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들이여, 페로몬 내뿜어 전도하라”
▲ 악령을 소재로 한 게임 <링>. |
일본도 사령카페처럼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한 종교집단이 존재한다. 소위 ‘인터넷 컬트’라 불고 있다. 블로그나 홈페이지로 운영되며 대개 신흥종교의 전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일본의 신흥종교 수는 무려 18만 개. 그중 신자 10만 명을 넘는 신흥종교는 50여 개다. 온갖 잡다한 종교가 많다보니 사기를 비롯해 신자 폭행, 심지어 집단살인까지 각종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올2월 아키타현에서는 25세 남성이 맞아 죽은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을 살해한 사람은 놀랍게도 부모, 처, 장모 등 가족과 친지 9명이었다. 이들은 함께 모여 남성의 몸을 잡아 누르고 폭력을 가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하나같이 “(남성에게) 악령이 씌었기 때문에 때렸다”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남성에게서 나쁜 기운이 느껴졌고 악을 제거하고자 이른바 ‘제령의식’을 행했다는 것이다. 사건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족과 친지 모두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광적 신흥종교에 빠졌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 신흥종교 문제를 다룬 일본 영화 의 한 장면. |
신자로 가입하면 가장 먼저 생각과 감정, 행동과 정보를 통제한다. 교단 숙소에서 기거하게 하며 식사를 조금 주거나 잠을 서너 시간만 재워 육체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설교나 수행을 한다. 교리를 주입하고 세뇌하고자 함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사회나 일반인, 가족이나 연인과의 관계를 끊도록 한다. 신문이나 책을 읽지 못하게 하고 인터넷 사용을 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교리는 제각각이다. 윤리적으로 엄격한 곳도 있지만 섹스 찬양 종교 등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곳도 많다.
▲ 신세계 교단과 사기혐의로 5년형을 받은 교주(원 안). 오른쪽은 움진리교 수련 모습. |
이런 종교들은 한번 들어가면 여간해서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컬트종교의 가장 큰 특성이다. 평상시 일기나 편지, 문자, 메일을 철두철미하게 감시하다가 조금이라도 탈퇴하려는 낌새를 보이면 바로 제재에 들어간다. 독방에 가두거나 무시무시한 집단 린치로 위협하기도 한다. 집단 거주지를 나오더라도 스토커가 줄곧 따라다닌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종교가 탈퇴하려는 신자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했다’는 소문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자 본인도 여간해서는 나오려고 결심하기가 힘들다. 내부에서 생긴 마찰로 신체적 상해를 입거나 헌금을 강요당해 어마어마한 빚을 지는 등 막심한 경제적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리고 폐해를 깨달을 즈음이 되면, 도와줄 가족이나 친구 등 사회적 연결고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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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의 대지진 후에는 대학생들이 재해지역으로 자원봉사를 나가는 단체인 줄 알고 찾아간 신흥종교에서 막대한 사기를 당한 경우도 많았다. 물건을 강매하거나 들러붙은 사령을 없애준다며 터무니없는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올 4월 말 교주가 사기 혐의로 5년형을 판결 받은 컬트종교 ‘신세계’는 재판과정에서 지난 7년간 의료시술, 악귀 쫓기 등의 명목으로 180억 엔(약 2500억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흥종교 교단의 사기 금액으로 사상 최대액수다.
요즘에는 SNS로 대화를 통해 유인하는 방법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한 마케팅 수법도 곧잘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종교 급증의 배경으로 지진 등 천재지변이 요사이 자주 일어나고 사회불안이 커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젊은이들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소재로 좀비나 악령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오컬트(초자연적인 현상)’ 문화에 워낙 친숙하단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 ‘탈 컬트협회’에서는 신흥종교 집단을 나오려할 때는 내용증명으로 탈퇴의사를 밝힌 후 즉시 변호사와 상담하고, 절대 신자나 교단 간부들을 만나지 말라고 충고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