만 3595명의 관객을 동원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더 이상 극장 흥행을 이어갈 동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제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서 얼마나 좋은 기록을 이어갈지 여부가 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대외비’는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등 티켓 파워가 입증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감이 큰 한국 영화였다. 게다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저력을 재확인시킨 이성민의 출연작이라는 부분도 관객 몰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반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 기대작이었지만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개봉을 앞두고 호평이 이어진 한국 영화 ‘카운트’에도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결국 ‘대외비’에 밀려나고 말았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이어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극심하게 웅크린 한국 영화계에 ‘대외비’는 확실한 반등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2023년 한국 영화계는 반등 모멘텀이 절실했다. 마블이 절대 빌런 ‘정복자 킹’까지 등판시키며 화려하게 페이즈5의 문을 연 상황에서 다른 할리우드 글로벌 영화사들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아껴 둔 기대작들을 2023년에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2023년 극장가에선 이미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한 대작의 속편이 연이어 개봉할 계획이었다. 한국 영화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을 바탕으로 외화보다는 한국 영화 관람을 먼저 선택하던 한국 관객들의 성향까지 바꿔버릴 만큼 최근 몇 년 새 극장가 환경이 급변했다.
지난 3년은 극장을 주로 이용하는 10대와 20대 관객들의 취향이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1980~1990년대 극장가처럼 한국 관객들이 외국 블록버스터 외화를 먼저 선택해 한국 영화의 선택 순서가 2~3위로 밀리면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 기대 이하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대외비’는 좋은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외비’가 한국 영화계에 만연한 마블 공포증을 극복하고 다시 한국 관객들의 한국 영화 선호도를 높여줄 확실한 반전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다만 3월이 극장가 비수기라는 부분에서 흥행 규모에 한계는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요즘 영화 개봉일은 주로 주중인 수요일인데 ‘대외비’는 수요일이 공휴일인 3·1절이라 오프닝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극장가 비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관객 동원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이런 부분이 별다른 경쟁작이 없다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3월 15일 개봉 예정인 ‘샤잠! 신들의 분노’ 역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지만 그동안 ‘DC 확장 유니버스(DCEU)’ 영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와 달리 국내 극장가에서 별다른 흥행 저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2019년 개봉한 전편 ‘샤잠’ 역시 국내에선 65만 명 관객 동원에 그쳤다. 오히려 3월 2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이 눈길을 끈다. 바로 한국 배우 전종서가 주연은 맡은 할리우드 영화이기 때문인데 역시 파급력은 그리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 역시 3, 4월엔 기대작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대외비’가 무주공산이 된 비수기 극장가에서 흥행 몰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극장가의 진정한 흥행 대결은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개봉하는 5월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6월에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7월에는 ‘오펜하이머’ 등이 개봉할 예정이다.
아직 개봉일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국 대작 영화들도 5월부터 하나둘 개봉하기 시작해 7월 여름 성수기에 대거 개봉할 예정이다. 특히 2022년 5월 개봉해 1269만 명을 동원한 ‘범죄도시2’의 속편 ‘범죄도시3’가 6월 개봉 예정으로 또 한 번 흥행 신화를 작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