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키워줄 수도” 민주당 강경파에 우려 목소리…“셀럽 넘어 히어로” 여권에선 총선 등판론 부상

민주당 내 강성 초선모임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이튿날인 3월 2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를 통해 “일개 국무위원이 국회 입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면서 “본인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한 장관을 정면 겨냥했다. 황 의원은 “사퇴를 거부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예컨대 탄핵 추진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같은 날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동훈 탄핵론’을 띄웠다. 김 의원은 3월 23일 “각하가 너무 뻔한 사안을 권한쟁의 청구한 한동훈 책임을 묻겠다”면서 “법대생도 알 상식을 장관이 몰랐으면 최악의 무능이다. 아주 악의적 정치놀음을 한 것”이라고 한 장관을 저격했다.
3월 24일 김 의원은 “손에 든 달콤한 사탕을 뺏긴다고 여기저기 시비 걸고 다니는 어린 장관은 혼을 내줘야 한다”면서 “탄핵이 답”이라고 했다. 3월 29일 민주당 정책위 회의실에서 탄핵제도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3월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한 장관을 압박하는 발언이 등장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장관은 불필요한 행정행위를 한 것에 책임지고 사퇴하라”면서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퇴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탄핵’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제 퇴장’이란 단어 선정 자체는 탄핵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한 장관은 3월 24일 입장문을 통해 “자기 편 정치인들 범죄 수사를 막으려는 잘못된 의도로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잘못된 절차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법이 만들어졌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 책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작년(2022년)부터 내가 그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버릇처럼 탄핵을 말해왔다. 탄핵이 발의되면 당당히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3월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 발언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의 실패를 본인 탄핵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시켜 국민 관심을 호도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탄핵을 소추해도 인용될 가능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했는데, 한 장관 발언이 자꾸 탄핵 쪽으로 간다”면서 “도발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검찰총장 신분으로 민주당과 대립하다 일약 대권주자로 떠오른 사례가 있다”면서 “굳이 당이 앞장서서 한 장관을 ‘제2의 윤석열’로 비치게끔 판을 깔아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강경파에서 탄핵론을 띄우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각종 상황을 고려했을 때 탄핵 추진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 “탄핵 추진보다 꾸준하게 자진사퇴를 압박하며 한 장관을 견제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3월 24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출연해 “헌재 결정에 배치된 주장을 해온 한 장관이 국민들 앞에서 죄송하다고 말씀해야 한다”면서도 “이 법안이 (한 장관)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그건 아마 정치적 주장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친명계 강경파를 중심으로 불거진 한 장관 탄핵론 수위를 당 내부적으로 낮추고 있는 양상이다.
오히려 탄핵론에 격하게 반응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한 장관 탄핵론이 부상하자 역으로 ‘한동훈 총선 등판론’을 꺼냈다. 3월 27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새 인물론은 선거 때마다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한 장관이 (2024년 총선에) 좀 등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여권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박 의원은 “탄핵은 너무 심한 얘기”라면서 “(민주당이) 탄핵을 소추한다 해도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총장 최초로 징계하면서 완전히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지 않았느냐”면서 “자칫하면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장관이) 셀럽을 뛰어 넘어 히어로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한 장관에 대한 탄핵론을 띄웠으니, 한 장관이 여의도로 오는 길에 레드카펫을 까는 듯한 발언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면서 “총선 등판을 실제 염두에 두는 차원보다는 야권이 한 장관을 견제하는 것에 대해 힘의 균형을 맞추는 차원으로 나오는 일종의 수싸움 발언이라 본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는 일각에서 불거진 ‘탄핵론’을 중심으로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등판론’을 두고 갑론을박 중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이 한동훈 장관 탄핵을 소추할 경우엔 역풍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실제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당 지도부에선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프레임 싸움 일환으로 탄핵론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한동훈 등판론’과 관련해 “선거에 나오고 말고는 한 장관 본인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 장관 총선 등판 여부와 국민의힘 총선 승리 사이 함수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건 또 아니다”라면서 “선거에서 누가 나오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구도다. 2024년 정치권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 장관을 둘러싼 등판론은 좋은 이야깃거리일 뿐이지 선거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