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와 ‘불타는 트롯맨’ 우승 전무후무 기록…포디콰 팬덤도 ‘우승 축하’ 향후 양쪽 행보 주목
‘초대 불타는 트롯맨’이 된 손태진은 이미 2016년 JTBC ‘팬텀싱어’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손태진은 전혀 다른 두 장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전무후무한 기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손태진은 한국어,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을 모두 구사할 줄 안다. 소위 말하는 ‘멀티링구얼’(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나 그런 사람)인데 주로 세 가지 이상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 기준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국어를 배워야 가능한데 그러다 보니 멀티링구얼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언어의 발음도 상당히 정확하다. 이는 손태진이 17년가량 싱가포르에 거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손태진은 초·중·고를 모두 싱가포르에서 졸업했다.
손태진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국으로 들어와 서울대 성악과에 진학해 성악가의 길을 걸었고 군 복무 이후 크로스오버 가수가 된다. 이 과정에서 멀티링구얼은 상당한 도움이 됐다. 손태진은 뉴스엔 인터뷰에서 “다양한 언어의 노래들을 부르는데 그럴 때마다 외국어만의 뉘앙스와 정확한 발음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그는 다양한 언어의 뉘앙스와 정확한 발음 능력을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노래 연습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손태진이 제대로 노래를 배우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고교 시절이다. KBS World Radio 프로그램 ‘Korea24’에 출연했을 당시 손태진은 “부모님이 모두 클래식과 팝 등 음악을 좋아해 선천적으로 음치는 아니라는 점 정도만 알고 지냈는데, 고등학교에서 미술 또는 음악 수업을 듣는 것이 의무라 내 편의를 맞춰 합창 수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졸업을 위해 의무감으로 신청한 수업이지만 손태진의 가능성은 바로 드러났다. 대학 교수이던 합창부 지휘자가 손태진에게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라고 권유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고교 시절 손태진이 관심을 갖고 있던 영역은 따로 있었다. 바로 호텔 경영이었다. 그는 프랑스 바텔 호텔학교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런데 한국에 다시 들어오게 된 손태진은 서울대학교 성악과에 지원해 합격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손태진은 “한국에 와 서울대 성악과에 지원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운 좋게 합격해 성악을 전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손태진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서울대학교 합격이 단지 운으로 가능할 순 없다. 그만큼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라는 의미다. 게다가 손태진은 성악과 진학을 목표로 꾸준히 실기 연습을 해온 것도 아닌, 싱가포르의 고등학교에서 음악 수업으로 합창을 선택해 노래를 배운 게 전부였다.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한 손태진은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서울대 대학원 성악과에 진학해 수료했다. 성악을 전공한 그가 크로스오버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의외로 군복무였다. 뉴스엔 인터뷰에서 손태진은 “군악대에서 성악병으로 복무했는데 그때 처음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보면서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매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며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전역하고 나서도 그룹 활동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갔다”고 밝혔다.
호텔 경영을 꿈꾸던 고등학생이 성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고, 다시 크로스오버 가수가 됐을 즈음 비로소 대중은 손태진의 존재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가 2016년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라운드를 거치며 다양한 팀 편성을 시도해온 손태진은 결승전 진출에 성공하며 고훈정, 김현수, 이벼리와 함께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포르테 디 콰트로’는 ‘인기현상’, ‘흉스프레소’와 결승에서 엄청난 무대를 선보이며 1위 자리에 오른다.
2017년부터 본격적인 ‘포르테 디 콰트로’ 활동이 시작됐다. 그해 5월 발매된 1집 앨범 ‘포르테 디 콰트로’와 11월 발매한 2집 앨범 ‘클라시카’가 모두 큰 사랑을 받았다. 손태진은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로 꾸준히 콘서트 등의 공연을 선보여 왔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 활동도 활발히 펼쳐왔다.
2022년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콘서트를 열었고 2023년에도 국립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으로 신년 음악회에 참여했다. 또한 1월 20일에는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팬송 ‘이야기’를 디지털 싱글로 발매했다. 또한 2월 25일에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주최로 열린 우크라이나 어린이 후원 동행콘서트 무대에도 섰다.
2022년 11월 28일 ‘포르테 디 콰트로’ 팬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손태진이 MBN 신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한다는 뉴스였다. 실제로 12월 5일 공식 발표된 ‘불타는 트롯맨’ 100팀의 참가자 명단에 손태진이 포함돼 있었다.
손태진의 참가 소식에 가요계도 술렁거렸다. 이미 10월 21일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은 심수봉이 심시위원단으로 전격 합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른 전설적인 가수들과 달리 심수봉은 데뷔 44년 만에 첫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터라 화제성이 컸다. 그런데 심수봉은 손태진의 이모할머니다. 2021년에는 KBS 2TV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에 손태진이 출연해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바로 그 손태진이 ‘불타는 트롯맨’에 참가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모할머니 심수봉의 평가를 받는다는 부분이 가요계에서 상당히 화제가 됐다.
그런데 1회 방송부터 심수봉이 등장하진 않았다. 심수봉은 준결승전인 ‘3대 천왕 미션’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할 예정이라 손태진이 심사위원 심수봉을 만나려면 단순 참가로는 안 되고 최소한 준결승전에 진출해야 했다.
그런데 그 길이 만만치 않았다. 팀 데스매치 1차전에서 오송, 황준과 함께 팀 ‘삼인용’으로 출격한 손태진은 ‘트롯레인저’(강훈, 정다한, 김중연, 박현호, 이하평)에 0 대 13으로 완패했다. 이에 손태진은 1차전에서 패한 각 팀에서 대표로 한 명씩 무대에 올라 겨뤄 1등이 나온 한 팀만 다음 라운드로 올라갈 수 있는 팀 데스매치 2차전 구원자전에 구원자로 나섰지만 1등을 하진 못했다.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추가 합격자로 겨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다음 라운드 1:1 라이벌전에서도 손태진은 단 한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패했다. 이번에도 어렵게 추가 합격자가 됐다.
분명 손태진은 검증된 가수였다. 그렇지만 성악가로, 크로스오버 가수로는 출중했지만 트롯 가수로의 변신이 완벽하지 못해 거듭 탈락 위기에 직면했다. 그렇지만 ‘본선 3차 디너쇼 미션-팀전’에서 1등을 하고 ‘본선 3차 디너쇼 미션-최강자전’에서도 최종 1등을 차지하며 준결승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된다. 이즈음 손태진은 조금씩 트롯 가수로의 변신에 성공하며 감춰진 저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악가와 크로스오버 가수가 트롯도 잘 부르는 수준을 뛰어 넘어 성악과 크로스오버로 다진 기본기를 트롯으로 폭발시키는 수준에 다가서면서 탈락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자신의 위치를 바꿔놓았다.
손태진은 TV조선 ‘미스터트롯1’ 출신 김호중처럼 성악을 기반으로 한 트롯 가수지만 색채는 전혀 다르다. 테너인 김호중이 성악가 고유의 고음을 트롯에 잘 녹여냈다면 베이스인 손태진은 묵직한 중저음의 짙은 목소리로 트롯을 소화한다.
비로소 이모할머니 심수봉을 심사위원으로 만난 준결승 삼대천왕전 1라운드에서 황영웅과 듀엣으로 심수봉의 ‘비나리’를 불러 또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즈음 유력한 우승 후보는 함께 듀엣을 선보인 황영웅으로 손태진은 우승권까진 아니었다. 준결승 1라운드 즈음 발표된 ‘대국민 응원투표’ 7차 TOP(톱)10 순위에서 손태진은 5위였다.
준결승 2라운드에선 ‘대국민 응원투표’ 8차 TOP10 순위를 4위로 끌어 올린 손태진은 결승전 1차전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비로소 압도적 1위 황영웅에 이은 2위까지 올라섰다. 본선이 시작된 뒤 꾸준히 탈락 후보였던 손태진이 ‘본선 3차 디너쇼 미션’에서 반등을 시작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결승전 1차전에선 2위권까지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결승전 2차전을 앞두고 유력 우승 후보 황영웅이 하차하면서 안정적으로 우승의 영예까지 누리게 됐다.
우승의 영예를 거머쥔 뒤 손태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승 소감을 밝혔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게 꿈 같고 실감이 잘 나지 않다”는 그는 “처음 예선 볼 때가 문득 기억이 난다. 막상 마음을 먹고 지원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했다. 매 미션마다 너무나 유명한 곡임에도 저에겐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선곡들을 마주하며 저만의 색깔로 어떻게 노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고민하며 지샌 시간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1대 ‘불타는 트롯맨’이라는 이 귀한 상의 주인공은 단지 저뿐 아니라 간절하게 진심 담아 노래하며 달려온 모든 출연자들을 위한 상이라 생각된다”면서 “앞으로 여러분이 가수 손태진을 기대해 주시는 만큼, 그리고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무대들을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손태진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간다. ‘팀 데스매치’에서 탈락했지만 추가 합격자가 됐을 당시 손태진은 “최종 TOP7에 든다면 트롯 가수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결국 TOP7를 넘어 우승자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손태진은 트롯 가수의 길만 걷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3월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구미 신춘음악회 ‘포르테 디 콰트로 & 소냐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초대 ‘불타는 트롯맨’ 우승자인 만큼 손태진은 ‘불타는 트롯맨’ 전국 투어 콘서트를 주도해야 하는 등 트롯 가수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손태진은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로서의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양쪽 활동으로 각각의 팬덤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손태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포르테 디 콰트로’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손태진 님의 불트 우승은 축하합니다. 다만 포디콰 활동은 당분간 못하시나요? 공식입장 좀 알려주세요”라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우승 소감에서 “투표로, 댓글로, TV로 다양한 방법으로 저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과 믿음을 보여 드려야 할 더 많은 대중분들 위해 늘 겸손한 자세와 마음으로 활동하겠다”는 향후 활동에 대한 마음가짐을 밝힌 손태진은 “앞으로도 트롯맨들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계속 키워달라”는 부탁의 말을 남겼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