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가격 인상 위한 암묵적 담합” VS “덤핑 납품 손실 운송노동자에게 전가“
건설현장의 꽃으로 불리는 레미콘(콘크리트)은 건설에 필수 부가결한 자재로 공급을 중단할 경우 건설현장이 마비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민주노총은 건설현장을 장악하기 위해 2016년도부터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레미콘 운반업자를 노조원으로 가입시켰다.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자는 노조법에 의해 노동단체 구성원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레미콘 운반업자를 노조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특히 대법원 판례에 의해 사업자 2명 이상이 가입된 단체는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기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레미콘 운반 지입 차량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다.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노총의 주장에 대해 건설현장을 압박할 무기며 적게 일하고 많은 수익을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내 1군 건설회사의 한 관계자는 “노동단체는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단체다. 자본의 불법행위 및 불공정 처우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야만 노동자 자신의 안위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벗어난 사익추구를 위한 권력화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미콘사와 지입차량의 단체협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협약을 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보는 것이 맞다. 사업자 간의 담합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레미콘 가격을 올릴 목적인 묵시적 담합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건설현장의 우려가 실제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경남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는 2023년도 단체협약에 레미콘 지입차 운송비용을 1회 1만 2000원 인상(26% 인상)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복지 요구안에, 노조원 집회 참가를 연간 9회에서 20회로 늘리고 집회 참가자 당일 수익을 보장하며 노조 발전기금 및 명절 수당을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인 레미콘 운반차량이 운반 중 발생 가능한 교통사고로 인해 구속 시 구속기간 동안 통상임금 70%를 지급하고, 모든 사고처리 비용을 부담하며, 차량 고장으로 인한 무노동 기간 3일 차부터 정상 운행하는 지입차량과 동일한 운반비를 지급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무노동·무임금 원칙 위반 요소가 있는 경남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의 요구를 경남 레미콘사 협의회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요구안을 들어줄 경우 사업자 담합행위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기계지부 노조원에 대해 사업자가 포함된 특수한 관계로 보고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 발전기금 및 여타 강제 금품갈취 등을 불법행위로 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기계지부의 입장은 2022년도 지입차 단체 협약서 요구안에 고스란히 기재돼 있다. 건설기계지부는 해당 요구안에서 “건설경기 둔화로 인한 물량감소로 차량할부 부담 및 생계곤란이 가중되고, 5일제 근무로 인한 월 수익이 줄어들었다. 레미콘제조사들의 출혈경쟁으로 인한 덤핑 납품에 따르는 손실을 레미콘 운송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 레미콘 사측 관계자는 “지입차량들은 일하는 만큼 벌어가는 구조로 회사에 소속된 직영차량 운전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열심히 일하면 1000만 원도 벌어가는 시기도 있었지만, 주 5일 근무 그리고 8·5제 시행으로 운반횟수가 줄어들었다. 줄어든 수익을 운송단가 인상으로 메우겠다는 불손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