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부당해고 논란은 당에서 논의조차 안돼…김기현 “보좌진 처우 개선” 안철수 “의심 있다면 조사 필요”
#이번에도 흐지부지?
실제 국민의힘은 조수진 의원 부당해고 의혹 관련해서 진상조사나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9월 9일 시사저널은 ‘[단독]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직원 부당해고 의혹 피소’ 기사를 통해 조 의원이 보좌진을 부당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노동위원회(2023년 1월 10일)와 서울지방노동위원회(2022년 10월 7일)는 조 의원이 보좌진을 부당해고했다고 판정했다.
이 논란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후보들 간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언급됐다. 2월 27일 허은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는 방송토론회에서 조수진 후보에게 “(조 후보) 의원실 직원이 자신도 모르게 사직서가 제출됐다며 사문서위조로 (조 후보를) 고소하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사문서위조 혐의로 의원실 직원이 입건되거나 유죄 판결 받으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조 후보는 “내용이 복잡해서 그렇게 (단답형으로) 답을 요구하면 안 된다”며 “(기소된다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며 회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3월 2일 일요신문은 윤상현 의원이 보좌진들한테 갑질을 했고, 윤 의원 비선 인사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관련기사 [단독] “취업사기 당했다” 전직 보좌진 폭로 윤상현 의원 갑질 의혹). 일요신문은 윤 의원 갑질 의혹에 대한 조치를 취할 예정인지 국민의힘에 물었다. 3월 4일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고, 예정도 없다”고 답했다.
일요신문 보도 이후 국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한 업체 측은 “대관 직원이 윤 의원 비선 인사를 만난 건 맞다. 다만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판단해서 바로 손절했다. 비선 인사는 가상자산업계에서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었다”고 윤 의원 비선 인사를 만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조수진 의원 부당해고 때처럼 윤상현 의원 의혹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월 3일 한 국회 직원은 국회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윤상현 의원 추측) 선수 높은 영감(국회의원)의 갑질 기사를 봤다. 내용 그대로 사실이라며 아주 악질이다. 의원실 재직기간 동안 직원분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안타깝다”며 “보좌진들이 다들 쉬쉬하고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악랄한 영감 만나면 정말 힘겹게 일하고들 있지 않나요. 전 지금도 어디다 하소연도 못 하고 이러고 있다. 당을 떠나서 적어도 보좌진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할 말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에서 갑질, 서류 위조 등을 해서 보좌진들에게 부당한 처사를 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당에서 진상조사를 반드시 해야 되는 건 아닐지라도, 해당 의원실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를 해야 한다. 또 재발 방지 의지나 대책을 제시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권주자들 입장은
일요신문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윤상현 의원 갑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 3월 5일 김기현 당대표 후보 측은 “전당대회 이후 제반 상황을 살펴본 후 결정해야 할 문제인 듯하다”며 “윤상현 의원 갑질 의혹과 별개로 보좌진들에 대한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안철수 당대표 후보 측은 “현재 전당대회 기간 중이라 선거운동에 매진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의혹’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내용이 발견된다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교안 당대표 후보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선행돼야 한다.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사실관계가 나오는 것에 따라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3월 5일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 측은 “국보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윤상현 의원의 갑질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를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취하겠다. 개별사례에 대한 진상조사를 넘어 국회 갑질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 역시 국보협과 면밀히 상의하여 수립하고 추진하겠다”며 “언론을 통해 해당 문제 제기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폭로 형식의 문제제기가 모두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법률가로서의 소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모두의 신뢰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당의 국회의원에 관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공동 입장문을 보내왔다.
이어 그들은 “‘갑질’은 대개 권력의 불균형에서 나온다. 그동안 사각지대처럼 방치되어온 국회 내부의 권력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 국민의 노동권을 지키겠다 말할 수 없다. 천아용인 지도부는 국회의원 보좌진이라는 당의 핵심 인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선거 중이라 미처 윤상현 의원 갑질 이슈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전당대회 이후에 해당 사안을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김병민 정미경 최고위원 후보도 “전당대회 기간 중이라 윤상현 의원 갑질 의혹 관련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김재원 민병삼 조수진 태영호 최고위원 후보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