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2022년 국회의원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 분석…조 의원 측 “조 의원은 모르는 분”
일요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2022년 국회의원 후원회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조 의원에게 2022년 4월 13일 500만 원을 기부한 박 아무개 씨는 김 전 회장 수행비서 박 씨와 생년월일이 같다. 주소는 김 전 회장이 사는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로 기재됐다.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이 한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0만 원이다. 조 의원에게 2022년 3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한 사람은 박 씨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박 씨 이름은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회장에게 주가조작 혐의로 2018년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로 박 씨를 취임시키는 등 필요에 따라 그 명의를 사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2010년 쌍방울 지분 40.86%를 인수한 김 전 회장 실소유 법인 '태평양통상'(현 레드티그리스) 명목상 대표이사이자 지분 40%를 보유한 명목상 최대주주였다. 박 씨는 쌍방울그룹 수상한 자금 흐름 중심에 있는 '착한이인베스트'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박 씨는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최측근이다. 그는 2022년 5월 말 쌍방울그룹 비서실 직원들에게 연락해 김 전 회장의 항공권 예매를 지시했다. 2022년 6월 중순부터 김 전 회장과 해외도피 생활도 함께했다. 김 전 회장이 1월 10일 태국 골프장에서 검거될 때는 현장에 없어 함께 잡히진 않았다. 이후 박 씨는 캄보디아로 도망치려다 현지 경찰에게 1월 17일 붙잡혀 국내 송환됐다. 박 씨는 범인도피 혐의로 2월 27일 구속기소 됐다.
조수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조 의원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았다. 조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회 당시 김건희 여사에게 '본인이 직접 낙점했던 공보단장'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공보단장에 임명되자마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포르노 배우'에 빗대어 비판해 논란이 됐다. 2021년 11월 25일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의 현란한 변신에 대하여"라며 "아무리 사람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포르노 배우가 순정파 배우로 둔갑하려는 것도 무죄일까"라고 적었다.
조 의원은 2021년 12월 16일 이재명 후보가 아들 이 아무개 씨의 불법도박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자 이 후보의 과거 발언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트위터에서 "나라 망할 징조 두 번째는 도박"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기 전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20년 2월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두고 '대깨문'(머리가 깨져도 문재인) '대깨조'(머리가 깨져도 조국)라고 발언해 비판받기도 했다. 김남국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재명계다.
조수진 의원 측 관계자는 500만 원을 후원한 박 씨에 대해 "조 의원은 모르는 분"이라고 해명했다. 김성태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8일 오전 "일요신문 취재로 후원 사실을 알게 된 후 3월 6일 박 씨 후원금 500만 원을 국고로 귀속했다"고 밝혔다. 구속 중인 박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후원금을 반환할 수 없어 선관위를 통해 국고에 귀속시켰다는 얘기다. 일요신문이 조 의원 측에 박 씨 후원에 대해 처음 문의한 시점은 2월 27일이었다. 조 의원 측이 후원금을 반납했다고 밝힌 3월 6일보다 일주일 앞선 시점이었다.
전북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고액 후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조 의원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전북 전주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 전 회장은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전북 전주에서 20대 중반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동향 출신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전 회장과 박 씨는 비슷한 시기 국민의힘 소속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고액 후원을 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박 씨는 2022년 5월 19일 500만 원을 후원했다. 직업과 생년월일, 주소 등 정보 없이 이름만 '김성태'로 기재한 인물도 박 씨와 같은 날인 5월 19일 500만 원을 박형준 후보에게 후원했다. 김 전 회장과 생년월일과 주소가 일치하는 '김성태'는 2022년 5월 16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후보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해외 도피 직전까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보낸 것이다.
대선 전에도 쌍방울그룹 임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에게 고액 후원을 했던 적이 있다. 2021년 3월 11일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쌍방울그룹 계열사 아이오케이 당시 대표이사 장 아무개 씨는 각 500만 원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박형준 후보에게 기부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임원 4명은 2021년 6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각 500만 원을 후원했다.
쌍방울그룹 임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고액후원을 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후원한 셈이다. 쌍방울그룹 임원 4명은 2021년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에게 각 1000만 원을 후원했다.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은 2021년 10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에게 각 1000만 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각 500만 원을 후원했다. 방 부회장과 쌍방울그룹 임원은 2022년 4월에도 강 의원에게 각 500만 원을 후원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