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둘러싼 갈등 3년째 진행 중
- 무슬림, 재산 사회 환원…무역·요식업계, 할랄 식품 경제 잠재성 높아
[일요신문] "우리는 인종, 성, 종교, 연령, 문화 차이로 행해지는 여하한 종류의 혐오와 차별에도 결연히 반대한다."
대구시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을 두고 양 진영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보수개신교 목회자를 주측으로 한 일부 주민들은 '이슬람은 신을 모욕하면 테러를 일으키는 극단주의이자 악마종교'라고 주장하며 반대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원 건축 현장에 돼지 머리를 전시하고 12월에는 통구이를 구워 먹기도 했다. 돼지머리와 족발은 악취로 치워진 상태지만, 지난 8일 이슬람 건축 사원 공사장 인근에 돼지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뿌려지기도 했다.
- '모스크' 건립 두고 3년 동안 갈등…공사 진행률 70%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20년 9월 대구 북구청은 대현동 경북대 인근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모스크·엎드려 예배드리는 곳) 건축을 허가했다. 지상 2층, 연면적 245.14㎡ 규모의 제2종 근린생활시설(종교집회장)으로 그해 12월 공사에 들어갔다. 이후 2021년 2월 철골 구조물이 모스크 외형으로 드러나면서 주민의 민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북구청은 주민탄원서로 압력을 받자 건축업체에 공사 중지를 통보했다. 공사 강행 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무슬림 건축주 측들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이후 2022년 8월 공사가 재돌입했다. 모스크 건축 반대 측은 그해 9월 공사중지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사원 공사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슬람에서 금기 시하는 돼지의 머리, 꼬리를 현장에 내 걸고 통구이 잔치까지 벌이며 반대 시위를 했다. 이같은 반발로 지난해 11월 공사 현장 인부들은 일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현재 모스크 공사의 진행률은 약 70%다. 철골 공사는 완료된 상태고, 철근 작업도 80% 이상 진행됐다. 콘크리트 타설만 하면 거의 완공에 가까운 수준으로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될 시 오는 5월 모스크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 이슬람사원 건립반대단체 "홍준표 시장, 주민 생존권, 주거권, 재산권 보호하라"
국민주권행동 등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파는 지난 2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시장에게 현장답사와 소통을 촉구했다.
이들은 통돼지구이 파티에 대해 "이슬람 교리로 주민들이 그들의 생활공간에서 돼지고기를 못 먹게 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라며 "이슬람사원 건립 시 주민들이 겪을 불편과 불이익 역시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문화주의의 폐해가 주민의 생존권, 주거권, 재산권의 침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 "일상 스며든 혐오 경계, 다양성 존중해야"…지자체 개입 촉구
박진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인근 무슬림 기숙에서 면담을 했다. 박 사무총장은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 중재에 지방지차단체 등의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고 봤다.
앞서 16일 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일부 주민들이 '이슬람사원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거나 전시하는 행위'를 두고 우려를 표했다. 인권위는 "이슬람 문화를 비하하고, 이들을 향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부추기는 행위"이며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와 북구청의 중재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는 상태다. 인권위는 "정부는 국제인권규범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혐오표현에 담긴 불관용과 차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대구시와 북구청 등 행정기관은) 혐오 차별행위에 대한 대응, 회복,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대구시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및 시민공동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혐오표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시험하고 확인하는 현장"이라며 "지역사회와 대구시민들은 일상에 스며든 혐오를 경계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표현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 미 뉴욕타임즈 등 외신 "경북대, 무슬림 학생 차별당해"
미국 뉴욕타임즈와 프랑스 르몽드 등 외신들도 대구 북구 대현동의 모스크 건축을 둘러싼 갈등을 기사화했다. 기사 내용에는 경북대학교가 적시됐다. 대구·경북의 명문이자 글로벌 대학을 표방하는 경북대학교 입장에선 심각한 명예 훼손인 것이다.
한편 한국은 유엔(UN) 총회에서 채택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을 이행해야 될 당사국이다. 종교, 민족, 국적, 인종, 피부색, 혈통, 성별 등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를 근거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경멸하거나 차별하는 말, 글, 행동 등으로 공격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은 '혐오'로 규정한다. 유럽평의회도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 현상을 두고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종주의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 경북대 인문대교수 "인권과 종교 침해하는 반지성적 혐오 차별 멈춰라"
경북대 인문대교수들이 26일 성명을 내고 무슬림 학생·연구원들에 대한 혐오 차별을 멈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권과 종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학을 대신해 사죄한다는 성찰도 담겼다.
교수들은 "이제 우리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자유, 평등을 수호하고 인류의 평화적 공존공영에 이바지해야 할 책무가 있는 지성인이자 대학인으로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이슬람 혐오차별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종, 성, 종교, 연령, 문화 차이로 행해지는 여하한 종류의 혐오·차별 반대 △경북대 무슬림 학생·연구원의 인권·종교 자유 옹호 △반지성적 혐오·차별 방치한 데 대해 대학 대신해 사죄 △경북대학교 당국이 혐오차별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글로벌시대의 필수 가치인 문화다양성 존중에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한다 등 성명을 발표했다.
- 모스크, 엎드려 예배드리는 곳…재산 사회 환원 문화 '눈길'
경북대에서 모스크 건설을 원하는 무슬림인은 150여명이다. 경북대 교수와 무슬림 학생의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이들은 예배를 개인 거주지, 대학교, 공사장 옆 등에서 한다. 무슬림은 매일 기도 5번을 하는데 '아잔' 소리에 따라 한다. 성당에서 종을 치듯 '아잔'을 울리는 것이다. 새벽 아잔은 하루의 시작을, 정오 아잔은 점심, 오후 아잔으로 하루가 깊어 감을 알린다. 일몰 아잔은 하루가 끝났음을, 취침 아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무슬림인들은 자신과 타인, 지역사회,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특이점은 할랄음식을 먹고, 하람음식은 금기시 한다. 돼지고기 등은 아예 먹을 수 없고, 닭고기 등도 의식에 따라 도축된 '할랄' 음식만 허용된다. 하람은 의식을 따르지 않고, 경전 '꾸란'에서 먹지 말아야 될 음식으로 분류된 불경한 것이다.
한국에선 할랄과 하람을 인증하는 공식기관이 없지만, 무슬림 상점 상인들로부터 할랄고기와 제품을 구매한다. 무슬림인들은 한국을 방문할 시 할랄음식을 찾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무역업계와 요식업계 전문가들은 대구의 할랄 인증과 식품 판매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무슬림의 여행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