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공화동)’ 조이니 ‘옆동네(봉산동)’ 튀어오르고…
▲ 박람회장이 문을 닫는 밤 11시 이후 여수 공화동 집창촌 모습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성매매 단속에 나선 경찰차의 경호등이 밤새 번쩍이고 있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전국에서도 유서 깊은 집창촌으로 손꼽히는 공화동 집창촌은 엑스포 특수를 통해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지만 되레 폭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일요신문>은 세계적 행사인 엑스포를 맞아 집중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공화동 집창촌 현장 및 엑스포 현장 주변에서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 실태를 직접 취재했다.
기자는 지난 5월 23일 밤 여수엑스포 현장 인근에 위치한 공화동 집창촌을 직접 찾았다. 이곳은 예전부터 전남 지역 대표 집창촌으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다. 이곳은 지난 2000년 에이즈 감염을 숨기고 2년간 2000명에 달하는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며 전국을 경악케 한 구 아무개 여인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멜로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영화화까지 되면서 공화동 집창촌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공화동 집창촌 역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점차 쇠퇴기에 들어섰지만 최근까지도 상당수 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해오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쇠퇴기에 접어들었던 업소들은 지난해부터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기회로 ‘엑스포 특수’를 단단히 기대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공화동 집창촌은 박람회장 정문과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최첨단 시설들이 장관을 이루는 박람회장 바로 반대편에는 초라한 슬레이트 여인숙이 운집한 집창촌이 자리 잡으며 묘한 비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어찌됐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엑스포는 분명 그들에겐 더 없는 호기였다.
▲ 여수세계박람회장 전경. |
역시 뚫고자 하는 창이 있으면 이를 막고자 하는 방패도 있는 법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당시, 공화동 집창촌 에서는 대규모 경찰인력이 투입돼 새벽 내내 단속이 벌어지고 있었다. 집창촌 입구부터 말미까지 경호등을 켠 채 늘어선 순찰차들은 한밤중에 장관 아닌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말 그대로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형국이었다.
이곳의 영업방식은 전형적인 여관발이 성매매 형태다. 비좁은 골목길 사이로 오래된 여인숙들이 즐비한 이곳에는 각 업소마다 아가씨들을 끼고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다. 공화동 일대 곳곳에서 두문분출 출몰하는 일명 삐끼 할머니들은 손님들을 끌어 모으며 수수료를 챙겨간다.
하지만 경찰들의 대대적인 단속 때문에 집창촌 영업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몇몇 호객꾼들이 눈치를 보며 이곳 저곳 기웃거렸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경찰들의 집중 단속 속에서 포주들은 저마다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기자가 비좁은 여인숙 골목을 따라 들어가 보니 포주들 10여 명이 때 이른 더위를 피해 저마다 밖에서 자리를 잡고 모여 있었다.
기자와 만난 한 포주는 “엑스포 특수를 생각했는데 다 물 건너 간 것 같다. 외국인 손님들과 외부인들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 어제까지만 해도 슬슬 눈치를 보면서 소규모로 영업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주부터 경찰병력이 배로 늘었다. 당분간은 영업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또 다른 업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기자와 만난 60대의 한 여성 업주는 “지난주, 인근 지방으로 아가씨들을 다 넘겼다. 숙박영업은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누가 우리 같은 오래된 건물에 숙박을 하겠나. 그나마 해왔던 아가씨 영업을 못하고 있으니 정말 죽을 맛이다.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이건 엑스포가 아니라 원수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의 의지는 결연함을 넘어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형사과장까지 직접 지휘에 나서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여수서 형사과장은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 밤새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엑스포 기간에는 이렇게 밤을 새야 할 것 같다. 보시다시피 현재 1개 소대 인력이 이곳에 집중 투입된 상황이다. 아마도 이곳 업주들 영업은 거의 불가능할 거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엑스포 기간 동안 이곳 경찰들은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공화동 집창촌이 아예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기자와 만난 한 마을 주민은 “오랫동안 인근 집창촌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집창촌 바로 옆에 아이들 학교가 있다. 이번 기회에 아예 집창촌이 철거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 상당수는 이번 엑스포 집중 단속기간만 지나면 집창촌 영업이 다시금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기자와 만난 한 포주는 “두 달 뒤에 다시 와봐라. 이번 엑스포만 끝나면 다른 지방으로 보낸 아가씨들을 다시 불러와서 영업을 재개할 것이다. 영업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봉산동 모텔촌. 엑스포 기간에도 콜걸영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
기자와 만난 한 모텔 업주는 “공화동 일대 영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곳 티켓영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금 당장도 불러줄 수 있다. 보통 기본 티켓비 1만 원에 성매매 비용으로 15만 원의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외지에서 온 엑스포 관광객들 중에서 이러한 티켓 성매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는 당연히 이곳에 머문 외국인들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집중 단속의 허점을 노린 변칙 성매매가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남 여수=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 최고 인기 전시관인 아쿠아리움에 길게 늘어선 줄. |
식사도 언어도 줄서기도 왕짜증~
지난 5월 12일 개막한 여수엑스포의 초기 흥행 성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애초 목표 관람객 수를 평일에는 5만 명, 휴일에는 10만 명을 예상했지만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부랴부랴 한류 공연 등 보조 콘텐츠를 마련하고 여러 가지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미 다녀간 관람객들의 ‘기대 이하’라는 관람 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람객 몰이’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5월 23일과 24일 엑스포 현장을 찾았을 때도 그곳은 한산해 보였다. 관람객 대부분은 인근 도시에서 단체 관람을 온 노인들과 학생들이었다. 대규모 국제행사라기보다는 ‘효도 관광지’ 내지 ‘수학여행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명색이 국제행사인데 외국인 관람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눈에 띄는 외국인들 대부분은 조직위 혹은 국제관 콘텐츠에 참여한 스태프들이나 외신기자들뿐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기자가 목격한 몇 가지 장면에서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했다.
#장면1. 기본이 4시간?
엑스포 현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는 ‘아쿠아리움’이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집중된 탓에 예약을 하고도 족히 4시간은 기다려야 겨우 볼 수 있었다.
아쿠아리움에서 만난 호주인 부부는 “예약을 하고 3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기까지 40분을 다시 기다려서 겨우 들어왔다. 완벽한 준비 부족이다. 입구는 오로지 비좁은 에스컬레이터 하나다. 당연히 밖에서 수천 명이 오랫동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비좁은 아쿠아리움에 한꺼번에 수백 명이 이동한 탓에 제대로 감상조차 할 수 없었다. 관람 코스에 외국인들을 위한 통역 및 가이드 시스템도 없었다. 또 현장이 매우 넓은데 현장을 오고갈 셔틀이 아무 것도 없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아주 가혹한 처사다”라며 짜증 섞인 관람 평을 털어놨다.
#장면2. 아프리카를 구원한 한국?
엑스포 현장 중심부에 자리 잡은 ‘한국관’은 대한민국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는 장소다. 하지만 10분 내외로 시연되는 영상콘텐츠에는 외국어 자막이 없었다. 한국관에 들어선 외국인들은 어리벙벙한 표정이었다. 영상 시연이 끝나고 이벤트로 진행되는 관람객들과의 ‘강강술래’는 외국인들로서 어떤 의미인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영상 콘텐츠 내용도 문제였다. 영상에는 한국이 담수화 기술로 식수부족과 가난에 찌든 아프리카인들을 구원한다는 국수주의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바다를 통해 우리 모두가 이어진다’는 세계적인 메시지를 담은 미국관의 영상과 무척 비교되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고 나온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장면3. 먹거리는 프랜차이즈 푸드코트?
엑스포 현장 스낵바 주변에는 중국인들이 벤치를 식탁삼아 쪼그려 앉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무척 지친 기색이었다. 기자와 만난 이 중국인은 “먹거리가 부족하고 가격도 부담스럽다.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스낵바를 이용하고 있는데 먹을 장소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엑스포 현장에 들어온 대부분 식당점포들은 모두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 차지였다. 한국의 맛과 멋을 외국에 알릴 중요한 기회지만 저렴한 가격에 한국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식당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