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인 사안에 제3자인 연예계 단체들이 지속적인 영향력 행사” 지적도

문제는 해당 단체가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탬퍼링이 아직까지는 '의혹'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5년 12월 어도어가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약 430억 원대 위약벌 및 손해배상 1심 소송과 하이브-민 전 대표 간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쟁점이기도 하다.
명백한 사실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3자에 해당하는 연예계 단체가 어느 한 쪽에 대해서만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 자체가 적절한 처사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핵심 쟁점을 두고 '압박'으로 보이는 단체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절차적 중립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의혹' 단계에서 업계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민 전 대표와 뉴진스를 몰아붙이고 있는 반면, 그 반대쪽에 서 있는 하이브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12일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에서 민 전 대표가 승소하면서 하이브 내부 경영과 관련한 사안들이 재조명됐다. 판결문에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간 유사 콘셉트 문제로 인해 뉴진스와 어도어 측이 입은 손해가 적시됐고, 하이브의 이른바 '음반 밀어내기'(기획사와 음반 유통사가 중간 판매상에게 음반 물량을 일부분을 떠넘겨 구매하게 하는 방식)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음반 밀어내기는 K-팝 산업 전반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사안인데 이번 1심 판결에서 다시 부상해 주목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하이브 대표이사가 어도어에게 뉴진스 음반 밀어내기를 권유한 것으로 보이고, 2023년 8월 하이브 재팬 경영기획 팀장 또한 '물량 밀어내기' 용어를 사용하는 등 밀어내기를 의심할 만한 단서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초동(앨범 발매 후 첫 7일간의 판매량) 물량을 부풀려 차트 순위를 홍보하는 행위는 공정한 유통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써 비판 받아야 한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앞서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투자자 접촉 등 탬퍼링 의혹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으며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결국 의혹의 실체는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업계 단체들이 앞장서 사법 판단 이전에 특정 결론을 전제로 강경 성명을 반복하는 것이 산업 질서 수호를 위한 자정인지, 혹은 또 다른 갈등의 확장인지를 두고서는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민 전 대표는 지난 2월 25일 네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에 대해 "주식매매대금 약 256억 원을 포기할 테니 나와 어도어 전 직원,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 뉴진스 팬 단체 '팀 버니즈' 등에 하이브와 그 산하 레이블들이 제기한 모든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하이브 측은 이에 대한 입장 발표 없이 2월 19일 항소장 제출에 이어 민 전 대표 측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